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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3) 해상법

김인현 교수 (고려대 로스쿨)

I. 운송주선인의 운송인 지위 여부 (대법원 2015.5.28. 선고 2014다88215 판결)

1. 사실관계
甲은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실제운송은 乙이 하였다. 화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적하보험자(원고)는 운송인 甲에게 보험자대위에 의한 구상을 하게 되었다. 복합운송인 甲은 자신은 운송인의 대리인 혹은 주선인에 불과하여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운송인이 누구인지는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중략)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운송을 의뢰받은 회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원심은 법인등기부상 피고 회사의 목적, 이 사건 각 사고 이후 이 사건 각 화물에 관한 해상화물운송장과 마스터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위 및 그 기재 내용, 피고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내용, 피고가 청구한 운임 내역 등을 비롯한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피고는 수입업자와의 관계에서 운송주선인이 아니라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기로 한 운송인이라고 판단하였다.

3. 의견
운송주선인은 비록 명칭은 주선인(freight forwarder)이지만 직접 운송인이 되는 경우도 실무에서는 많다. 이것은 운송주선인이 수수료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운송에 개입할 수 있고(상법 제116조 제2항), 화주 또한 실무상 운송인의 실체를 중시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수단을 가지지 않는 복합운송주선인도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면 운송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명칭과 같은 형식보다는 운임을 누가 받았는지, 누가 만든 정형화된 선하증권 서식이 사용되었는지(Logo) 등 실제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운송인을 정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사자의 운송계약에 대한 의사와 운임수령여부이다.

상법에 의하면 송하인이 가액을 고지하고 이를 운송관련 서류에 기재한 경우 운송인은 포장당 책임제한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797조 제3항). 상업송장에 그 가액이 기재된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원고가 주장하자 원심은 이를 인정하였지만, 대법원은 이것은 상법 소정의 운송관련 서류가 아니라고 하면서 본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II. 운송물 불법인도시 창고업자의 책임 (대법원 2015.4.23. 선고 2012다115847판결)

1. 사실관계
수입자 甲은 수출자 乙로부터 철제를 수입하게 되었다. 甲은 丙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丁 은행은 수입자 甲의 의뢰로 수익자를 乙로 하는 신용장을 발급하였다. 丙이 발행한 선하증권상 송하인은 乙, 수하인은 丁, 통지처는 甲으로되어있었다. FO(Free Out)약정이 있었고 수입자 甲의 위탁을 받은 피고 하역업자(창고업자)가 하역작업 후 영업업 보세창고에 운송물을 입고하였다. 그런데, 甲이 피고에게 찾아와 운송물 인도를 요구하자 피고는 선하증권과 교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송물을 인도하였다. 이에 수출자 乙에게 대금을 지급한 선하증권 소지인인 丁 은행은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를 구하였다.
원심은 창고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인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운송인은 화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므로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양하작업을 완료하고 화물을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시킨 사실만으로는 화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 화물의 인도시점은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서 출고된 때라고 할 것이다.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하였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중략) 평택항에서 FO 조건으로 운송되어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된 화물에 대하여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 지시서 없이 실수입업자의 출고 지시서만으로 출고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운송계약이 FO조건으로 체결되어 수입자 乙의 의뢰와 비용부담으로 양하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이 사건화물이 양하되는 즉시 운송인의 지배를 떠났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운송계약의 FO조건이 곧 선상도 약정에 해당하고, 이 사건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되었다고 하더라도 평택항에서는 화물인도지시서 등을 받아야 화물이 출고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운송인이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때에 그 인도의무를 다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법이 있다.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04.10.15.선고 2004다2137 판결은 화물이 실수입업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에 의하여 양하 및 보세운송되어 자가용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사안에서 FO조건에 따라 선상도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의견
대법원은 위 2014 판결에서 FO 약정은 선상에서 수입자(용선자)에 의한 하역시 인도가 일어나므로 이 때 운송물과 선하증권을 상환하지 않은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시간적으로 그 후에 창고에서 발생한 창고업자의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바 있다. 본판결에서 대법원은 위 2014년 판결은 자가용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이 경우에만 운송물의 인도는 선상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영업용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는 창고에서 운송물이 출고될 때에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종료된다고 판시하였다. 전자의 경우는 창고업자가 그 후 선하증권이나 인도지시서를 받지 않고 운송물을 불법인도하더라도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창고업자가 여전히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대법원은 이러한 근거로서 평택항 영업용 보세장치의 경우 창고업자가 수하인에게 운송인이 발행한 인도지시서의 제시를 요구하는 관행들이 남아있다고 판시하여 창고업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었다. 본 판결은 2004년 대법원 FO 판결의 선상도에서의 인도의 시점을 명확히 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판결이다.

III. 상법상 항해과실 면책과 선주책임제한규정의 임의규정 여부(대법원 2015.11.17. 선고 2013다61343 판결)

1. 사실관계
乙 운송인은 甲화주와 제주-부산간 자동차 운반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乙은 X선박을 丙선주로부터 정기용선하였다. 운송중 화재가 발생하여 甲의 화물이 전손되었다. 이에 甲은 운송인 乙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한편, 선주 丙은 책임제한절차개시를 신청하여 책임제한이 진행 중이었다. 乙은 수익채무자라로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하였다. 甲과 乙 사이에 별도로 체결된 운송계약서(선하증권이 아님)에는 乙이 운송 중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있고, 상법에서 인정되는 면책이나 책임제한에 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다. 乙이 화재면책과 책임제한을 주장하자, 甲은 운송계약서에서 정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에 의하면 이러한 면책이나 책임제한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항해과실과 운송인의 책임제한,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은 모두 임의규정으로서 운송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상법 제769조 본문은 그 규정 형식과 내용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임의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선박소유자등의 책임제한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그리고 상법 제799조 제1항에 의하면 해상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특약은 상법 제794조부터 제798조까지의 규정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유효하다.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운송 의뢰차량이 부산항에서 검수된 직후부터 제주항 야적장에서 검수되기 전까지 외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된 모든 사고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을 지기로 약정하고, 아울러 피고가 책임질 내용은 실제 고객 및 화주가 신조차량의 인수를 거부할 경우 새로운 차량으로 대체하여 주고, 수리가 가능할 경우에는 수리비와 감가비를 지급하며, 신조차량에 지급된 매트 등의 부속품이 분실된 경우에는 실비보상하기로 약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화재면책이나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 또는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한 상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3. 의견
운송인은 상법상 화재면책(상법 제795조 제2항)과 포장당 책임제한(상법 제797조) 및 총체적 책임제한(상법 제769조)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당사자가 서로 약정한 운송계약서에는 운송인이 화주의 모든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다. 운송인은 화재면책, 포장당 책임제한, 선주책임제한의 이익을 주장하게 되었지만, 화주측은 이를 부인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은 이러한 상법의 규정은 모두 임의규정으로서 운송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얼마든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항해과실면책이나 책임제한을 하지 못한다고 합의한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손해를 부담한다는 취지의 약정의 내용을 폭 넓게 해석한 것이다.

항해과실 면책이나 운송인 책임제한제도는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국한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약정으로 배제가 쉽게 가능하지만,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은 당사자 관계를 포함하여 제3자와의 관계도 포함하고, 운송계약에 기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을 모두 포섭하는 개념으로서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발생되는 권리가 아니라 순전히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권리가 부여되는 것인 만큼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효력이 좌우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IV.운송물이 인도된 다음 발행된 선하증권의 효력 유무(대법원 2015.12.10.선고 2013다3170판결)

1. 사실관계
우리나라에서 요르단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하여 甲 송하인은 乙 운송인에게 운송을 의뢰하였다. 甲은 해상화물운송장 발행을 요청하여 발급받았다. 수하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인도지시서(D/O)를 발급받아 운송물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甲은 그 후 아직 선적지 비용 등을 수하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상태라서 이를 담보할 목적으로 乙에게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달라고 하였고 乙 직원은 착오로 아직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선하증권을 발급하여주었다. 운송물이 인도된 것으로 알게 된 甲은 운송인에게 운송물 가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甲은 (i) 운송인은 선적대금 등이 회수된 다음에야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는 관행이 있는데도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운송물을 인도한 점 (ii) 선하증권이 발행되었다면 이와 상환하여 운송물을 인도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점을 수령하지 못한 상품대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기초로 삼았다. 원심은 (i)의 관행은 인정되지 않고 (ii) 선하증권은 요인증권인데 운송물이 인도된 다음에 발행된 선하증권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데,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러한 법리는 운송물이 이미 수하인에게 적법하게 인도된 후에 발행된 선하증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중략)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아니한 해상운송에서 운송물이 목적지에 도착한 후 수하인이 그 인도를 청구한 때에는 수하인의 권리가 송하인에 우선한다(상법 제815조, 제140조 제2항). 수하인이 목적지에 도착한 화물에 대하여 운송인에게 인도청구를 한 다음에는 비록 그 후 운송계약에 기하여 선하증권이 송하인에게 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을 소지한 송하인이 운송인에 대하여 새로 운송물에 대한 인도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선박의 증권은 이 사건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운송계약상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후에 비로소 발행되었으므로 무효이고,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인 원고는 상법 제854조 제2항에서 정한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이 사건 선하증권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원고가 선적지 비용을 지급하기 전에는 피고가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않기로 하는 관행 또는 묵시적 약정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적지 비용을 받기 전에는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원고에게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가 선적지 비용을 지급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것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3. 의견
본 사안에서 해상화물운송장이 발행되어 운송물이 기 인도된 다음 특별한 사정으로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다시 선하증권의 발급을 요구하여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소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운송물이 이미 수하인에게 인도되어 운송계약과 관련된 운송인과 송하인과의 관계는 종료된 것이다. 그 이후 발급된 선하증권은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소지인이 운송인에게 이에 기하여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선하증권은 유가증권이므로 이를 소지한 자는 인도청구권을 여전히 가지는지가 문제된다. 상법 제854조 제2항에 의하면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선하증권의 문언성에 따라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인 제3자에게 운송인은 문언에 기재된대로 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므로 공권을 발행한 운송인은 기재된바대로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법원은 송하인은 선의의 제3자가 아니라고 간단히 판단하였다. 만약 운송인이 공권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할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지는 학설상 다툼이 있지만, 대법원은 후자의 입장이다.

본 사안에서 송하인은 운송인과 사이에 선적지 비용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양륙항에서 수하인이 운송물의 인도를 구하여도 운송물을 인도하지 않도록 약정이 되어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운송인은 선적지에서의 비용 등이 모두 수령된 다음에야 이를 확인한 다음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V. 선박건조계약에서 선수금환급보증의 성질(대법원2015. 2. 26. 선고 2012다79866 판결)

1. 사실관계
甲(건조자)과 乙(발주자)은 케미컬 탱크선을 건조하는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丙이 乙의 계약상 지위를 포괄적으로 이전 받기로 하는 계약을 甲, 乙, 丙 3자간에 체결하였다. 같은 날 丙은 원고 은행으로부터 선박건조자금을 대출받는 대신 그 담보로서 丙이 선박건조계약으로부터 가지는 모든 권리와, 선수금환급보증(RG)으로부터 가지는 권리를 원고에게 양도하는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다음날 丙은 피고 보험회사로부터 甲의 선박건조 불이행 등 甲이 선수금을 반환하여야 하는 경우에 피고가 이의 지급을 보증하기로 하는 보증서(RG)를 발급받았다. 이 보증서에는 피고가 '취소될 수 없고 무조건적인' 선수금환급보증서를 개설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준거법은 영국법). 丙은 원고와의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甲과 피고에 대하여 각각 권리양도사실을 통보하였고 甲과 피고는 승낙의 통지를 하였다. 그러나 甲은 약속 기일까지 선박 건조를 완료하지 못하였으며 그로부터 6개월 후 甲의 조선사업 관련 자산과 선박건조자 지위를 丁에게 넘기기로 하는 자산양수도계약이 체결되었다. 1년 후 원고는 甲에 대하여 선박건조계약을 해지 통보를 하고 선수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甲이 응하지 않자 피고에게 선수금 반환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첫째, 원고는 담보권자이므로 주채무자인 丙과 정산을 먼저하여야 한다 둘째, 사안의 RG는 독립적 보증이 아니므로 주채무자의 변경으로 보증채무가 소멸하였고, 혼동으로 채권이 소멸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주장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원고는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丙으로부터 보증서에 기한 모든 권리를 양도받았고, 丙이 이를 피고에게 통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승낙의 통지를 하였으므로, 원고와 丙 간의 정산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채권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는 甲이 선박건조자 지위를 丁에게 양도함으로써 선수금반환채무의 주채무자가 변경되어 보증채무는 소멸한 것이고, 또 실질적 선박소유자인 丁이 선박건조자 지위를 양수함으로써 선수금반환채무와 채권이 동일인에게 귀속되어 주채무가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안의 보증서 발급은 '취소될 수 없고 무조건적인' 것으로서 영국법상 독립적 보증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원인관계에 의한 항변은 불가능하다.

3. 의견
원고는 丙과 채권의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판례는 등기나 등록을 공시방법으로 하지 않는 재산권에 대한 양도담보의 경우는 신탁적 소유권 이전설을 따르고 있으므로, 대외적으로 원고는 완전한 채권자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원고와 丙간의 정산의 문제는 내부문제로서 피고가 이것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통상 영국법상 금융기관의 '취소될 수 없고 무조건적인' 내용의 보증은 독립적 보증으로 인정되어 원인관계에 의한 항변이 불가능하며, 그 예외로서 명백한 사기가 존재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알고 있는 경우에만 보증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게 된다. 피고는 먼저 주채무자의 변경(채무인수)으로 인한 보증채무 소멸을 주장하였다. 피고는 또한 丙 이전에 당초의 선박발주자였던 乙이 선박의 실제 소유자로서 선수금반환채권자인데, 乙과 같은 실체로 보이는 丁이 선박건조자 지위를 양수하였으므로 선수금반환 채무자가 되어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 혼동으로 채권이 소멸하며(민법 제507조), 주채무 소멸에 따라 보증채무도 부종성으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안의 보증서 발급은 '취소될 수 없고 무조건적인' 것이므로 영국법상 독립적 보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고의 원인관계에 의한 항변은 불가능하며, 피고의 위 주장들은 모두 원인관계에 대한 항변이므로 원심이 이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유사한 선수금환급보증이 문제된 사안(대법원 2015.7.9. 선고 2014다6442 판결)에서 대법원은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원칙의 적용까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익자(甲)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乙)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보증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丙)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그 판단시점은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를 통하여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라고 판시한 바있다.

VI. 영국법 준거법하의 적하보험에 약관규제법 적용여부(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118846 판결)

1. 사실관계
원고(해상보험회사)와 피고(선주)는 선박보험을 체결하였다.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면서 인도양의 일정해역 안에서만 항해하여야 한다는 항해구역 담보특약이 보험약관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초의 항해구역을 벗어난 지점에서 냉동화물 운반선이 침몰하고 어획물도 멸실되었다.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피고는 담보특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상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실임에도 보험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자는 담보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고등법원에서는 원고 피고가 모두 한국법인이므로 한국법이 적용되고 따라서 약관규제 등에 관한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다루어졌다. 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2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당사자가 합의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보았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원고가 영국법상 워런티조항의 내용, 효력, 위반의 효과 등에 관하여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약관규제법 제3조가 적용되어 워런티 조항이 계약의 내용으로 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하여 원심이 이 사건은 해상보험의 일반적 관행에 따라 영국법준거약관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익이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피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는 영국법이 준거법으로서 적용되며 별도로 약관규제법을 적용하여야 할 사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따라서 약관규제법상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의견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준거법의 선택에 관한 당사자자치를 인정하므로, 당사자 간에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예외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여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은 양 당사자, 선박의 활동지, 사고 발생지 등 모든 사항이 한 국가와만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에 어떠한 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자신들과 무관한 다른 국가의 법을 선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관련이 있는 국가의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되는 것으로 하였다. 사안에서 피고는 계약의 양 당사자가 모두 한국 법인이므로 위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따라 강행규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사고 선박의 활동지가 인도양 등이고 사고 역시 남빙양에서 발생한 점, 보험증권 등이 영어로 작성되고 보험금도 미화로 정해진 점 등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를 지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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