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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소송법 판례분석

(24) 신의칙상 법원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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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판결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다201033 -


1. 사실 및 이유

(1) 원고는 제1심 청구원인 사실로서, 원고가 피고의 언니인 제1심 공동피고 소외인에게 2930만원을 대여하였고, 그중 2480만원을 피고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였는데, 피고가 위 금원을 송금 받아 소지하거나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는 소외인과 연대하여 대여금 248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2) 제1심은 피고가 소장 부본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자 2016년 9월 28일 무변론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제1심 공동피고 소외인에 대해서는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피고에 대해서는 통장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돈을 송금 받거나 이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차용금을 연대하여 지급할 의무가 없어 원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고 보아 원고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3) 원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장에서 피고에 대한 청구원인 사실을 대여금 청구에서 주위적으로는 피고가 소외인의 편취행위에 가담하였음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로, 예비적으로는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취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로 변경하였다.

 

(4) 항소심인 원심에서 원고의 항소장 부본은 피고에게 적법하게 송달이 되었지만 변론기일통지서가 폐문부재를 사유로 송달불능되자, 원심은 2016년 12월 5일 발송송달의 방법으로 변론기일통지서를 송달한 다음, 2016년 12월 6일 피고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제1회 변론기일을 진행하였고, 원고 소송대리인이 소장 및 항소장을 진술하고, 소장에 첨부되어 있던 금융거래내역을 서증으로 제출하자 더 이상의 심리를 진행함이 없이 그 기일에 변론을 종결하였다.

 

(5) 원심은 2016년 12월 22일 피고가 항소장부본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나 준비서면 등을 제출하지 않은 채 변론기일에 불출석하였으므로 제150조 제3항, 제1항에 의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변론주의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과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질문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수 있는 석명권 등 소송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고 분쟁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도록 충실히 사건을 심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2) 피고가 제1심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답변서 기타 준비서면과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심의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아니하기는 하였으나 피고는 제1심에서 원고의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는 취지의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는 원고가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제기한 것이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는 원고가 피고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한 금융거래내역이 유일하다. 거기에다가 무변론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만 가능하고,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더라도 변론 없이 하는 청구기각 판결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제1심이 무변론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피고가 변론에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차단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차라리 제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무변론판결이 선고되었더라면 피고는 원심에서 원고의 주장 사실을 부인하거나 이를 다투는 서면을 제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제1심의 위와 같은 잘못된 조치로 인하여 피고는 사실상 심급의 이익을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아울러 원심에서 변론기일통지서가 발송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되어 피고가 원심 변론기일에 참여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사정까지 감안하면,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은 소송진행에서는 바로 피고의 자백간주 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제1심이 무변론판결을 선고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연유는 무엇인지, 거기에 절차상 흠은 없는지, 소송의 경과를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가 원고의 주장사실에 대하여 다툰 것으로 인정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심리하여 보고, 필요하다면 서면 등을 통하여 원고의 주장에 대한 피고의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등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함으로써 진실을 밝혀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심리를 세밀히 하거나 적절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의 주장사실에 대한 피고의 입장을 밝혀 보지도 아니한 채 피고가 제1회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자 곧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제1심판결과 전혀 다른 결론의 판결을 선고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석명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지 아니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자백간주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논점의 전개

(1)문제의 소재

이 사건은 원심이 제150조 1항, 3항에 의하여 자백간주로 처리한 사건을 대법원이 제1조에서 정한 신의칙상의 법원 쪽 의무위반을 들어서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지금까지 민사소송의 신의칙 위반의 개념 설명에서는 당사자와 법원의 협력관계를 들면서 그 내용에서는 모두 당사자의 의무위반만 들고 있을 뿐 법원 쪽이 신의칙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법원이 신의칙을 위반하였으며 그 경우에는 어떤 조치를 하여야 하는지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2)법원의 신의칙 위반

(가) 이 판결에서 들고 있는 법원의 신의칙 위반은, 법원의 재판이 당사자의 심급이익을 사실상 박탈할 위험이 있는 경우이다. 즉, 이 사건에서 제1심의무변론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만 가능하고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더라도 변론 없이 하는 청구기각 판결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결과 원고가 항소하고 피고는 계속 불출석하자 원심이 제150조 1항, 3항에 의하여 자백간주로 원고승소판결을 한 것은 법원에 불출석한 피고로 하여금 변론할 기회를 주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심급의 이익을 박탈당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나) 심급의 이익박탈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하므로(제1조), 법원은 변론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과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질문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수 있는 석명권 등 소송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고 분쟁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도록 충실히 사건을 할 의무(대판 2003. 1. 24. 2002다61668참조)가 있는데도법원이 이 의무를 태만한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다) 원심은 이 경우에 제1심이 무변론판결을 선고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연유는 무엇인지, 거기에 절차상 흠은 없는지, 소송의 경과를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가 원고의 주장사실에 대하여 다툰 것으로 인정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심리하여 보고, 필요하다면 서면 등을 통하여 원고의 주장에 대한 피고의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등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함으로써 진실을 밝혀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다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3) 무변론판결과 법원의 석명권

(가) 제150조 3항의 무변론판결은 피고가 불출석하였다는 태도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제도로서 실체적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불출석한 피고에 대한 제재적 성격이 있다. 그러므로 무변론판결은 피고에 대한 제재로서 원고승소판결만 할 수 있을 뿐 달리 판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무변론으로 원고청구기각판결을 하더라도 판결의 무효나 취소사유가 아니다.

 

(나) 한편 석명권이라 함은 법원이 하는 소송지휘권의 한 가지 작용으로서 당사자가 하는 법정에서의 진술에 불분명·모순·결함이 있거나 또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 소송관계, 즉 사건의 내용을 이루는 사실관계 혹은 법률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질문을 하거나 증명을 하도록 촉구하는 법원의 권능을 말하는데(제136조 1항) 이것은 변론과정에서의 문제이지 제150조3항의 문제가 아니다.


(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제150조 3항이 심급이익의 박탈과 연결되는 경우에 이를 민사소송법상의 신의칙과 연결하여 피고가 불출석하는 데도 필요하다면 피고에 대한 서면 등을 통하여 원고의 주장에 대한 피고의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등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게 한 것은 법원의 새로운 심리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할 것이다.

4. 결론

사실 무변론판결이나 석명권 등은 변론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사항으로써 법원의 직권적 조치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조에서 규정한 민사소송의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당사자와 법원의 협력관계로 높인 다음 여기서 법원의 의무를 석명권행사로 연결한 것은 법원의 새로운 심리방향에 대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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