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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7) 공정거래법

박해식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지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상당수의 대법원 판결이 집적되어 공정거래법의 해석 및 집행 기준에 대한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도 공정거래법의 주요 쟁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다수 선고되었는데, 지면 관계상 중요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판결 위주로 간략한 평석을 덧붙여 소개한다.

1. 가격담합에 있어서의 시장획정방법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두28827 판결(운전학원 수강료 담합 사건)

(1) 사안
2011년 정부의 운전면허 간소화 방안에 따라 운전전문학원에서의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의무교육시간이 대폭 축소되자, 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 7개 사업자들은 법정 최소 의무교육시간인 총 8시간을 교육과정으로 하는 기본형 상품의 수강료를 47만원을 기준으로 하여 책정하자는 합의를 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관련지역시장을 '서울시 전체와 이에 인접한 경기도 일부 지역'이라고 인정하여 원심의 시장획정(서울지역 운전전문학원 시장)에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가격담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의의 내용 자체로 합의에 경쟁제한적 효과가 있다는 점이 비교적 쉽게 드러나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관련지역시장을 획정하면서 공동행위 가담자들의 정확한 시장점유율을 계량적으로 산정하지 않았거나, 적법한 관련시장의 범위보다 협소하게 시장획정을 한 잘못이 있음이 밝혀져 적법한 시장획정을 전제로 한 정확한 시장점유율이 산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예상되는 시장점유율의 대략을 합리적으로 추론해 볼 때 경쟁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우려가 있음이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그 시장점유율이 미미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쟁제한성 판단의 구체적 고려요소를 종합하여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경쟁제한성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다.

(3) 의미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해 관련시장 획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대법원 2007. 11. 22. 선고 2002두8626 전원합의체 판결), 반드시 실증적인 경제 분석을 거치지 않고 관련시장을 획정하였더라도 문제가 된 공동행위의 유형과 구체적 내용, 그 내용 자체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 공동행위의 대상인 상품이나 용역의 일반적인 거래현실 등에 근거하여 그 시장 획정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두24471 판결).

대상판결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가격담합행위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정확하게 계량적으로 산정하지 않거나 적법한 시장획정을 전제로 한 시장점유율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의 대략을 합리적으로 추론한 결과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점유율이 미미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한편, 대상판결보다 6개월 전에 선고된 '컵커피 가격담합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관련상품시장을 국내 컵커피 제품시장으로 획정하면서, 설령 관련상품시장을 원고 주장처럼 전체 커피음료시장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전체 커피음료시장에서 본건 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업자의 컵커피 제품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 본 건 공동행위가 담합을 통해 컵커피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자 한 것이라는 점, 컵커피 제품이 다른 제품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본 건 공동행위는 컵커피 제품에 관하여 가격을 통한 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두762 판결).

2. 담합의 성립 및 입증

가. 불확실성에 따른 경쟁압력의 제거를 위한 입찰참여포기합의와 경쟁제한성 -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두20493 판결(장보고-III 담합사건)


(1) 사안
국방과학연구소가 2009. 2. 12. 발주한 장보고-III 전투체계 연구개발 사업 시제업체 선정 1건(입찰①)과 소나체계 연구개발 사업 시제업체 선정 1건(입찰②) 및 시제협력업체 선정 3건(입찰③, 입찰④, 입찰⑤)의 입찰과 관련하여, ST사와 L사는 전투체계와 소나체계의 시제업체 선정과 관련한 입찰 ①과 ②의 입찰참가자를 합의하여 결정하고, L사, H사 및 S사는 소나체계 시제업체 및 시제협력업체 선정과 관련한 입찰 ②~⑤의 입찰참가자를 합의하여 결정한 후 각자 단독입찰을 하여 낙찰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A 재판부는 H사, L사, S사가 제기한 3건의 행정소송에서 각각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반면 B 재판부는 ST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ST사와 L사가 각 다른 입찰에 독자적으로 응찰하더라도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각 입찰분야별로 경쟁관계에 있지 아니한 ST사와 L사 사이에 이루어진 협약은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H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의 결론을 수긍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L사(2013두21281), S사(2013두26804)의 상고를 각각 기각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ST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고사건에서 경쟁입찰에서는 특정한 사업자에게 입찰참가 의사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특정한 사업자의 수주가능성이 낮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경쟁의사를 부정하거나 입찰에서 경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2013두19004).

(3) 의미
대상판결은,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갖는지와 관련한 고려 요소 중 하나인 합의에 가담한 사업자들이 합의가 없었더라면 서로 유효하게 경쟁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의사의 존부, 각 사업자들의 존재나 그들의 시장성과가 서로에게 경쟁압력 내지 경쟁상 제약으로 작용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한 결과 낙찰예정자가 아닌 사업자들이 입찰참가 자체를 포기하게 되었다면, 경쟁이 기능할 가능성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없앤 것이 되어 입찰과정에서의 경쟁의 주요한 부분이 제한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에 의할 때 입찰참여가 법률상 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입찰참여에 대한 가능성을 제거하는 합의는 부당한 것으로서 입찰담합을 구성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어서 향후 이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책임이 한결 가벼워 질 것으로 보인다.

나. 담합이 성립하기 위한 입증의 방법 및 정도 -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두25924 판결(라면담합사건}

(1) 사안
서울고등법원은 (i) 라면 제조·판매사업자인 N사(원고), S사, O사, Y사가 2000. 12. 말 또는 2001. 1. 초 개최된 '대표자회의'를 통하여 N사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회사들도 이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2001. 3. 28. '라면거래질서 정상화협의회' 정기총회 시작 전에 N사와 정부 사이의 가격인상 협의에 관한 진행상황을 전해 듣고 가격인상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다음, 2001. 5. 21.자로 라면가격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특히 주력품목의 출고가를 322원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명시적 합의('명시적 합의')를 하였고, (ii) 같은 방법으로 2002. 10.부터 2010. 2.까지 5회에 걸쳐 라면제품의 평균인상률을 동일·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묵시적 합의를 하고 가격인상을 실행('묵시적 합의')하였다고 인정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i) 대표자회의에서의 가격인상 논의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 없이 전문 진술만 있고, 라면가격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도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일한 진술인 S사 직원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므로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ii) 단순한 정보 교환만으로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므로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N사를 비롯한 사업자들 사이에 외형상 일치가 있는지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정들{원고가 정부와 가격인상 협의 후 선도적으로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들이 추종하여 왔으므로 별도의 가격인상 합의를 할 유인의 부족, 2위 사업자인 S사가 공동행위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고착화시킬 이유가 없는 점, 라면제품의 품목과 종류가 다양하여 각 품목별로 가격에 관한 합의를 하기가 어려운 사정,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유통망에 대해 구가지원(舊價支援: 가격인상 후 일정기간 동안 가격인상 제품을 유통망에 종전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을 해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업자들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의미
대상판결은 명시적 합의와 관련하여 직접 증거와 전문 진술의 증거가치를 확연히 구별하고 있으며, 직접 증거가 있더라도 그것이 진술증거인 경우에는 그 신빙성을 다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인정하고 있고, 묵시적 합의와 관련하여 단순한 정보 교환이나 외형상 일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묵시적 합의가 인정될 수 없고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증거를 통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어떤 기준에 따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대상판결은 특히 시장구조의 특수성(과점시장이지만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며, 담합 가담 유인이 부족함), 정부와의 가격인상 협의와 같은 행정지도의 개입, 가격인상시기 조절 또는 유통망에 대한 지원과 같은 물밑 경쟁에 대해 유의미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상판결은 경쟁사업자 사이의 정보교환의 불가피성과 가격수렴의 경제적 효율성을 긍정하는 전제에서 '의사연결의 상호성'이 증거를 통해 인정되어야 비로소 공동행위에 있어서의 합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선언한 판결로서 과점시장에서의 담합행위 성립에 관해 더욱 엄격한 입증을 요구한 선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종래 음원담합판결에서 특정 음원사업자에 특유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해당 음원사업자의 의사연결을 부정하였는데, 대상판결은 시장구조의 특수성에 따른 담합 가담 유인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현실에 바탕을 둔 진일보한 판례로 볼 수 있다.

3. 담합의 종기(실행행위종료일)

가. 자진신고 사건의 종기 -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두987 판결(두유가격담합사건)


(1) 사안
J식품, 학교법인 S학원 및 M유업이 두유제품의 가격을 합의하여 결정하였다. J식품은 2010. 1. 22.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자 2010. 3. 22. 자진신고를 하였고, 2010. 7. 15. 다른 공동행위자들에게 정보교환이나 모임 등을 중단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2순위 조사협조자의 지위를 인정받은 J식품은 본 건 담합의 종기가 자진신고일인 2010. 3. 22.이라고 주장하였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동행위의 중단을 통지한 2010. 7. 15.로 인정하였고, 서울고등법원 또한 2010. 7. 15. 이전에 합의탈퇴의 의사표시를 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합의가 파기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담합행위에 가담한 사업자가 공정거래법 제22조의2가 정하는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감면조치를 받기 위하여 자진신고를 하였다면, 신고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공동행위를 중단하지 아니하거나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인하여 자진신고자 지위확인이 취소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자진신고를 담합행위에서 탈퇴하는 의사표시와 함께 합의에 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준하여 볼 수 있으므로, 적법한 자진신고 사업자에 대하여는 감면대상 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진신고 시점이 공동행위의 종기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3) 의미
종래 대법원은 공동행위가 종료된 징표로 합의에 반하는 행위의 존재를 중요시하였고, 그러한 사정으로 다른 공동행위자들에 대한 공동행위의 중단통보와 가격인하조치 등을 들어왔다. 그런데 공동행위 중단통보는 자진신고의 징표로 여겨지기 때문에 자진신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밀행조사의 필요성 등 때문에 자진신고 시기와 공동행위의 중단통보 및 가격인하조치 등의 시기 사이에 어느 정도 시차가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자진신고행위 자체가 공동행위에서 탈퇴하는 의사표시와 함께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하여 자진신고사건의 경우 자진신고 이후에 공동행위가 종료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과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를 경우 자진신고사건에서 공동행위의 종기를 자진신고일 이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유를 주장·입증하여야 하므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 만큼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나. 입찰담합사건의 종기 -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두37396 판결(SMRT Mall 구축사업 담합사건)

(1) 사안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서울지하철의 역사 및 전동차 내에 실시간으로 열차운행 정보 등을 제공하는 SMRT Mall 구축사업을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원고가 구성원인 컨소시엄은 참여자가 없어 제1차 입찰이 유찰된 후 추가 유찰을 방지하고자 경쟁사와 경쟁사가 원고보다 높은 투찰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경쟁사는 2008. 11. 11. 실시된 제3차 입찰에 참여하여 원고보다 높은 투찰을 하였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8. 11. 14. 원고를 우선협상대상자로, 2009. 3. 17. 원고를 최종 낙찰자로 각 선정하고 2009. 6. 5. 원고와 본 계약을 체결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본 건 합의는 '입찰이라는 특정 거래에 관하여 원고와 경쟁사 사이에 원고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전에 결정하고, 이에 따라 경쟁사가 원고보다 높은 투찰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할 뿐이며, 이를 넘어 추가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다른 행위를 예정하고 있지 않는바, 원고와 경쟁사가 2008. 11. 11.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본 건 합의는 그 내용이 최종적으로 실현되었고 예정된 경쟁제한 효과도 확정적으로 발생되었으므로, 본 건 공동행위는 입찰 참여일인 2008. 11. 11.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3) 의미
대법원은 가격결정 등의 합의 및 그에 기한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 담합행위가 종료된 날은 합의에 기한 실행행위가 종료된 날을 의미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두11275 판결). 대상판결은 지속적·반복적 거래를 전제로 하는 형태의 가격담합사건에 대한 이러한 법리가 '입찰-낙찰-계약'으로 이어지는 특정 개별거래를 대상으로 하는 입찰담합사건에 대해서도 적용되어 합의의 내용이 최종적으로 실현되고 경쟁제한효과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입찰참여일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담합행위의 종기에 관한 법리에 일관성을 갖게 하였다.

다. 입찰담합과 물량배분의 합의가 결합된 사건의 종기 -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두6169 판결(전선담합사건)

(1) 사안
전선제조업체들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실시하는 각종 전력선 구매입찰에 관하여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간 물량배분비율,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별로 배분된 물량에 관한 해당 기업군에 소속된 회사별 배분비율, 낙찰 받을 수주예정사 선정, 투찰시나리오에 따른 투찰가격 및 유찰 등을 합의하고 그 입찰에 참가하여 합의를 실행하고, 수주예정사가 낙찰 받은 물량을 위 합의에 따라 재분배하여 왔다.

전선제조업체들은 2006. 10. 19. 2006년도 입찰에 관하여 앞에서 본 합의에 따라 실행하였는데, 2006년 입찰계약의 최종분인 600V 절연전선에 대한 입찰계약은 2007. 9. 12. 체결되었고,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전선조합')에게 낙찰된 물량은 2008. 9. 11. 최종적으로 중소기업들에게 배분되었다. 한편 12개 중소기업들이 2007. 11. 28. 2007년에 실시되는 전력선 구매입찰에서 공동행위의 중단을 선언하고 경쟁입찰을 하였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본건 공동행위와 같이 입찰방식의 물품거래에서 낙찰가격과 거래물량의 제한에 관하여 한 합의는 당사자들이 그 실행으로 입찰절차를 거쳐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거래에서 경쟁제한 효과를 확정적으로 발생시키고, 전선조합과 같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소속 중소기업들에게 낙찰 받은 물량을 배분하는 행위는 그 결과물을 내부적으로 나누는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본건 공동행위는 2006년의 입찰계약이 최종 마무리된 시점으로 볼 수 있는 600V 절연전선의 2006년도 공급분에 관한 입찰계약 체결일(2007. 9. 12.)에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본 건 공동행위에 따라 전선조합이 소속 중소기업들에 대한 낙찰 물량의 배분을 마친 2008. 9. 11. 비로소 본 건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의미
가격결정 등의 합의 및 그에 기한 실행행위가 수반되는 공동행위의 경우 합의의 내용상 투찰을 마친 이상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으로 추가적인 법익 침해 내지 경쟁제한적 효과의 발생을 생각하기 어려운 반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입찰담합의 합의'가 계약체결을 통하여 확정되는 '물량분할의 합의'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특수한 사정, 즉, 중소기업들이 전선조합을 입찰참여자로 내세워 전선조합이 입찰담합에 의한 낙찰을 받은 후 입찰계약 체결 시 확정되는 물량을 조합원들인 중소기업들에게 배분하기로 합의한 사정을 감안하여, 전선조합이 입찰계약을 체결하여 배분물량이 정해지는 시기에 추가적이자 최종적인 경쟁제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본 것으로 이해된다.

4.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소비자인 경우의 위법성 판단기준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두18325 판결(남부CC사건)

(1) 사안
공정거래위원회는 KB개발이 남부CC 회원들에게 적용되는 운영회칙을 개정하여 ① 평일회원 자격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② 평일회원에게 소멸성 연회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변경한 다음 연회비 300만 원을 부과한 행위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하나인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고인 KB개발은 ① 평일회원들은 회칙상 거치기간에 무관하게 언제든지 탈회하고 입회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등 거래상대방 선택의 자유가 있고, ② 회칙 변경으로 인한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은 사법상 권리의무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법적 관점에서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고, 규정체계상 제23조 제1항 제4호의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필요하다"고 판시하면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의 상대방이 경쟁자나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인 경우에는 단순히 거래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행태 그 자체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거나 유사한 위반행위 유형이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행위에 한하여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이를 기초로, 원심이 부당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든 사정들은 본 건 행위의 내용이 평일회원들에게 불이익하고 그 행위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일 뿐, 본 건 행위가 거래질서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서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된다는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고, 나아가 원고뿐 아니라 다른 골프장 경영 회사와 소속 회원들 사이에 본 건 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행위가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등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의미
대상판결은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상대방이 소비자인 경우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판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향후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래질서와의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하는바, 이러한 입증의 어려움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같은 규정의 적용을 주저하게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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