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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공무원의 個人的 賠償責任認定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

Ⅰ. 判決要旨

[1]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2]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가는 그러한 직무상의 의무 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 경우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한다.

Ⅱ. 問題의 提起-공론화를 위한 문제제기

공무원 갑이 내부전산망을 통해 을에 대한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실효된 4건의 금고형 이상의 전과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을의 공직선거 후보자용 범죄경력조회 회보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사안에서, 원심(서울고법 2011.4.1. 선고 2010나78588판결)과 대법원은 갑의 중과실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 외에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까지 인정하였다.

불법행위를 한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을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인정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이 출현한 이후에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은 異論의 여지가 없게 되어 버린 양 느껴진다. 그런데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의 기조 그 자체의 문제점은 차치하고서, 그로 인해 행정법에 난맥이 빚어지곤 한다. 가령 公務受託私人을 전적으로 行政主體로만 인식하여, -위법행위를 행한- 한국토지공사에 대해 직접적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2010.1.28. 선고 2007다82950, 82967판결은, 국가배상법이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한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동판결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公務受託私人의 行政主體的 地位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989호, 2011.12.5.), 법원의 이런 태도는 실은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기인한다 하겠다.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이 내려졌을 땐 관련 논의가 매우 치열하였지만, 그 이후엔 그다지 문제제기가 없었다. 향후 국가배상법제의 개혁에서 판례의 태도가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기에, 새롭게 곱씹어 보아야 한다(상론은 졸저, 행정법기본연구, 2009, 159면 이하.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 글을 통해 다시금 공론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더불어 직무의무의 사익보호성과 관련한 접근에서의 문제점도 살펴보고자 한다.

Ⅲ.  職務行爲의 私益保護性과 관련한 接近의 문제점

일찍이 손해발생과 관련하여 직무행위(직무상의 의무)의 사익보호성(제3자성)여부를 효시적으로 논증한 대법원 1993.2.12. 선고 91다43466판결('극동호사건')처럼 사익보호성여부는 국가배상책임성립요건에서 손해의 발생 그 자체와 직결된 문제이다(동 판결은 규제권능의 불행사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서 관련 규정의 사익보호성을 모색한 점에 획기적인 의의를 갖지만, 직무상의 의무와 해당 직무행위의 재량성을 구별하지 않고 사안을 전적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차원에서 전개한 논증의 취약점도 있다. 그리하여 김남진 선생님은 재량축소의 관점을 환기시켰다. 김남진, 행정법의 기본문제, 1994, 1045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1994.6.10. 선고 93다30877판결이래로 이를 전적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차원에서 접근하는데, 대상판결 역시 그러하다(한편 배상책임제한적 기능을 갖는 사익보호성 요구에 대해서, 일부에선 -독일과는 달리-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지만, 반사적 이익에 대한 보호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이 요구는 모든 국가책임의 본질적 요소라 하겠다(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S.57). 독일의 경우에도 개인보호인정의 기준에서 국가책임법과 행정소송법은 동일한 기조에 있으며, 유럽연합법 역시 -공익만이 아니라- 원고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는 규범을 위반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상론은 졸고,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와 국가배상책임의 문제, 인권과 정의 제419호, 2011.8., 100이하 참조).

직무행위의 사익보호성여부는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되는가? 독일의 경우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범자(상대방)이론이 있다(대법원 1995.8.22. 선고 94누8129판결을 계기로 우리의 경우에도 불이익처분의 당사자와 관련해선 受範者(相對方)理論이 통용된다고 봄직하다). 이는 부담적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별다른 논증없이 원고적격이 인정되나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의 경우 그리고 제3효행정행위에서 그 제3자의 경우엔 원고적격여부가 탐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책임법에도 그대로 접목될 수 있다. 즉, 직무행위(직무상의 의무)의 사익보호성여부는 직무행위가 제3자와 관련성을 가질 경우와 직무행위가 부작위이나 거부처분으로 나타난 경우에 문제된다. 사안과 같이 직무행위가 그것의 직접 상대방과의 관련성만을 지닐 땐 굳이 직무의무(및 그 근거규정)의 사익보호성을 탐문할 필요가 없다.

Ⅳ. 공무원의 個人的 賠償責任認定의 문제점

1. 국가배상책임의 본질과 관련한 문제점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은 기본적으로 현행법상의 공무원개인의 책임은 면해지지 않는 것(헌법 제29조 제1항 단서)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상의 구상조항에 기저에 두었는데, 배상책임의 본질의 문제가 논의핵심이다. 즉, 배상책임의 성질은 공무원 자신의 책임이나 구상에 관한 법상황에 의거하여 가늠할 수 없는 제도의 본질에 해당하기에, 이 문제는 전체의 체계와 그 역사적 연원에 의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國家無責任에 따른 공무원개인책임형은 사상적으론 "왕은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봉건사상에, 이론적으론 적법한 것만을 위임하였다는 소위 委任理論에 바탕을 두었다(이 위임이론은 18세기에 풍미하였는데, 그 당시에도 "정말 터무니없다"고 표현되곤 하였다). 국가배상시스템은 이런 체제가 극복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그리고 국가자기책임설은 기본적으로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문제 삼지 않는다. 

 비록 국가의 자기책임까진 가진 않더라도 국가의 책임인수를 바탕으로 한 대위책임에 이르렀다면, 가해 공무원의 개인적 책임 문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즉, 대위책임의 인정은 책임인수를 통한 배상책임자의 바꾼 것이어서 그 자체가 가해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추궁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나아가 배상책임을 자기책임으로 보는 것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배상책임자로 처음부터 국가만을 상정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 주관적 책임요소를 탈색시킨 국가자기책임설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선택적 청구권을 인정한 동 판례의 다수견해의 기조를 수긍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배상책임의 성질은 일원적으로 보아야 한다. 배상책임의 성질은 求償에 관한 입법상황에 좌우될 수 없는 본질의 문제이다. 요컨대 동 판례의 다수견해는 국가배상법제를 以前 시대로, 과장하면 위임이론이 주효하였던 國家無責任의 시대로 되돌렸다 하겠다. 더군다나 해당 사건이 군인·군무원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과거 유신헌법의 잔영이 顯現된 사건인 점에서 또 다른 문제인식을 불러일으킨다.

2. 헌법차원의 문제점

현행 국가배상법이 명문으로 공무원의 고의와 과실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현행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은 분명 대위책임적 구조이다(하지만 지금도 일부 주에서 통용되는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은 물론 유럽연합법은 고의와 과실과 같은 주관적 요소를 폐기하였다). 그런데 헌법학의 문헌에선 헌법상의 국가배상책임시스템이 자기책임이라는 입장이 多數이다. 국가배상에서 헌법이 자기책임적 기조를 지향할 경우, 하위법인 국가배상법의 대위책임적 구조는 조화되지 않는다. 이런 괴리는 자칫 국가배상법에 대해 위헌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민법이 -현재에도- 분명 국가무책임에 따른 공무원개인책임을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위의 다른 법률(일종의 특별법으로서)이 대위책임적 구조를 성립시켰고, 그런 수정이 헌법차원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1948.7.17.에 시행된 -지금의 제29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헌헌법 제27조가 마련된 다음, 국가배상법이 1951.9.8. 제정, 1951.9.8.에 시행되었다(일본도 우리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는데, 다만 국가무책임설의 모태인 王政을 기반으로 한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국가배상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민법의 불법행위론이 주효하였다.

국가배상법제의 형성에서 독일과 다른 역사적 경험은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하다. 독일의 경우 그 자체로 대위책임을 표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역사적, 체계적 해석상 대위책임으로 접근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연혁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위책임으로 전개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형을 표방한 것이었다.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을 독일과는 달리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분리시켜 검토할 수 있다. 요컨대 헌법이 無責的 국가배상책임을 분명히 표방하기에,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거하여 가해 공무원의 개인적 책임을 전제로 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을 부정한다든지, 국가가 아닌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든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違憲을 면치 못한다(참고로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은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였다. 동법 제1조 제2항).

Ⅴ. 맺으면서-還曆의 전환점에 선 國家賠償法에 대한 拔本的 改革

여기서의 문제제기가 螳螂拒轍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나름의 의미를 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봄으로써 도리어 신고제 자체에 逆風을 가져다 줄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에서 그 반대의견이 미래 변화에 대한 희망의 싹이듯이,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는 소중한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  유럽연합법 그리고 대위책임구조하에서 나름의 진화를 강구하는 독일 판례의 경향과 비교하면, 우리 국가배상법은 民事不法行爲論的 틀 그것도 우리와 다른 일본 민법의 불법행위론에서 비롯된 정말 불필요한 논의에 너무나 오랫동안 강력하게 포획되어 있다. 비단 법원만이 아니라 행정법학 역시 어제의 행정법학이 오늘은 물론 내일도 그대로이어선 아니 된다. 법학적 체계사고에서의 언명은 미래의 향상된 인식과 바탕규준의 불변성의 유보하에 있기에(Schmidt-Aßmann, Das allgemeine Verwaltungsrecht als Ordnungsidee,2.Aufl., 2004, S.1), 행정법도그마틱의 收藏庫에 들어있는 것들에 대해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인생에서 60년 還曆은 과거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타이밍이다. 1951.9.8.에 제정·시행된 국가배상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환력의 전환점에 선 국가배상법에 대해 그것의 拔本的 改革만이 요구된다(필자는 한국행정법학회가 2011.12.9.에 개최한 제1회 행정법분야 연합학술대회에서 기존의 국가배상법제를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였다. 국가배상법개혁을 통한 법치국가원리의 구체화, 발표문 143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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