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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손실보상 요건으로서 공용침해와 사회적 구속성의 구별

성중탁 변호사(서울)

1. 서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밀집된 우리나라에서 개인 토지 등 사유재산의 수용에 따른 손실보상 문제는 과거나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사회적, 법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화두이다. 개인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적 규제에는 위법한 것과 적법한 것이 있을진대, 전자의 경우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의해 권리구제가 가능할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공용침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제23조 제1항 후문 및 제2항에 근거한 사회적 구속성의 범위 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손실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한편, 손실보상을 요하는 공용침해로 보는 경우 그 이론적 근거에 대해 학설·판례는 특별희생설을 취하고 있는 듯하나, 이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재산권에 대한 제약이 손실보상을 요하는 특별한 희생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인데 이에 대해 선진 각국에서 많은 논의가 있지만 아직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막힌 이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에서의 논의를 살펴보는 것은 손실보상을 요하는 특별희생의 기준이나 척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 각국의 이론을 소개한 다음 우리나라의 경우도 간략히 언급하기로 한다.(참고로, 지면 관계상 광대한 각주 내용을 아쉽게도 모두 생략했음을 밝힌다. 자세한 점은 박홍우 「재산권 제한의 법리와 그 적용한계」, 신평 「미국에서의 사적 개발목적을 위한 공용수용」, 성중탁 「헌법상 재산권의 제한」 「한계에 관한 고찰」 제63면 이하 참조)


2. 각국에서의 논의

가. 미국에서의 논의

(1) 미국 헌법 수정 제5조는 “누구든지 법률이 정하는 정규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하며, 또 정당한 보상 없이 그 사유재산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수용(taking)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헌법 수정 제14조 제1항은 “어떠한 주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사람으로부터도… 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수정 제5조는 제14조 제1항에 의하여 주에도 적용되므로, 미국에서는 연방뿐만 아니라 주가 개인의 재산권을 수용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가 재산권 규제의 일환으로 사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취득하거나, 정부 또는 제3자가 장기간 물리적으로 점유하도록 하면 그 자체 수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주 긴급한 상황 하에는 손실보상을 요하는 수용으로 보지 아니한다. 그러나 수용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찰권의 행사에 의한 경우의 구별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판례는 Dunham 교수가 조각보이불(crazy-quilt-odd ends[pieces] of cloth)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용수용의 허용에 관대한 판례와 사유재산 보호로 기울어진 판례가 병행하여 나타남으로서 일관된 원칙에 서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2005년에 Kelo v. New London 사건에서 그 반목을 끝낼 획기적 판례가 나왔다.

(2) 손실보상을 요부를 결정하는 구별기준에 관한 미국 이론으로 1) 기업-중재(Enterprise-Arbitration) 이론이 있는데, 이는 정부가 기업가적인 자격으로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상태를 향상시킴으로써 개인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헌법상 손실보상을 요하지만, 그와 달리 정부가 단지 중재자적 자격에서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결과 개인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실이 아무리 많더라도 손실보상을 요하지 아니하는 경찰권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2) 해악-이익(Harm-Benefit) 이론은 공중에 해악을 주는 토지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경찰권의 행사로서 보상을 요하지 않지만, 공중에 이익을 주는 토지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수용에 해당해 보상을 요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3) 경제적 손실(Economic Loss) 이론은 토지이용규제가 재산의 시장가치를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경우에는 수용에 해당해 손실보상을 요하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경찰권의 행사로서 손실보상을 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밖에도 4) 평균적인 혜택(Average Reciprocity of Advantage) 이론은 토지이용규제에 의해 피규제자가 다른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평균적인 혜택을 입는 경우에는 손실보상을 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해악-이익이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며, 5) 형량(Balancing) 이론-토지이용규제에 의해 달성되는 공공의 이익과 피규제자가 입는 피해를 형량해서 전자가 후자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경찰권에 의한 규제가 허용된다고 한다.

(3) 최근 미연방 대법원 판례 - 미국에서도 수용이론(Taking theory)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특히 토지이용제한 사건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융통성이 크므로 개인 재산권에 타격을 줄 여지가 크다고 보여진다. 분명한 것은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정부 스스로를 위해 제한하는 경우에는 수용이 될 가능성이 많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가장 적다는 것이다. 최근, 2005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Kelo v. New London 사건에서 미국의 New London시에 있는 뉴런던 개발회사가 폐쇄된 해군기지가 있던 지역에 주립공원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마침 여기에 유명 제약회사인 Pfizer사가 제약 연구시설을 짓겠다고 공표하면서, 위 지역에 대한 수용절차가 진행되게 되었다. 그런데, 일부 수용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이 사적개발을 위한 수용이 미국 수정헌법 제5조에 반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고, 위 소송에서 미연방대법원은 5 대 4의 팽팽한 대립 속에 위 New London시가 사적인 개발을 위해 소요되는 토지로 팔기 위해 개인 사유재산에 대한 공용수용을 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5조에서 말하는 ‘public use’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는데, 위 판례는 공용수용의 발동을 좀 더 원활히 하여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 하려고 한 것으로서, 뉴 런던시의 시 개발계획에 의해 들어서게 된 주립공원 및 연구시설의 건립은 공동체에 상당한 이익을 부여하고, 일자리 및 조세수입 증대 등이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수정헌법 제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public use에 해당한다고 봄으로서, 공용수용의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연방헌법재판소는 향후 사적재산권 보호보다는 공용수용을 보다 관대하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중론인 듯하다.

나. 독일에서의 논의

(1) 독일 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공용수용(Enteignung)은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서만 허용된다. 그것은 보상의 방법과 정도를 규정하는 법률에 의하거나, 또는 법률의 근거 하에서 행하여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공용징수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구속성에 해당하는가에 따라서 손실보상의 필요성 여부가 구분된다. 그 구분에 대해서는 Weimar헌법 이래 재산권 제한이 특별희생인가 여부를 둘러싸고 논의되어 왔다.

(2) 구별기준에 관한 독일 이론으로 1) 형식적 기준설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일반적 침해인가 아니면 특정인 또는 특정 제한된 범위의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인가 하는 형식적 기준에 의하여 공용수용 여부를 판단한다. 2) 실질적 기준설은 형식적 기준설의 결함을 지적하면서 특별한 희생과 사회적 구속의 구별기준을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의 내용, 즉 침해행위의 본질성 내지 그 강도 등의 실질적 표준에 의하여 구별하고자 하는 입장을 통칭하는 설인데 위 학설 중 가) 보호가치설은 Walter Jellinek에 의해 대표되는데, 역사·일반적 사상·언어의 관용·법률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재산권은 보호할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바, 전자에 대한 침해만이 보상을 요하는 공용침해라고 한다. 나) 수인기대가능성설은 Stodter에 의하여 대표되는 설로 어떠한 침해행위가 그의 본질과 강도에 비추어 재산권의 주체에게 그 제한의 수인을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이면 보상이 필요 없는 사회적 구속이고, 그 정도를 넘으면 보상을 요하는 공용침해가 된다고 한다. 다) 목적위배설은 Ernst Rudolf Huber, Ernst Forsthoff 등에 의해 주장되었는데, 재산권에 가하여지는 공권적 침해가 재산권의 본래의 기능 또는 목적에 위배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서 손실보상을 요하는 공권적 침해와 그렇지 아니한 사회적 구속을 구별한다. 라) 사적 이용설은 R. Reinhart가 이 설을 주장했는데, 개인이 갖는 재산권의 사적 이용 가능성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보상을 요한다고 한다. 마) 사회기속성설은 사회적 기속을 넘어선 모든 재산권의 침해는 보상을 요하는 공용침해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기본권이론에 의해 허용되는 재산권의 침해인지 여부를 조사해 그 정도를 넘으면 보상을 요한다고 한다. 바) 상황구속성설은 주로 토지의 이용제한과 관련해 연방일반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발전되었는데, 토지는 존재하는 사실적 위치로부터 그 이용을 제한받는 의무성이 나오는데 그 의무는 그 토지에 고유한 부담으로서 개별적으로 구체화해서 그 이용을 금지하더라도 이는 공용수용이 되지 않으며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이 될 뿐이라고 한다.
다. 일본에서의 논의

(1) 일본 헌법 제29조 제3항은 “사유재산은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서 공공을 위하여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수용이라는 용어가 영어로는 Taking으로 번역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설은 사유재산을 빼앗는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권 보장의 관점에서 보상을 필요로 하는 경우를 넓게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는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도 손실보상은 특정한 자에 대하여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자연적 제약을 넘어서 특별한 희생을 과하는 경우에 인정되고 있으며, 특별한 희생을 과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학설이 대립되고 있다.

(2) 구별기준에 관한 일본 이론으로는, 1) 형식·실질 이분설이 있는데, 이는 침해행위가 널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혹은 특정한 범주에 속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형식적 요건), 침해행위가 재산권에 내재하는 제약으로서 수인하여야 할 한도 내의 것인가, 혹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정도로 강도의 것인가(실질적 요건)라고 하는 2가지 요건에서 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2) 실질 요건설은 재산권의 박탈 내지 당해 재산권의 본래의 효용의 발휘를 방해할 정도의 침해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상을 요하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권행사의 제한 정도가 당해 재산권의 존재가 사회적 공동생활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사회적 구속의 표현으로서 보상은 요하지 아니하지만, 다른 특정한 공익목적을 위해 당해 재산권의 본래의 사회적 효용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과해지는 제한일 때에는 보상을 요한다고 한다. 그 밖에 위 이론들에서 파생된 3) 경찰제한·공용제한설과 4) 내재적 제약설이 있다.

라. 우리나라에서의 논의

우리의 이론 전개는 독일, 일본과 비슷하다. 학자들은 대개 독일 또는 일본의 이론을 소개한 다음 각 학설 모두 일면 타당성을 가질 뿐, 특별한 희생의 범위는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되는 기준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한다. 그러면서, 실질적 기준을 주로 하고 형식적 기준을 참작하자고 하는 절충설 내지 또는 실질적 기준설과 형식적 기준설을 종합하여 판단하자고 하는 의미의 절충설을 취하고 있는 것이 우리 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며 관련 학설로는 상황기속이론, 사회기속이론, 기대가능성이론, 사적유용성이론 등이 있다.
 
3. 결어

이상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손실보상을 요하는 특별한 희생의 구별기준이 각 나라마다 다양하다고 할 것인데, 이는 역설적으로 그 만큼 구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재산권의 개념 및 사회적 구속성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변천 또는 지역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는 유동적 개념이이고 정책적으로 사회국가적 경향이 강화될수록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성의 정도는 심화될 것이다. 손실보상을 요하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판단에 있어 재산권이 토지재산권이냐 여부, 기업재산권이냐 또는 개인의 생존에 필요한 재산권인지 여부, 당해 재산권을 소유자의 어느 정도의 노력에 의하여 취득한 것인지 여부 등 형평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손실보상과 관련한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특별한 희생의 구별을 기존의 판례들을 근거로 획일적으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당해 재산권의 종류와 법익, 제한의 목적, 제한의 정도 등을 모두 종합하고, 위에서 살펴본 선진 각국의 새로운 논의를 다양하게 참작해 개별적 형평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변론주의를 취하는 우리의 재판구조 하에서는 담당 변호인의 성실한 조력이 그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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