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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조세조약상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

백제흠 변호사(김앤장)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

미국법인 A는 세계각국의 정보수집요원들이 각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미국본사에 송부하면 그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한 후 이를 가공·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미국본사의 서버에 저장한 다음, 전세계 고객에게 그 금융정보를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을 통해서 전자적인 방식으로 제공, 판매하는 서비스업('쟁점 서비스')을 영위하였다. 원고는 A의 한국 자회사로서 A에게 한국의 금융정보 등을 수집하여 전달하고,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등의 설치 및 유지관리용역('쟁점 장비관리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았는데, 그 중 쟁점 장비관리용역은 내국법인 갑에게 하도급을 주어 갑이 자신의 사업장에 설치된 노드장비 및 한국고객들의 사무실 등에 소재한 고객수신장비를 유지관리하였다. 한편, A의 해외지점 직원들은 한국을 방문하여 고객의 사무실 등에서 쟁점 서비스의 판촉활동을 수행하면서 정보이용료 등의 계약조건을 안내해 주고('쟁점 홍보활동'), 원고의 사무실에서 한국고객에게 고객수신장비의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활동을 실시하였다('쟁점 교육활동').

A는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한미조세조약 제8조에 따라 한국고객의 쟁점 서비스 대가에 대하여 별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고, 부가가치세는 한국고객들이 부가가치세법 제34조에 따라 대리납부 방식으로 납부하였다. 원고는 A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소정의 외국법인 본사에 대한 외화획득용역으로서 영세율 적용대상으로 보아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한편, 갑은 원고로부터 수취한 용역대가에 대하여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A가 원고, 갑, 해외지점의 직원 등을 통하여 국내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였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나 원고의 사무실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고 쟁점 서비스를 그 고정사업장을 통해서 제공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제로 위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국내 소득의 상당 부분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고 또한 원고 및 갑 등에 대하여도 쟁점 장비관련용역 등을 실질적으로 A의 본사가 아니라 위 고정사업장에 제공하였다고 하면서 위 영세율 적용을 배제하는 등으로 부가가치세를 과세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 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미국법인이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를 통하여 미국법인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예비적이거나 보조적인 사업활동이 아닌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여야 하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여부는 그 사업활동의 성격과 규모, 전체 사업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심판결은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노드장비는 미국의 주컴퓨터로부터 가공·분석된 정보를 수신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장치에 불과한 점, 고객수신장비의 주된 기능은 A로부터 송부된 정보를 수신하는 장비인 점 등에 비추어 A가 위 각 장비를 통하여 국내에서 수행하는 활동은 A의 전체 사업활동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소재지에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A의 해외지점의 쟁점 홍보활동 및 교육활동 역시 A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곳에도 A의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한미조세조약상 A의 고정사업장에 국내에 존재하는지 여부로서 구체적으로는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 또는 원고의 교육장이 A가 '처분권한 또는 사용권한'을 가지는 국내의 건물, 시설 또는 장치 등의 '사업상 고정된 장소'에 해당하는지, 노드장비와 고객수신장비를 통하여 수행되는 정보의 전달, A의 해외지점 직원들에 의하여 원고의 사무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홍보 및 교육활동 등이 A의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의의 및 구성요건

국제거래에 있어서 고정사업장 내지 국내사업장의 존재 여부에 따라 세법상 과세방식의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조세조약 미체약 국가의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사업소득을 얻는 경우에 그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과세된다. 외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을 두고 있으면 그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여야 하고, 국내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국내원천 사업소득의 지급자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과세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세조약에서는 법인세법상의 국내사업장과 유사한 고정사업장 개념을 두어 국내원천 사업소득을 얻은 체약국의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거나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더라도 해당 사업소득이 그 고정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면 고정사업장이 있고 해당 사업소득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경우에는 내국법인의 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한다. 또한,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통상 부가가치세법상의 사업장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법인은 부가가치세도 신고,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통상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로서 객관적 요건으로 불린다. 기계나 장비 등도 물적 시설에 포함되고 물적 시설이 고정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항구적으로 특정장소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물적 시설을 사용할 권한을 갖거나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으로 주관적 요건이라 한다. 이는 고정된 장소와 사업의 수행간의 관계로서 사업이 그 장소를 통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요건이다. 기업이 어떤 장소를 통하여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대하여 처분권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그 장소를 사용하거나 사용 중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그 물적 시설을 통하여 기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요건으로서 기능적 요건이라고 한다. 외국법인의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아니면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사업활동인지는 상대적 가치에 의하여 판단된다. 예컨대,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수송의 경우 석유판매업자에게는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지 않으나, 석유운송업자에게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통상 어떤 기업이 여러 물리적 장소에서 예비적, 보조적 성격의 개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개별 활동을 모두 결합하여 한 사업장에서 수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결합된 사업활동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해당기업은 사업활동의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고 있다.

한미조세조약도 다른 조세조약과 같이 제9조 제1항에서 "이 협약의 목적상 고정사업장"이라 함은 어느 체약국의 거주자가 산업상 또는 상업상 활동에 종사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를 의미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지점, 사무소, 공장 등 다수 유형의 고정사업장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고정사업장에는 다음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a)목에서 '거주자에 속하는 재화 또는 상품의 보관, 전시 또는 인도를 위한 시설의 사용'을, (e)목에서 '거주자를 위한 광고, 정보의 제공, 과학적 조사 또는 예비적 또는 보조적 성격을 가지는 유사한 활동을 위한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의 보유'를 들고 있다.

즉, 한미조세조약도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나 다만,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어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사용되는 사업상의 고정된 장소가 고정사업장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개별 행위가 예비적, 보조적 성격을 지니는 이상 그 개별행위를 결합하여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를 구성하는지를 판단하지 않는 점이 특색이다.

3.  평석: 한미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과 전자상거래

대상판례는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으로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제시하면서 전자적 방법으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정보전달활동과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능적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전자상거래란 당사자가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소재하지 않고 전자적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재화와 용역에 관한 사업상의 거래로 정의되는데, 이는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컴퓨터 이외의 물적 시설의 존재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고정사업장의 구성요건을 기준으로 고정사업장의 존재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전자상거래에 있어서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은 컴퓨터 서버의 존재 여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장소에 고정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즉 컴퓨터 서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같은 입장이다. 둘째, 외국법인이 컴퓨터 서버를 자신의 사업에 사용하거나 그 사용을 중지할 수 있는 권능을 가져야 주관적 요건을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단지 타인이 설치, 운용하는 통신시설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 통신시설에 대한 처분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주관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로 기능적 요건의 충족을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의 전자적 수단의 운용이 소득의 획득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행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으로는 상품의 매도인이 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을 컴퓨터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수행하거나 판매대금을 서버에 게재된 웹사이트를 통해서 결제받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전자적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품을 가공, 제조하는 일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이 될 것이다.

원심판결도 같은 논거에서 A의 사업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분석하여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부분과 이를 판매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였던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 상품의 인도, 광고 및 홍보활동 등이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인정되는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도 서버에 게재된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상품의 인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OECD 모델조세조약도 보안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미러서버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열거하고 있다.

대상판례는 노드장비나 고객수신장비는 미러서버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기능이 정보전달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장비를 통하여 전자상품을 인도하는 행위는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A의 해외지점 직원의 쟁점 홍보활동과 교육활동은 한미조세조약 제9조 소정의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판단하였는바, 전자상거래에 수반되는 홍보와 교육활동은 여전히 예비적, 보조적 행위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  결어

대상판례는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판결로서 고정사업장을 구성하는 객관적 요건,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금융정보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에 종사하는 외국법인의 경우 노드장비 등을 통한 정보의 전달, 해외지점의 직원들에 의한 홍보 및 교육활동은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사업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일반 고정사업장의 기능적 요건이 유효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선례적 가치가 있다.

다만, 대상판례가 한미조세조약상의 고정사업장의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 및 기능적 요건 중 예비적, 보조적 행위의 결합 금지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판시를 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대상판례의 판시 논거와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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