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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소송법 판례분석

(7) 헌재의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의 소송법상 효력

강현중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 헌법재판소 2014. 12. 19.  선고 2013헌다1 - 
 
1. 헌재결정의 요지 및 논점
 
(가) 사건 2013 헌다 1의 당사자, 주문의 표시 및 이유요지.
 
청구인 - 대한민국 정부
피청구인 - 통합진보당
 
주문 - 1.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2.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유 - 이유 중 의원직 상실여부에 관한 판단 요지
 
(1) 정당해산심판 제도의 본질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미리 배제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어떠한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하여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2) 만일 해산되는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그 정당의 위헌적인 정치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서 대변하고 또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여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해산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는 것은 결국 위헌정당해산 제도가 가지는 헌법수호의 기능이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고, 나아가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게 된다.

(3)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으로 해산되는 정당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정당해산심판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그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는지,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는지에 따라 아무런 차이가 없어, 정당해산결정으로 인하여 신분유지의 헌법적인 정당성을 잃으므로 그 의원직은 상실되어야 한다.
 
 
(나) 헌재결정의 특징 및 문제점
 
1) 위 헌재 결정의 특징은, 주문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 대하여 국회의원직 상실결정을 하였다는 점과, 판결이유에서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이 없어도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의 정신을 이유로 해산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켰다는 점이다.

2) 여기서 소송법상 문제되는 것은, 헌재의 결정은 주문을 읽어 선고하여야 소송법상 효력이 생기는데(헌재 36조3항 40조1항, 민소 205조 206조) 당사자 아닌 자에 대한 주문 낭독으로 그 자에 대하여 소송법상 효력이 생기느냐이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어떤 단체의 해산을 명하는 경우 그 구성원의 지위상실은 당연하므로 이에 관해서는 따로 주문에 명할 필요도 없고 설령 주문에 이를 기재하더라도 이는 의미 없는 기재사항에 불과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헌재가 통진당의 해산을 명하면서 김미희외 4인에 대하여 통진당 당원의 지위상실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통진당이라는 단체와 별개인 국회의 구성원 지위를 상실시켰기 때문이다.
 
2. 논점의 전개
 
(가)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국회의원직 상실결정의 허부
 
1) 국회의원의 지위
국회의원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되어 국회를 구성한다(헌 제41조). 국회의원은 헌법상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없는 특권(헌 제44조, 제45조, 제52조등)을 누릴 뿐 아니라 국회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당과 여비를 받는다(국회 제30조).
 
2)국회의원의 지위상실과 헌법상 기본권 보장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민 3조) 김미희외 4인은 소송법상 당사자능력이 있고(민소 51조), 나아가 국회의원직을 상실당해서는 헌법 및 국회법상 인정되는 여러 특권을 잃으므로 이를 다툴 당사자 적격이 있다. 따라서 김미희외 4인은 국회의원직을 부당하게 상실당하지 않도록 소송법상 당사자로서 자기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헌법은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며(헌 제27조), 그러한 기본권 보장은 국가안전보장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헌 제 37조2항).
 
3) 헌재결정의 문제점
헌재결정의 주문을 보면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김미희외 4인은 통합진보당해산 사건의 청구인도 아니고 피청구인도 아니다. 따라서 당사자로서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 즉 법정에서 자기 고유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헌법 제27조의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국회의원직을 상실 당하였다. 결국 헌재는, 기본권은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제37조2항을 따르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의 정신을 이유로 법률의 규정 여부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김미희외 4인의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을 한 것이다.
 
(나) 법률의 규정이 없이도 의원직 상실결정을 할 수 있는가.
 
1)형성소송
형성소송은 형성요건의 존재를 소로써만 주장하도록 법률이 규정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대판 1993.9.14. 92다35462 참조).
 
2) 헌법재판소법 제 40조 1항
우리나라의 헌재는, 그 심판절차에 관하여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헌재 40조 1항 참조). 헌법재판소의 김미희 외 4인의 국회의원직 상실결정에 관해서도 성질상 민사소송법상 형성소송에 관한 소송절차를 준용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직 상실결정은 헌법 및 국회법에서 정한 국회의원직의 소멸. 변경에 관한 심판으로서 다른 형성적 재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관해서는 당연히 법률의 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헌법은 물론 헌법재판소법에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국회법에서도 국회의원의 사직(국회 135조 참조), 퇴직(국회 136조 참조), 제명(국회 163조 1항 4호 참조)의 규정이 있지만 국회의원직 상실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1963.12.17.개정헌법(이른바 제3공화국헌법)은 정당해산심판권을 대법원에 부여하면서(위 헌법 103조 참조), 대법원의 정당해산심판에 의하여 정당이 해산되면 해산된 정당의 소속 국회의원은 그 자격이 상실된다고 규정하였다(위 헌법 38조 참조). 그러나 그 후 헌법이 개정되면서 정당해산심판권은 헌법재판소로 이관되었고,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상실 규정은 헌법에서 사라졌으며 다른 입법에서도 이에 관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헌재결정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이외에 피청구인이 아닌 김미희 외 4인의 국회의원직 상실결정을 한 것이다.

3. 헌법제37조 2항의 정신
 
(가) 우리 헌재는, 해산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아니할 경우 방어적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들어 법률의 규정이 없더라도 의원직을 상실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국회의원직 상실여부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SRP(사회주의 국가당)해산결정을 하면서 SRP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독일 헌재는 우리나라와는 그 지위가 다르다. 독일 헌재는 다른 연방 법원에 상위하는 지위에 있으며, 독일 대통령 다음가는 제2의 헌법기관이며, 독일의 연방의회나 연방정부에 상위하는 기관이고, 그 헌재소장은 대통령 유고시에 대통령권한을 대행한다. 이러한 위치의 독일헌재는 입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어떤 내용의 결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재는 헌법상 독일과 달리 사법권을 독점하는 법원(헌 제101조)과 동일 서열에 있으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한 재판소원을 취급할 수 없어(헌재 68조 1항 참조) 법원 위의 최고법원이 아니다. 나아가 정당해산심판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형성재판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

(나)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소산인 현행 헌법은 그 전문(前文)에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6월 민주항쟁이나 4·19 의거는 당시 국가권력의 부당한 기본권탄압에 대한 국민 저항의 승리 그 자체이다. 따라서 현행헌법이 이를 계승한다는 의미는 국민의 기본권보장은 헌법의 규정 아래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헌법제정권자의 엄숙하고도 명백한 선언이다. 따라서 비록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헌법수호의 기능이나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에 기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헌법제37조2항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권력은 그 근원이 헌법제정권력으로부터 유래하고 있는 이상 헌법 제 37조2항의 정신을 망각하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의 실현이라고 하는 국가안전보장 차원의 기본권제한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헌재의 결정이유는 헌법 제37조2항을, 헌법의 면전에서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사실 독일의 경우에는 그 역사에서 4·19의거와 6월 민주항쟁과 같은 민권의 승리를 겪어보지 못했으며 오히려 문명인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히틀러의 야만적인 인권탄압에 대하여 디트리히 폰회퍼 목사(1906-1945)의 순교적 저항이외에는 거의 모두 침묵하거나 동조하였을 뿐이므로 그러한 독일의 헌재판결을 우리의 모범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4.결론
 
소송법상으로 볼 때에도 위 헌재결정은 당사자 아닌 김미희 외 4인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선고기일은 사건과 당사자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시작한다(민소 169조). 그 뒤에 헌재 재판관이 낭독하는 결정의 주문은 당연히 당사자에 대한 것이므로 당사자 아닌 자에 대해서는 법률상 효력이 없다. 김미희 외 4인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헌재결정의 주문 2항은 당사자 아닌 김미희 외 4인에게는 소송법상 효력이 없다. 이른바 제3공화국헌법 제38조의 국회의원자격상실 규정이 현재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국회의원을 피청구인으로 하여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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