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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9) 보험법

백승재 변호사 (한영회계법인 전무)

Ⅰ. 머리말

최근 보험 관련 판결을 보면 보험사가 가입자보다는 정보의 우위에 있어서인지 법원은 가입자에 유리한 판결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뉴스나 신문지면을 통해 보험가입자 혹은 보험계약자들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심해지는 듯한 기사거리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2015년에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관련된 판례가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를 계기로 사회적 인식이 조금 달라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관련 판례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정신질환 면책약관 유효성 (대법원 2015. 9. 24. 2015다217546호 판결)

원고는 딸 B를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 보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B는 3년 후부터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그 사이 2번에 걸쳐 자살시도를 했으며, 그로부터 1년 뒤인 2013년 10월 16일 술과 함께 약물을 과다 복용해 사망했다. 원고가 가입한 보험회사의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자살과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면책조항이 있었고, 이에 따라 1, 2심은 원고가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까지 면책조항을 마련해 둔 약관은 무효라고 판단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가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더라도 질병사망보장 특별약관이 보장하는 보험사고인 피보험자의 질병 그 자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한 질병 사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B의 사망을 질병사망보장 특별약관이 보험사고로 정하는 질병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해보험 및 질병보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자살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아니한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면책약관은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을 피보험자의 고의나 피보험자의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면책사유를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되어 상해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그 증대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손해는 보험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데 있다. 보험에서 인수하는 위험은 보험상품에 따라 달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러한 면책사유를 규정한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만일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에 의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위 면책사유에 의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제된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면책약관 중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손해'부분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에 따라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면책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약관의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정신질환을 자살과 별도의 면책사유로 둔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되어 상해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그로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험 보호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려는데 있고,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을 자살과 별도의 독립된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이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도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에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바, 이는 피보험자가 고의에 의하여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보험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면 보험계약이 보험금 취득 등 부당한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였으나 이에 대해 면책약관의 무효를 주장하고 보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정신질환을 앓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사고로 봐야 한다"며 보험금 청구권을 인정한 기존의 대법원의 판결(2006. 3. 10 선고 2005다49713)과 배치되는 면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 보상대상질병으로 인한 합병증의 보장범위(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2다50087호 판결)

甲이 乙 보험회사와 체결한 보험계약의 특정질병보장특약 약관에는 당뇨병 등을 9대 질환으로 규정하면서,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 이후에 9대 질환으로 진단 확정되고, 9대 질환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수술을 받았을 때 수술급여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甲이 당뇨병 진단을 받고 당뇨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을 치료받기 위하여 레이저 광응고술을 받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특정질병보장특약의 보장대상인 9대 질환 중 당뇨병에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당뇨병(E10-E14)이라는 항목군에 속하는 세분류 단위에 기재된 질병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뇨망막병증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당뇨병(E10-E14)항목군의 4단위, 5단위 분류에 기재되어 있고, 피고 甲은 당뇨망막병증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레이저 광응고술을 받은 것이 분명하며, 특정질병보장특약 약관에서 수술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지 않고 레이저 광응고술도 넓은 의미의 수술에 포함될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甲이 받은 레이저 광응고술은 특정질병보장특약 약관에서 규정한 9대질환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받은 수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보험상품의 약관에는 보상대상질병으로 인한 합병증의 보장범위를 명확하게 담고 있지 아니하므로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와 가입자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잦았으나 2014년 12월 24일자로 금융감독원을 통해 보장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선하도록 조치하였고, 이에 2015년 상반기에 개선약관을 기초로 하여 보험금 지급을 하도록 한 바 있으므로, 명확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법원, 보험사 등이 함께 관련 법, 약관 등 규정을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3. 불고지, 부실고지의 내용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호 판결)

보험자가 질문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보험계약자 혹은 고지의무자가 고지할 필요가 있는가? 보험자가 명시적으로 질문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악의로 이를 묵비한 때에는 보험자는 이를 불고지로 보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보험계약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해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고지한 경우, 보험자는 보험사고 발생전후를 불문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으로 보험자(보험회사)에게 해지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고지의무자(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고지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객관적 요건으로서 중요한 사항에 대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가 있어야 한다. 이때 '고의'란 중요한 사실을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것 또는 허위인 줄 알면서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의무자가 거래상 필요로 하는 간단한 주의를 게을리 하여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가 중요한 성질을 가진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자각한 기왕증상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불고지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있게 된다. '불고지'란 중요한 사항인 줄 알면서 알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부실고지'란 중요한 사항에 관해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 이다. 예컨대 질문표의 기재사항에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은 경우엔 불고지가 되고, 사실과 다른 사항을 기재한 경우에는 부실고지가 된다(대법원 1969. 2. 18. 선고 68다2082; 대법원 1992.10.23. 선고 92다28259) 이렇게 보험계약자에게 고지의무위반의 요건이 갖추어 졌다는 사실에 대해선 이를 주장하여 계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보험자(보험회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당해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과 보험계약자가 악의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는 사실은 보험자가 입증한다면 계약의 해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최근 선고한 판례를 살펴보자. 원심은 "원고가 2006. 12. 12.경 피고와 주피보험자를 원고, 종피보험자를 소외인으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청약서에는 소외인의 대학생이고 그 직업급수가 1급이라고 기재된 사실, 그 후 소외인은 직업급수 2급의 방송장비대여 등 업종에 종사하였고 그 업무 수행을 위하여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이 사건 보험사고를 일으킨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손해보험에서 피보험자가 특별한 업무에 종사하는 대학생의 신분에서 방송장비대여 등 서비스업 종사자로 그 직업 및 직무가 변경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직업 변경에 따라 보험의 인수 여부와 보험료율이 달리 정하여지는 것이어서 그 직업 변경 사실은 그러한 사항이 계약 체결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은 상법 제652조 제1항의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또는 소외인이 상법 제652조제1항 의 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 또는 소외인에게 직업 변경이 통지의무의 대상임을 알렸다거나, 방송장비대여 등 업종이 사회통념상 대학생이 졸업 후 취업하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직업이라거나, 방송장비대여 등 업종이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직업이라는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나아가 원고 또는 소외인이 그 직업 변경으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 또는 소외인이 그 직업 변경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이와 같은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는 원고 또는 소외인의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보험자의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고지의무자가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불고지에 관한 보험자의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이러한 경우에는 고지의무위반이 되지 않는다(651조 단서). 따라서 본 판례에서와 같이 직업변경이 되면 통지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으면, 통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례는 보고 있다.

4.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손해보험금 공제 범위(대법원 2015. 1. 22.선고 2014다46211 전원합의체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6. 24. 선고 2015나10242 판결)

경기도 안산 단원구 시화공단 내에 있는 공장들 간에 화재사건에 관한 것으로, 2008년 10월 A사(피고) 공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인접해 있던 B사(원고)에 불이 옮겨 붙어 공장 건물과 집기, 기계들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B사의 전체 손해금액은 6억6200만 원으로 정해졌고 B사(원고)가 체결한 화재보험계약을 통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2400만원을 받았다. 이후 B사는 A사를 상대로 손해액을 더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은 "화재 원인이 A사에게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A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전체 손해액 6억6200만 원의)을 60%로 봤다. 이에 따라 A사가 책임져야 할 손해액은 3억9700만원이 됐다. 항소심에서는 "A사가 책임져야 할 3억9700만원에서 B사가 이미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3억24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인 7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손해보험의 보험사고에 관하여 동시에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제3자가 있어 피보험자가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에, 피보험자가 손해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자로부터 수령한 보험금은 보험계약자가 스스로 보험사고의 발생에 대비하여 그 때까지 보험자에게 납입한 보험료의 대가적 성질을 지니는 것으로서 제3자의 손해배상 책임과는 별개의 것이므로 이를 그의 손해배상책임액에서 공제할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수령한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에 관하여 제3자를 상대로 그의 배상책임(다만 과실상계 등에 의하여 제한된 범위 내의 책임이다. 이하 같다)을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바, 전체 손해액에서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하여 그의 손해배상책임액 전부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위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보다 적을 경우에는 그 남은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과 위 남은 손해액의 차액 상당액은 보험자 대위에 의하여 보험자가 제3자에게 이를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682조). 이와 달리 손해보험의 보험사고에 관하여 동시에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제3자가 있어 그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경우에 과실상계 등에 의하여 제한된 그의 손해배상책임액에서 위 보험금을 공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다27721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화재 사고에 대해 보험금으로 전체 손해를 메울 수 없을 때에는 가해자가 책임지는 손해배상금 한도 내에서 남은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전체 피해액 6억6200만원에서 B사가 받은 보험금 3억2400만 원을 공제한 3억3800만원을 A사가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실무에서는 피보험자가 손해보험사고로 인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 피보험자가 입은 전체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후, 가해자인 제3자의 과실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액에서 피보험자가 지급받은 보험금을 공제한 금원을 제3자가 피보험자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액이라고 판단하였었다. 이번 전원합의체판결은 보험실무에 있어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로 피해자(피보험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피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손해보험금을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에서 공제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범위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보험사가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가해자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 범위가 제한되었다는 점에서 보험사가 보험금의 변경이나 약관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셋째로 그동안 화재라는 보험사고로 인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 역시 전체 손해액에서 보험사로부터 수령한 보험금을 공제한 금원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 혹은 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제3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5. 상해보험금 받은 근로자도 요양급여(대법원 2014두724 판결)

근로자 甲이 사업주 명의의 자동차를 운전해 배송업무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여 위 차량이 가입된 보험회사로부터 자기신체사고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자기신체사고보험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를 불승인하는 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1, 2심은 "자기신체사고로 인한 보험금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3항에서 말하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받은 금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甲에 대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은"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는 '산재보험급여와 다른 보상이나 배상과의 관계'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으면 보험가입자인 사용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 책임이 면제되고(제1항),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사용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제2항 전문)'고 규정하고, 제3항 본문에서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법 제87조 는 '제3자에 대한 구상권'에 관하여 '공단이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수급권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고(제1항 본문), 반대로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 배상액을 일정한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공단은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취지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 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 청구권 상호 간의관계와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 에서 말하는 '동일한 사유'라 함은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1991. 7. 23.선고 90다11776판결 참조)"고 판시하였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은 손해배상을 위해 지급받은 금품을 의미하는 것이고, 근로자가 받은 상해보험금은 손해배상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지급 사유가 다르다고 봤다. 즉 사용자가 가입한 자기신체사고보험에 의해 근로자가 지급받은 보험금은 손해배상금이 아닌 업무상 재해에 대해 상해보험금이므로,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금지급대상인 산재보험급여와는 별개이므로 요양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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