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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법률교육과 법률가 충원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

김기창 교수(고려대 법대)

I. 현행 제도의 문제점

거듭 지적되고 있지만 국가가 시행하는 일회성 시험(사법/변호사 시험)에 의존하여 법률가 선발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현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이다.

국가시험이 당락(pass/fail) 뿐 아니라, 등수까지 부여하는 경우라면 그 시험에서 고득점을 획득하는 것에 모든 관심과 노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로스쿨 자체가 시험 학원으로 전락하거나, 로스쿨에 등록한 학생들이 또 다시 시험 학원을 기웃거리는 사태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II. 법률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제 조건

모든 로스쿨이 기껏 국가 시험 합격에만 목을 메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수준의 질 높은 교육과 활발한 국제 교류를 아무리 외쳐본들 반향없이 사라질 허무한 공염불에 불과하다. 법률가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진정한 노력은 현재와 같이 국가 시험에 의존하는 법률가 선발 제도가 유지되는 한 불가능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는데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 시험에 대한 맹신이 조금이라도 완화돼야 법률 교육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고, 다양한 내용의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 시험에 대한 맹신을 완화시키려면, 법률 교육기관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 밖에는 없다. 법률가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법률 교육과 평가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교육기간 동안 우수한 성적을 얻은 자는 더 이상의 국가 시험 부담 없이 법률가로 진출할 수 있는 제도(서 유럽 여러 나라, 호주, 캐나다 등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요원하다.


III. 법률 교육과 평가의 신뢰성 향상

모든 과목에 다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법률 기초 과목’이라 할만한 핵심 과목들의 경우에는 종래와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법률 교육의 품질 관리와 성적 처리의 공정성과 신뢰성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

1. 법률 기초 과목의 선정
학교별 필수 과목과는 별도로 우리의 법률 실무가들과 법률 교육제공자들의 대표성 있는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여 공동으로 결정되고, 약 5년 마다 주기적으로 재점검되는 법률 기초 과목이 정해질 필요가 있다.

2. 법률 기초 과목 통합 운영 방안
각 기초 과목은 학기 별 강좌 형태로 분산되어 제각각 운영될 것이 아니라, 해당 과목 전체에 대한 강의 개요(syllabus)가 각 로스쿨 마다 그 과목 교수들의 합의로 확정되어 공표될 필요가 있다.

3. 기초 과목별 종합시험
학기별 강좌가 끝날 때 해당 강좌를 담당한 교원 자신이 임의로 출제하여 치르는 기존의 학기말 시험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관리되는 기초 과목별 종합시험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4. 종합시험 채점 및 성적 처리 절차
기초 과목별 종합시험은 해당 과목을 수강한 그 학교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일시에 시행된다. 과목별 학점 분포 비율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로스쿨들은 모두 이 비율을 미리 공개하여야 한다.

5. 종합시험에 대한 외부 검증 제도
성적 처리가 완결되면, 각 과목의 출제 문제와 답안지는 다른 대학교의 해당과목 교수(외부심사교수 external examiner)에게 보내어 사후 검증을 받는다. 외부 심사교수의 심사보고서는 반드시 공개하여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 교육을 총괄하는 법학교육위원회는 이러한 외부심사교수의 심사보고서를 모니터하고, 특이 사항이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학교의 해당 과목에 대하여는 적절한 실사나 사실 조회 등을 거쳐 시정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여 법률 교육과 평가의 전반적인 신뢰성이 유지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것이다.


IV. 변호사시험 제도 운영 방안

이처럼 대학 교원들 스스로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때에 비로소 대학의 자율을 조심스럽게 주장할 약간의 근거가 마련될 수 있고, 그것에 기초하여 로스쿨 졸업자에 대한 변호사시험 제도는 다음과 같이 신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변호사자격 시험은 법률 기초 과목과 법조 윤리에 대하여 실시하면 무난할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에서 법률 기초 과목 종합시험에 이미 응시하여 B학점 이상을 획득한 과목에 대하여 또다시 변호사자격 시험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이 그 과목을 재차 평가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변호사자격 시험은 로스쿨에서 자체적으로, 그러나 상호 검증(외부 검증)을 받으며, 실시한 기초 과목 종합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과목이거나(기초 과목이 그 학교의 필수 과목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C학점 이하를 받은 과목에 한하여 응시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V. 결론 - 법률가의 국제경쟁력 확보

법률 교육 제도 전반이 참담한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해 있고, 모든 것이 국가 시험 합격 여부에 달려 있는 현 사태를 그대로 놔 둔 채, 영어 교육을 강화하라느니, 국제 법무에 관련된 과목을 증설하거나 외국과의 교류를 활성화하라는 등의 한가한 이야기를 안일하게 늘어놓는다고 해서 법률가의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법조인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대학의 법률 교육 전반이 국제적 수준으로 체질 개선되면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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