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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가족관계등록법의 문제점

김상용 교수(중앙대 법대)

1. 들어가는 말 - 개인정보의 수집·관리와 공시의 구별

가족관계등록부는 개인의 신분 상태(혼인여부 등)를 밝히고, 친족·상속 등과 관련된 권리의무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가족관계등록제도를 마련한 목적과 취지를 생각한다면 가족관계등록부는 개인의 신분사항 및 친족관계 등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위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개인의 신분 및 친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다는 것과 실제로 어떠한 사항의 증명이 필요한 경우에 개인의 신분에 관한 정보를 어느 범위에서 공시할 것인가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배우자 수당을 받기 위하여 현재의 부부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면, 그에 관한 정보만이 공시되어 있는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개인의 신분 및 친족에 관한 사항을 전부 공시한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신분관계를 증명서를 통하여 공시하는 경우에는 항상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요구되는 사항의 증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도 필요한 신분관계의 증명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므로 국가가 개인의 신분 및 친족관계에 관한 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증명이 필요한 경우에 이에 관한 증명서를 발급하여 신분관계를 공시한다는 신분등록제도 본래의 취지는 전연 훼손되지 않는다. 위에서 본 예에서 배우자 수당을 신청하기 위하여 부부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현재의 혼인상태와 배우자만을 증명서에 공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경우에 과거의 혼인이나 이혼, 전배우자에 관한 정보를 포함시키는 것은 ‘증명을 위하여 필요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가족관계등록제도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국가가 이와 같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개인의 정보를 공시하는 경우에 국가의 입장에서 보아도 이익이 될 것은 없다(불필요한 신분관계정보의 공시로 개인의 안정이 흔들리고 불행하게 된다면 그것을 통해서 국가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국민의 실제 생활관계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신분관계의 증명이 필요한 경우에 국가는 그 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개인의 신분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2. 공시의 범위 - 증명서 발급 당시 유효한 사항

현재의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하면 혼인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는 개인의 현재 신분상태 뿐만 아니라 과거의 변동사항까지도 모두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과거의 신분 변동사항까지 전부 공시하는 것(예컨대 혼인관계증명서의 경우 과거의 혼인, 이혼 사항. 기본증명서의 경우 과거의 姓·本의 변경, 性의 전환,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친권자 결정 등)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대부분의 경우 불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분관계증명서에 현재의 상태(발급 당시 유효한 사항)만을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독일신분등록법은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독일신분등록법 제56조 제2항),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과거의 변동사항이 포함된 별도의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으로 신분증명서의 종류를 이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취학이나 취직을 위하여 연령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면 현재의 상태만을 공시한 기본증명서만으로 충분하고 과거의 신분변동사항을 증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또한 직장에서 배우자 수당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증명서를 제출한다면 현재의 혼인상태를 공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과거의 이혼사실까지 함께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

신분관계증명서를 현재 상태만을 표시하는 증명서와 과거의 변동사항까지 표시하는 증명서로 이원화한다고 할 때 과거의 변동사항까지 표시하는 증명서는 원칙적으로 본인만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3. 가족관계증명서의 문제점

가족관계증명서는 현재의 가족상태만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증명의 목적을 넘는 불필요한 정보를 공시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역시 위에서 본 것과 같은 문제가 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주로 친자관계를 증명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부부관계는 혼인관계증명서에 의해서 증명할 수 있으므로(혼인관계증명서가 현재의 혼인관계만을 표시한다는 전제에서), 굳이 배우자 이외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친자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부 또는 모와 해당 자녀의 친자관계를 개별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모와 모든 자녀의 친자관계를 일괄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직장에 다니는 모 甲이 자녀 乙의 보육수당을 신청하기 위하여 甲과 乙 사이의 친자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면 甲과 乙이 친자관계임을 증명해 주는 서류로 충분하며, 그 외의 가족관계까지 포함된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이와 같이 친자관계를 개별적으로 증명해 주는 친자관계증명서를 발급한다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대폭 감소할 것이다(상속관계의 증명이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될 것이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개별적인 친자관계를 증명하기 위하여 그 이상의 정보가 포함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위의 예에서 모 甲에게 전혼관계에서 출생한 子 丙이 있다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는 경우 甲에게 乙과 姓이 다른 자녀 丙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만, 친자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그와 같이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현재의 가족관계증명서는 어차피 명칭에 맞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민법(제779조)이 규정하고 있는 가족의 범위와 일치하지 않으며 임의로 본인을 중심으로 하여 부모와 배우자, 자녀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형제자매도 포함시키지 않은 증명서에 과연 ‘가족’관계증명서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타당한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이 부정확한 명칭의 사용은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가족관계증명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가족이 아닌가, 가족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필요한 우려와 오해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계부모와 계자녀도 동거하며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는 민법상 가족으로 인정되는데, 가족관계증명서는 친생부모(또는 양부모)와 그 자녀만을 ‘가족’으로 표시함으로써 이러한 관계가 가족의 전형인 것처럼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신분증명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독일도 2007년 신분등록법개정을 통하여 가족부를 폐지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개인의 신분과 친족·상속과 관련된 사항을 증명하는 데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가족관계증명서가 없어도 어려움없이 상속관계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상속관계를 증명하는 데 가족관계증명서가 있으면 편리하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이 점을 인정하여 가족관계증명서를 존속시키더라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불필요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도록 가족관계증명서가 사용되는 경우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부부관계는 혼인관계증명서로 증명하도록 하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친자관계증명서를 통해서 증명하도록 한다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제로서, 발급 가능한 신분증명서의 종류를 늘리고 각 증명서에는 필요한 최소한의 신분정보가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개인은 자신이 증명해야 할 신분사항과 사생활 보호의 문제를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증명서를 스스로 선택하여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 요청하는 바이기도 하다.

4. 특정 증명서의 제출요구 금지

회사나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필요한 목적을 넘어서 개인의 신분에 관한 정보가 담긴 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배우자 수당을 지급하기 위하여 관련서류가 필요하다면 신청인으로부터 현재의 배우자를 표시하는 혼인관계증명서를 받는 것으로 충분하며, 과거의 혼인·이혼사실 포함된 증명서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자녀의 학비를 지원하는 경우에는 신청인과 해당 자녀의 친자관계를 표시한 친자관계증명서만 있으면 되며, 그 이상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가족관계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가족관계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회사,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신분관계의 증명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특정 증명서의 종류를 명시하여(예를 들어서 가족관계증명서 1통을 첨부하여 관련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 제출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당사자가 증명해야 할 사항의 범위와 사생활의 보호 문제를 고려하여 스스로 적당한 증명서를 선택하여 제출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예컨대 부부관계나 친자관계의 증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혼인관계증명서, 친자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중에서 본인이 적당한 것을 선택하여 제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만일 회사나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이러한 규정에 위반하여 특정의 증명서 제출을 요구함으로써 개인이 증명서를 선택하여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는 때에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여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5. 개정안에 대한 평가

현재 제출되어 있는 개정안(주광덕의원안, 홍정욱의원안)의 내용을 보면 양자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친생부모를 기재하지 않고 양부모를 부모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민법상 일반입양(보통입양)의 경우에는 입양에 의해서 양자와 친생부모의 친족관계가 소멸하지 않으므로(따라서 양자는 법률상 양부모와 친생부모, 4명의 부모를 가지게 된다) 입양 후에도 부모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친생부모를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행 법체계와 조화되기 어렵다. 또한 실제로 양자의 입장에 따라서는 가족관계증명서에 친생부모가 표시되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양부모만이 부모로서 기재되고 친생부모가 표시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가족의 경우에는 이미 양친자관계가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친생부모와 양자의 관계는 사실상 존속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런 가족의 경우에는 친양자입양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데(친양자입양을 하는 경우에는 입양전의 친족관계가 소멸하므로, 친생부모와 양자의 친자관계도 종료한다. 따라서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양부모만이 부모로 기재되며 친생부모는 표시되지 않는다), 실제로 친양자입양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친양자입양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민법상 친양자입양의 경우 친양자로 될 자녀가 만 15세 미만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장애가 되는 사례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친양자입양의 요건을 완화하여 이러한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민법 제908조의 2 제1항 제2호 “친양자로 될 자가 15세 미만일 것”에 “다만 자의 복리를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추가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친양자로 될 자녀의 친생부모가 부모로서의 의무는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친양자입양에 대한 동의를 거부하여 친양자입양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이 친생부모의 동의거부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때에는 법원이 부모의 동의를 대체하는 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마련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독일민법 제1748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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