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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신용카드 부정사용 관련 범죄의 판례동향

권창환 판사(수원지법)

1. 시작하며

신용카드를 사용한 지 60여 년이 흐름 지금, 신용카드는 현금을 대체한 지불수단으로써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 재산범죄의 주된 대상으로서의 현금의 자리를 신용카드가 대체하게 되었는데, 재산범죄의 대상이 된 신용카드의 사후적 사용행위와 관련하여 형사적 책임이 문제되는 바, 이하 부정취득의 유형별로 살펴본다.


2. 신용카드의 법적 성질

‘신용카드’라 함은 이를 제시함으로써 반복하여 신용카드가맹점에서 물품의 구입 또는 용역의 제공을 받거나 총리령이 정하는 사항을 결제할 수 있는 증표로서 신용카드업자가 발행한 것을 말하는데(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 제2호), 그 자체에 경제적 가치가 화체되어 있거나 특정의 재산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라고는 볼 수 없고, 단지 신용카드회원이 그 제시를 통하여 신용카드회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 등에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용카드업자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증표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일시 사용하고 곧 반환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어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고(99도857), 부정사용하였을 경우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이하 여전법이라 함)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사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된다.


3. 절취 내지 강취 카드의 사용

가. 현금서비스 내지 가맹점 결제행위는 신용카드의 본래적 사용행위에 해당하므로(현금인출은 신용카드의 본래적 사용이 아님),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를 위와 같이 사용하면 여전법위반죄가 성립되고, 또한 절도죄가 성립될 것까지 요구되지 않으므로 사용절도의 경우에도 동일하다(99도857).

강취한 신용카드의 위와 같은 사용 역시 여전법위반죄를 구성한다(갈취카드 사용에 관한 2006도654에서는 ‘여기서 강취, 횡령, 기망 또는 공갈로 취득한 신용카드는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그의 점유를 이탈하거나 그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신용카드를 가리킨다’고 하면서 폭행·협박을 인정하면서도 의사에 반한 점유배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문서부정행사죄는 여전법위반죄에 흡수되어 별죄로 처벌받지 아니한다(2002도461-전화카드에 관한 판례이나 동일하다 할 것이다). 매출전표의 서명·교부 행위 역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가 성립하더라도 흡수됨은 동일하다(92도77).

나. 현금인출행위­절취(2003도1178) 내지 강취(2007도1375)한 카드로 예금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새로운 더 큰 법익침해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며(96도1181는 가맹점 결제행위에 관한 판례이나 ‘사용한 경우’라는 일반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와 같이 판시하여 이 경우도 동일하다 할 것이고, 합당한 결론이라 생각된다) 별도의 절도죄가 성립된다(판례는 현금은 재산상 이익이 아닌 재물에 해당하여 컴퓨터등사용사기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나, 금전의 가치성을 고려하면 재산상 이익으로 못 볼 바도 아니라 생각된다). 이는 절취(2008도2440) 내지 강취(2004도6150-원심 인정 적용법조를 그대로 인정함)한 카드로 ‘계좌이체’한 경우 형법상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인정한 것과 구별된다. 그리고, 카드 소지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직접 인출하게 하는 행위는 포괄하여 강도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다. 가맹점 결제행위­절취(96도1181) 내지 강취(96도2715)한 카드를 이용하여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행위는 별도의 사기죄를 구성하고, 피해자는 가맹점주로 볼 것이다(96도1181).

라. 현금서비스­절취한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행위와 동일하게 별도의 절도죄를 구성한다(95도997). 강취한 신용카드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신용카드의 본래적 사용행위로서 가맹점 결제행위와 달리 본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사람이 아닌 기계적 작업에 의한 인출 행위라는 점에서 기망을 인정하기 어려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편취 내지 갈취 카드의 사용

가. 사람을 기망·공갈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행위는 여전법위반죄를 구성한다.

나. 현금인출행위­편취(2005도5869) 내지 갈취(95도1728)한 신용카드로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그 소유자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취소하기까지는 카드를 적법·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은행 등 금융기관은 지급정지 신청이 없는 한 카드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그의 계산으로 적법하게 예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므로 카드 편취 내지 갈취 행위와 포괄하여 하나의 사기죄 내지 공갈죄를 구성하며, 이와 분리하여 따로 절도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즉 현금인출행위만을 절도죄로 기소할 경우 무죄 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이는 더 큰 법익침해가 있기는 하나, 기계적 작업에 의한 현금인출행위라는 점에서 피기망자 내지 피공갈자인 카드소지자를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점(95도2466도 유사한 취지)에서 타당한 결론이라 생각된다.

다. 가맹점 결제행위­편취 내지 갈취한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는 행위에 대하여 현금인출행위에 관한 판례와 같은 논리로 카드 소유자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는(승낙의 의사표시를 취소하기까지는) 카드를 적법·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어 포괄일죄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기계적 작업에 의한 행위가 아닌 사람 즉 가맹점주의 재산 처분권에 대한 기망 행위에 의한 처분행위라 할 것이므로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경우에 따라서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6조 제1항 기타 민사상 법리에 따라 카드 소유자에게 궁극적 손해가 발생하고 가맹점주는 손해의 부담이 없을 수도 있으나, 사기죄 및 공갈죄는 배임죄와 달리 피해자의 궁극적 손해보다는 당해 재산에 대한 처분권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라. 현금서비스­신용카드의 본래적 사용행위로서 가맹점 결제행위와 구조가 동일하나, 기계적 작업에 의한 현금 인출이라는 측면에서 현금인출행위와 동일하므로 신용카드 편취 내지 갈취 행위와 포괄하여 일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횡령한 카드의 사용

가. 횡령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자는 여전법위반죄로 처벌된다.

나. 현금인출행위­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하여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그 차액 상당액에 관하여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2005도3516). 이는 부정한 현금인출행위에 대하여 재산상 이익임을 부정하여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적용을 부정하던 판례의 태도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위와 같은 현금인출행위에 대하여 초과된 현금의 재물 취득으로 보거나 인출된 총 현금에 대한 지분 상당의 재산상 이익 취득으로 보아 절도죄와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모두 있다면 본래의 입법취지에 따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보고자 함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피해를 지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에 의문이 들어 다소 기교적으로 보여지고, 기존의 판례에 혼동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절도죄로 의율함이 타당할 듯하다. 현금인출의 부탁없이 단순히 카드 보관을 위탁받은 경우에는 절취의 경우와 동일하게 별도의 절도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피해자를 기망하여 카드를 위탁받은 경우에는 전체를 포괄하여 사기죄를 구성할 것이다.

다. 가맹점 결제행위­절취한 카드의 사용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권원없이 가맹점주를 기망한 행위이므로 별도의 사기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라. 현금서비스­현금인출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6. 자기 카드의 부정사용

카드사용으로 인한 대금결제의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같이 가장하여 카드회사를 기망한 후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서비스를 받고 가맹점에서 결제한 경우, 가맹점 결제에 대하여는 카드회사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정당한 소지인인 한 카드회사가 그 대금을 가맹점에 결제하고, 카드회사는 카드사용자에 대하여 물품구입대금을 대출해 준 금전채권을 가진다는 점에서(타인카드를 사용한 경우에는 카드 명의자가 무조건적으로 대금지급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와 결론을 달리한다 할 것이다), 현금서비스에 대하여는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도 결국 카드회사로부터 그 지급이 미리 허용된 것이고, 단순히 그 지급방법만이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모두가 ‘피해자인 카드회사’의 기망당한 의사표시에 따른 카드발급에 터잡아 이루어지는 사기의 포괄일죄이다(대법원 1996. 4.9. 선고 95도2466 판결).


7.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발급받은 카드사용

카드 발급 자체로 사기죄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카드회사의 내심의 의사는 물론 표시된 의사도 어디까지나 카드명의자인 피모용자에게 이를 허용하는 데 있을 뿐이므로 현금서비스를 받는 행위는 별도로 절도죄를 구성하고(2002도2134), 가맹점 결제행위는 별도로 사기죄를 구성한다.


8. 죄수

동일한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한 행위는 포괄하여 여전법위반죄의 일죄에 해당하고,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한 결과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그 각 사기죄가 실체적 경합관계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여전법위반죄와 사기죄는 그 보호법익이나 행위의 태양이 전혀 달라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신용카드 부정사용행위를 포괄일죄로 취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대법원 1996. 7.12. 선고 96도1181 판결).

9. 마무리하며

이상을 정리하자면 판례(판례가 없는 경우 판례의 취지를 유추한다)에서는,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현금서비스 행위에 대하여 절취 내지 강취한 카드를 사용한 행위는 별개의 절도죄로, 편취 내지 갈취한 카드를 사용한 행위는 카드 편취 내지 갈취행위와 포괄일죄로, 횡령한 카드를 사용한 행위는 별개의 절도죄로 처단하고, 가맹점 결제행위에 대하여 모든 경우 별개의 사기죄로 처단한다. 즉 가맹점 결제 행위와 현금인출행위(현금서비스 포함)를 구분하여 현금인출행위에 대한 편취 내지 갈취카드 사용의 경우 외에는 별개의 죄로 처단하되, 현금인출행위는 절도죄로, 가맹점 결제는 사기죄로 처단한다(계좌이체 등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단). 그리고 피해자는 절도죄의 경우에는 현금지급기의 관리자로, 사기죄의 경우에는 가맹점주로 보는 듯하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카드 부정취득의 태양 및  가맹점주에 대한 기망과 기계적 인출행위를 구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다만, 현금인출행위에 대하여 절도죄로 처단함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서 입법으로서 재산상 이익 취득과 더불어 재물 취득의 경우도 포섭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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