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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1) IT법

최승재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I. 들어가며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이크소프트와 노키아간의 기업결합 사건을 기업결합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동의의결로 마무리하였다. 이 사건은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침해금지가처분 사건 이후 IT 업계에서 논란이 되어 온 FRAND(Fair and Reasonable and Non-iscriminatory) 조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었다(최승재, '기업결합 동의의결의 향후전망: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기업결합 사건을 중심으로', 경쟁저널 2015. 11. 2-25면). 한편, IT 법 분야의 판결에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차)목에 근거한 주장이 인용되는 사안들이 여러 건 있었다. 개인정보보호, 보이스피싱,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전원합의체판결등도 중요한 판결이다.

II. [게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4가합567553 판결
1. 쟁점 1(저작권침해)
이 사건에서는 게임방식으로서 '매치-3-게임'의 기본규칙이 문제되었다.

▽원고 게임의 장면


▽피고 게임의 장면




원고는 임의 경우 사용자에게 구체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 규칙의 조합은 게임개발자가 무한히 많은 표현형태 중에서 선택한 것으로서 개발자의 창조성과 개성을 나타내는 것인바, 그와 같은 게임 규칙의 조합, 게임 규칙들의 선택과 배열 및 신규 규칙을 소개하는 단계의 선택, 게임의 시각적 디자인과 각 구성요소들의 조합, 게임 보드의 구성과 배치 등은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규칙들은 추상적인 게임의 개념이나 장르, 게임의 전개방식 등을 결정하는 도구로서 그 자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규칙 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 사건 원고 게임과 이 사건 피고 게임은 각 단계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기본 진행방식으로 하는 캐주얼 게임(casual game)으로 게임진행 과정에서 소설과 유사하게 어떠한 에피소드나 스토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아니므로, 위와 같은 규칙들이 전체적으로 적용 또는 순차로 선택되어 배열된다거나 이를 통하여 게임의 각 단계가 진행ㆍ전개됨으로써 게임 속에서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별 미션을 처리하는 과정 혹은 그 방법에 대해서만 영향을 미칠 뿐 이로써 게임의 에피소드나 스토리 자체의 전개 및 그 표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규칙들의 조합 자체만으로는 게임 개발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표현'이라 할 수 없다.

2. 쟁점 2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위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게임에 대하여 원고가 원고 게임 개발 과정에 많은 인력과 비용,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 및 노하우 등 유무형의 자산을 함께 투여하였음은 경험칙상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원고 게임은 원고의 상당한 투자 및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또 게임에 다른 규칙을 추가하고 변형하여 이를 적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발자의 자유영역인데도 원고 게임에서 최초로 적용된 규칙이 피고 게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점, 피고의 개발 행위를 규제하지 아니한다면 앞으로 게임 제작업체에서는 굳이 힘들여 새로운 규칙의 조합을 갖는 게임을 창작할 이유가 없게 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나아가 위 판결에서는 법 제2조 제1호 (차)목 소정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III. 개인정보 관련 판결들
1. 세이프 하버 유럽 판결
2015년 유럽 사법재판소(CJEU,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는 15년 전 체결된 미국과 유럽 사이 개인정보 전송 협약인 세이프 하버(Safe Harbor) 합의를 무효화했다. 세이프 하버 무효 선언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대서양을 넘어 유럽연합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체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유럽집행위의 결정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은 자국의 법률에 따라 대서양을 횡단하여 전송되는 데이터에 대해 적절한 보호 수준(adequate level of protection)이 담보되었는지 보다 엄격히 판단하게 된다.

이 문제는 오스트리아의 프라이버시 운동가인 막스 슈렘스(Maximilian Schrems)가 미국 국가안전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이 세이프 하버 원칙을 위반했으며, 유럽인들의 데이터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유럽 사법재판소가 받아들이면서 세이프 하버를 대체하는 새로운 규율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다.

슈렘스는 페이스북이 세이프 하버 자체 확인서를 근거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지 못하도록 아일랜드 정부에 요청하였고 거절당하자 EU의 개인정보 보호원칙에 동의하지 않은 미국 정부의 손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들어가면 프라이버시 기본권 등이 무력화되어 세이프 하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일랜드 대법원은 유럽사법재판소에 ①개별 국가의 정보보호 당국이 EC 결정에 따라 세이프 하버로 적절한 보호장치가 있다고 자동적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②전송 건별로 사실관계를 고려해 세이프 하버의 적절성을 결정할 수 있는지를 질의하였고, 유럽사법재판소가 후자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legislation permitting the public authorities to have access on a generalised basis to the content of electronic communications must be regarded as compromising the essence of the fundamental right to respect for private life")
이 판결에서 유럽사법재판소가 슈렘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유럽 집행위원회에서 데이터 보호를 관할하는 위원회는 제29조 작업반(Article 29 Working Party)으로 하여금 미국의 데이터 전송에 있어 보다 많은 법률적 보호수단을 마련토록 하였다. 이 판결은 미국과 유럽 간의 판결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16. 선고 2014가합38116판결
(1) 사실관계
2014. 2. 10.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의 시민단체 활동가 6인은 구글 인코퍼레이티드 및 구글코리아(유)('구글')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및 제4항 등 대한민국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자신들에 대한 구글 계정상의 개인정보와 구글 계정을 이용한 정보(특히 Gmail 계정을 이용해 착발신된 메일의 착발신 대상, 메일의 내용)를 구글 이외의 회사, 조직 또는 개인 등 제3자에게 제공하였는지 여부 및 제공했다면 어떤 이유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언제,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의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였다.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구글 측의 답변에 대해서 2014. 7. 23. 위 활동가 6인은 구글이 수집, 보유하고 있는 자신들의 개인정보 및 서비스이용내역을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고, 앞선 정보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은 원고의 청부를 일부인용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2015나2065729 사건으로 항소되어 진행중이다.

(2) 법원의 태도
법원은 이용자가 구글에 가입하면서 '서비스 관련 분쟁이 생기면 미국의 주(州) 법률에 따르기로 한다'는 내용의 약관에 동의했더라도 이는 국제재판권관할과 준거법을 정하는 국제사법 위반으로 무효이며 따라서 국내에서 소송제기가 가능하다고 봤다. 구글 본사에 미국 정보기관 등 제3자에게 이용자 정보를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구글 측의 손해배상 책임은 현황 공개 요청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용하지 않았다. 한편 원고 6명 가운데 구글이 제공하는 개인메일을 이용하지 않고 기업메일 서비스만 이용하고 있는 2명의 청구는 각하했다. 기업메일 서비스는 국제사법이 정하고 있는 소비자계약의 보호대상인 '직업 또는 영업활동 외의 목적으로 체결되는 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따라서 이들 2명은 구글에서 정한 약관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법원에서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정보제공내역 공개의무의 기초로 다음을 들었다. ①구글이 국내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도메인 주소를 운영하면서 한국어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국내 기업이나 개인에게서 광고를 수주하는 등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과 이용자가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배제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이런 합의는 국제사법 제27조를 위반해 효력이 없다. ② 구글이 당사자 간 합의를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제30조에서 정한 개인정보 제3자 제공현황 등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이용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 현행법상의 강행규정에 어긋난다. 따라서 구글은 이용자들이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정보 등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IV. [인터넷]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14 선고 2014카합1141 판결(인터넷사이트명칭사용금지등가처분)

1. 사실관계
채권자는 2007년경부터 '엔젤하이로 위키(angelhalo wiki)' 또는 '엔하위키(enhawiki)'라는 명칭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여 왔고, 2012. 3.경 위 인터넷 사이트의 명칭 및 도메인 이름을 '리그베다위키(http://rigvedawiki.net)'로 변경하였다('채권자 사이트'). 채권자 사이트는 '위키'(http://rigvedawiki.net/r1)와 '위키게시판'(http://wikibbs.net)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위키' 부분은 인터넷을 통하여 각 주제어별로 그에 관한 설명을 제공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의 일종으로서, 이용자들이 특정한 주제어에 관한 게시물을 자유롭게 작성하여 게시하거나 이미 게시된 내용을 자유롭게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채무자는 2009년경부터 별지 목록 기재 각 도메인을 이용하여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집적된 자료 전부를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그대로 복사하여 오는 미러링(mirroring) 방식으로 채권자 사이트 중 '위키' 항목의 게시물 전부를 복제한 '엔하위키 미러'라는 명칭의 인터넷 사이트('채무자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2.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의 적용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채무자가 채권자 사이트의 '위키' 항목의 게시물 전부를 복제한 채무자 사이트를 운영하는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채권자는 채권자 사이트의 관리를 위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채무자는 채권자 사이트 중 '위키' 항목에 속하는 개별 게시물을 복제하는 것을 넘어서 위 항목 전체를 미러링 방식에 의하여 기계적으로 복제하여 채무자 사이트에 게시하고 있을 뿐 그 내용을 관리하기 위해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채무자 사이트는 채권자 사이트의 내용을 복제한 외에 채무자 사이트 고유의 독자적인 내용은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 채무자가 채무자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채권자의 명시적인 동의 또는 승낙을 받은 것으로 볼 자료가 없는 점, 채무자는 채권자 사이트의 서버 용량 부족으로 접속에 문제가 있어 미러링 사이트를 개설하여 이용의 편의를 제공하는 등으로 채권자 사이트의 운영에 기여하였다고 주장하나 채무자 사이트에 게시된 광고로 인한 수입은 채무자가 수취하는 것으로 보일 뿐 그 일부를 채권자에게 배분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의 위와 같은 행위는 채권자 사이트에 집적된 게시물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나아가 채무자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채권자 사이트 대신 채무자 사이트를 방문하게 됨으로써 채권자 사이트를 통한 광고 수입이 감소하는 등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이런 점을 근거로 채무자가 채권자 사이트 중 '위키(http://rigvedawiki.net/r1)' 항목을 복제한 채무자 사이트를 사용하여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의 운영업을 영위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3. 해설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술의 변화 등으로 나타나는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제2조 제1항 (차)목으로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새로이 규정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을 신설하였다. 2015년 초반 (차)목 인정을 위한 기준정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판결은 (차)목 침해 판단에서 실질적 손해가 요건이 아니고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후 (차)목을 인정하는 판결이 증가하는 기초를 제시하였다고 본다.

V.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결정)

1. 사실관계
수원지검 강력부는 2011년 갑(甲)이 회사를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24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를 포착하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4월 25일과 5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갑(甲)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출동한 강력부 A검사는 갑(甲)의 PC 등 저장매체에 영장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와 관련되지 않은 정보가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해 갑(甲) 측의 동의를 받아 저장매체를 통째로 갖고 왔다.

이후 검찰은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이 저장매체에 들어있는 전자정보파일 전부를 '이미징' 방법으로 복제한 뒤 저장매체는 반환했다. 이미징 과정에서 이씨 측이 잠시 참관하긴 했지만 작업을 마치기 전 자리를 떴다. A검사는 이미징한 복제본을 다시 자신이 갖고 있던 외장 하드디스크에 복제한 다음 이를 통해 최초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탐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A검사는 이 업체의 약사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 이전에 발부 받았던 압수수색 영장 혐의와 무관한 범죄 관련 정보를 새로 발견해 문서로 출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실을 갑(甲)에게 알리지 않았다.

갑(甲)의 변호인은 검찰은 피압수자가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하면서, 검사가 임의로 복사해간 정보는 위법한 압수물일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압수수색과 이로 취득한 증거 등도 모두 취소돼야 한다면서 항고했다. 원심이 갑(甲) 측 주장을 받아들이자 검찰은 재항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2. 대법원의 판단
다수의견은 "①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②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이른바 '복제본'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해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 ③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복제본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에서 복제·탐색·출력하기 위해서는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④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 이외에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⑤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더 이상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그러한 정보에 대해서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에도 별도의 압수수색 절차는 최초의 압수수색 절차와 구별되는 별개의 새로운 절차로 봐야 하기 때문에 피압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또 ⑥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특정 단계에서 위법이 발생했을 때 해당 단계만 압수수색을 취소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최초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한 것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적법하지만, 이미징 과정과 별도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출력한 일련의 행위들은 피압수자인 이씨 측에 계속적인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행돼 압수수색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고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판단이다.

반대의견은 ①법이 정한 압수수색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며, 압수수색 절차에 위법한 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압수수색의 취소를 명할 수 없다거나, ②영장 기재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함께 출력한 처분 등은 압수수색에 관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진 선행처분까지 소급하여 모두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3. 해설
오늘날 증거의 대부분은 디지털증거가 많이 문제된다. 디지털 포렌식 분야는 실무에서 IT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점차 중요한 분야가 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형사증거능력이 문제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해석론으로 타당한 결론이라고 본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수사상 곤란을 느낄 수 있으므로 형사증거법에 디지털 증거에 대한 부분을 입법적으로 보완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에 디지털 증거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의 개정이나 디지털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는 전문진술에 대한 별도의 진정성립 방식에 대한 입법 등이 고려될 수 있다{김윤섭·박상용, "형사증거법상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증거능력의 선결요건 및 전문법칙의 예외요건을 중심으로-", 형사정책연구 제26권 제2호(통권 제102호, 2015년 여름호)}.

VI. 보이스 피싱과 부당이득반환(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판결)

1. 사실관계
A는 2011년 9월 검찰청 검사를 사칭하는 인물로부터 은행계좌가 사기 사건에 이용돼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의 계좌에서 B의 계좌로 600만원을 이체했다. 이 때 B는 이미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통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넘긴 상태였다. A가 B의 통장에 이체한 돈은 대부분 인출돼 5000원만 남은 상태가 됐고 A는 자신이 송금한 600만원을 돌려달라며 B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1심은 A가 B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는 것만으로 B가 예금만큼의 이득을 봤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통장의 양도가 금지돼 있는데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건넨 점, 보이스피싱이 횡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B가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통장을 건넴으로써 범죄행위를 방조했기 때문에 3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은 B 역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넘겼고, 이로 인해 B가 금전적인 대가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B는 계좌에 남아있는 5000원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2. 법원의 판결
대법원은 상고기각판결을 하여 원심을 확정하였다. 대법원은 ①B가 사기범에게 통장과 현금카드, 주민등록증 사본을 넘길 당시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설사 B가 주의를 했어야 했다 해도 통장은 이미 A가 사기범에게 속은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해 B가 주의를 하지 않은 것과 A가 손해를 입게 된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들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③통장 명의자가 통장을 넘긴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하더라도 단지 대출을 받기 위해 통장을 넘겼다고 해서 통장 명의자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3. 해설
이 판결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계좌 명의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다. 명의자도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의에 속아 통장을 제공한 것이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 판단의 기본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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