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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직위해제의 성격과 법률관계

박수근 한양대 법대 교수

Ⅰ. 문제의 제기

1. 새로운 현상

종래부터 사용자는 근로자가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한 경우에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을 명하고, 그 후 취업규칙상 당연퇴직조항의 적용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등  직위해제는 인사실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최근 직위해제에 관해 새로운 현상들이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경영상 해고가 아닌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방법으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을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경영상 해고분쟁이 감소하고, 직위해제를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실태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둘째, 2008년 새 정권의 출범이후 공기업들이 경영합리화의 방안으로 또는 정부가 공무원감축 방침으로, 대규모의 직위해제 내지 대기발령을 내리고 있다. 향후 기업들도 이런 목적으로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을 더욱 활용할 것으로 파악되므로, 이에 대한 가처분 등 법적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의문점

근기법 제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할 뿐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에 관해 규율하고 있지 않다. 다만, 성질상 그 유사성을 비교한다면 정직처분에 가깝다. 따라서 근로자와 사용자, 분쟁해결기관을 위해서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의 개념, 성격, 법률관계에 관한 해석론이 요구된다. (다만,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은 직위해제를 규정하고 있어, 근기법과 근로자에 대한 문제의식, 법해석 또는 법률관계와는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다.)

Ⅱ.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의 개념과 성격

1. 개 념

인사실무에서, 직위해제는 직위 또는 직책을 박탈하여 일정한 직무수행을 못하게 하는 것이지만, 대기발령은 반드시 직위 등의 박탈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인사제도를 다루는 학문분야에서 논의되는 내용에 따르면, 직위 내지 직책과 직무가 일치하는 고위직급의 직위해제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대기발령상태가 되지만, 직위와 직무가 일치하지 않는 하위직급의 경우는 직위해제를 당해도 일정한 직무는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취업규칙 등에는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을 구별하여 규정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양자를 동시 또는 분리하여 명령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두 개념은 일응 구별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양자는 근기법상의 개념이 아니고, 기능적으로 동일 내지 유사한 점이 많다. 판례는 직위해제를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해당 근로자에게 직위만을 부여하지 않는 인사처분(대판2004. 10. 28. 2003두6665.)으로, 대기발령은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대기시키는 인사명령(대판2006. 8. 25. 2006두5151.)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기발령후 직권면직되는 사례(대판2007. 9. 21. 2006다25240.)를 보면, 기능적 모습은 직위해제와 동일 내지 아주 유사하다. 따라서 법 효과의 측면에서 양자의 개념과 이를 구별할 필요성은 무엇인지라는 점이 제기된다. 이하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은 개념과 성격 및 법률관계에서 동일 내지 유사한 것으로 보며 이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사용한다.

2. 법적성격과 징계와의 구별

1) 성격과 형태

직위해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행사할 수 있고, 그것에는 사용자의 재량권이 강하게 인정되는 인사권의 행사이며, 취업규칙 등에 규범적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직위해제가 근기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적법하다.(대판2005. 2. 18. 2003다63029.)

그러나 근로자는 직위해제를 사용자의 재량권이 아주 축소되는 징계 또는 경영상의 해고로 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직위해제를 사용자가 행하는 잠정적인 인사권의 행사라고 하여도 구체적으로 이용되는 형태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첫째, 근로자를 직무에 계속적으로 종사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아서 직위해제를 한 경우는 인사권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둘째, 근로자에게 징계혐의사실이 발견되어 직위해제를 했다면 징계처분으로 보아야 한다. 셋째, 징계를 위해 잠정적으로 대기시킬 목적에서 직위해제를 했다면 사용자의 인사권 또는 징계권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넷째, 사업 또는 부서에 과잉인원이 발생하여 인사고과 등에 의해 특정 근로자를 직위해제했다면 경영상 해고를 위한 사전적 절차의 성격이 강하다.

2) 판단

위와 같은 형태와 성격 때문에, 직위해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사용자의 처분이라고 해도 인사권 또는 징계권의 행사인지는 취업규칙의 내용, 그 원인과 절차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직위해제의 법적성격을 구별하는 실익은 인사권과 징계권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법적효과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근로자가 시기를 달리하여 두 번의 직위해제를 받아도 그 성격이 인사권의 조치와 징계처분으로 구분되면, 일사부재리나 이중처벌금지에 저촉되지 아니하게 된다.(대판1992. 7. 28. 91다30729.)

Ⅲ. 직위해제의 법률관계와 임금

직위해제의 법률관계는 이것이 인사명령인가 아니면 징계처분인가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는 전자의 성격에서 직위해제가 행하여진 경우를 전제로 하여 중요한 내용만을 확인한다.

1. 특징과 내용

근로자의 신분은 유지되고, 종전의 직위는 박탈되며, 종전의 직위에 따른 직무수행은 정지되거나 노무제공의 의무 등은 다른 내용으로 전환되지만, 구체적인 것은 직위해제시에 부과되는 의무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직위해제시 직위의 부여가 금지된 것일 뿐,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므로, 출근의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대판2003. 5. 16. 2002두8138.)

다만, 항상 출근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만약, 직위해제시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자택대기라는 취지로 명령되었다면 출근의무는 없다. 또한, 직위해제로 종전에 근로자가 보장받던 임금 등은 불이익하게 변경된다. 이것은 현실적 또는 장래의 사항으로 구별할 수 있다. 전자는 직무급 등을 받지 못하는 것이고, 후자는 직위해제의 전력 때문에 승급·승진 등에서의 불이익이다.

2. 임금감액과 합리성

사용자는 직위해제를 하며 임금을 어느 정도 감액할 수 있고, 또한 근로자는 이를 어떻게 다툴 것인가는 인사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임금이 감액된 경우 근로자는 그 자체 또는 직위해제가 부당하다고 다툴 수 있다. 그런데, 직위해제시 임금의 감액이 정당한지 여부는 취업규칙 등에 규정된 내용을 확인하고, 직위해제의 법적 성격과 법률관계에 따른 특징과 내용을 검토하고, 임금의 형태와 구성에 관한 내용을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한다. 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임금총액과 구성항목 등을 고려하여, 임금감액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근로자에게 너무 불리하게 되어 그에 대한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임금은 근로자에게 중요한 생활수단이고 직위해제의 원인사유와 임금형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기법상 휴업수당 등을 고려할 때 직위해제시 임금을 감액하여도 최소한 평균임금 70%이상은 지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Ⅳ. 직위해제의 정당성

1. 판단기준

사용자가 직위해제를 하게 된 원인사유 등 그 필요성과 직위해제로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을 주로 비교·형량하여  그 정당성을 판단하게 되며, 그 부당성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특히 직위해제에 붙여진 기간의 유무와 그 정도, 복귀를 위한 절차 등은 직위해제시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높이는 취지에서 정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컨대,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님에도 사회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을 유지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대판2007. 2. 28. 2005다3991.)이다. 또한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버스운전자를 고정기사에서 대기기사로 발령하면서 다시 고정기사로 복귀할 수 있는 기간과 사유 및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용자의 복귀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경우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중노위2008. 4. 3. 2007부해1005.)

결국 직위해제의 정당성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의 방지와 복귀에 관해 근로자에게 객관적인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2. 소의 이익

직위해제에 대한 소의 이익은 그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도 보다 그 후에 전보명령, 당연퇴직 등 다른 처분이 내려진 경우, 어느 것이 유효·적절한 해결수단인지와 관련하여 주로 문제된다. 예컨대 직위해제의 종료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기록을 말소하도록 하고 있어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이것은 사실상의 불이익에 불과하고 법률상의 내용으로 볼 수 없어 직위해제무효확인은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어 이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대판2007. 12. 28. 2006다33999. 다만, 여기서 소의 이익 존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Ⅴ. 직위해제후 당연퇴직의 정당성

통상적으로 취업규칙 등은 근로자가 직위해제를 받은 상태에서 3개월 내지 6개월이 경과하고도 종전 또는 새로운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면 당연퇴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직위해제와 당연퇴직은 그 원인과 규범적인 측면에서 연결되므로, 그 법적 성격과 정당성 판단기준이 문제된다.

1. 독립된 처분

직위해제에 이은 당연퇴직은 규범적으로 별개의 독립된 처분이다. 따라서 직위해제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당연퇴직의 타당성까지 포함하지 않으므로, 당연퇴직에는 그 사유에 대한 정당성 평가를 통해 법적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 예컨대, 직위해제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사유로 평가되지 아니하며, 직위해제 기간 동안 근로관계를 종료할 만한 새로운 사유가 발생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아니하여, 직위해제와 당연퇴직의 사유는 동일 내지 유사하다고 평가되므로, 결과적으로 직위해제의 사유로 당연퇴직을 시킨 것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이다.(대판2007. 5. 31. 2007두1460.)

2. 해제조건과 청구권

직위해제는 그 기간 내에 원인사유가 해소되고 새로운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종전 또는 새로운 직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원인사유가 해소되지 않거나 추가되었다면, 사용자는 당연퇴직조항의 적용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직위해제와 당연퇴직 사이에는 원인사유의 소멸과 새로운 사유의 부존재를 해제조건으로 하는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째, 근로자는 해제조건이 성취되면 종전 또는 새로운 직위를 사용자에게 요구할 청구권을 보유하게 된다. 둘째, 사용자는 해제조건의 성취로 직위를 부여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불이행하면 부당하게 된다.

3. 실질적 해고

직위해제후 당연퇴직처분에는 사용자의 재량권이 강하게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판단은 직위해제와는 다르게 근로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므로 그것에는 재량성이 축소되어야 한다. 직위해제이후 당연퇴직조항의 적용은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제한에 따른 정당성이 요구된다. 특히, 부서폐지 또는 인사고과 등을 원인으로 하여 직위해제가 행하여지고, 그 후 당연퇴직조항이 적용된 경우라면, 실질상 경영상의 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4. 경영상 해고제도의 사문화

최근 규모가 일정한 이상인 기업들은 평상시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작성된 인사고과 등을 근거로 하여,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을 행하여 근로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하는 인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은 사실상 해고를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이 경영상의 해고를 대체하여, 근기법상 경영상 해고는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로 전락될 수 있다. 사용자가 인사권의 이름으로 직위해제를 이용하여 경영상 해고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편법적 상황에 대해 평가기준과 선정절차에 대한 합리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제도화를 통해서, 또는 해고의 정당성이라는 엄격한 기준에서 제한해야 한다.

Ⅵ. 결론을 대신하며

최근 기업들이 다양한 목적에서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을 이용하고 있지만, 노동법의 시각에서 아직까지 참고할 것은 판례평석에 불과하고, 상세한 해석론이 부족하여 근로자와 사용자 등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서도, 지면의 부족으로 구체적이며 완결된 내용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쟁점을 제기하는 정도에 그친다.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을 둘러싼 노동분쟁과 판례의 흐름, 제기된 쟁점들에 대한 세밀한 해석론은 다른 기회를 통해 검토하기로 한다.(김철영, 대기발령의 정당성과 한계, 조정과 심판, 중노위, 2002년, 48면;도재형, 직위해제에 이은 당연퇴직의 정당성, 조정과 심판, 중노위, 2004년, 6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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