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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판례해설 -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결정

이명웅 변호사

헌재 2016. 5. 26. 2015헌라1

국회법(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 제1항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및 직권상정 권한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및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한정하여, 과거 국회의장이 쉽게, 위원회에서 공전될 법안의 심사기간을 정한 뒤, 그 도과 시 직권상정하여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였다. 그 대안으로 마련된 제85조의2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위원회 회부 안건을 의장 및 위원장(위원회의 경우)에게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요구하고, 의장 또는 위원장은 이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각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입법(소위 '국회선진화법')은 결국 직권상정의 요건을 가중다수결로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 5. 26.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에서, ①국회가 2012. 5. 25. 국회법 제85조 제1항 및 제85조의2 제1항을 개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를 상대로 하지 않고 '국회의장 및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하였으므로,피청구인 적격 흠결로 각하, ② 국회의장이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한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③ 기재위 위원장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에 대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요청에 대해 표결실시를 거부한 행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서명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표결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없어 각하, ④ 국회의장이 2012. 5. 2. 국회법 제85조의2를 가결선포한 행위는 180일 청구기간이 도과하여 각하하였다.

위 ①③④는 이견이 없고, 위 ②는 재판관 이진성, 김창종의 기각의견과, 재판관 서기석, 조용호의 인용의견이 있을 정도로 비중있게 취급되었으므로 이를 살펴본다.

다수의견과 달리, 소수의견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제도적 측면에서 넓게 보아 직권상정 제한으로 인해서도 침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은 설득력이 높다. 심의·표결을 할 기회 자체가 봉쇄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중요하게 취급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국회 외부의 관계에서 심의·표결권 주장을 배척하면서(헌재 2015. 11. 26. 2013헌라3), 내부관계에서도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을 기계적, 소극적으로 본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 본안에 들어가도, '직권상정' 문제에서 가중다수결을 요한 국회법 규정 자체는, 국회의 자율성 영역이며, 헌법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러한 가중다수결이 통상적 입법안에 대한 의결정족수였다면, 다수결원칙 위반으로서 헌법위반이 될 것이다. 특히 이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의 결과를 왜곡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직권상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 보다 비중이 떨어지며, 이에 대해서까지 헌법재판소가 개입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기에는 헌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한편 소수의견(반대의견)은 '본회의 결정주의'를 강조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나, 그것이 '위원회 중심주의'보다 '우선되는' 원칙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위원회 교착상태를 타개할 직권상정의 요건 문제에 이를 대입시키기가 어렵다. 과반수로 위원회 교착상태를 타개하지 못하면서, 과반수로 직권상정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논거라면, 이는 정합성이 약하다.

어쨌든,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심의·의결권의 침해가능성이 없다며,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문제되어 온 중요 쟁점에 대하여 최종적 헌법판단의 기회를 놓친 것이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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