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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나68883

치매 아들 둔 아버지, 아들과 별거중 며느리에 치료비 소송 승소

서울중앙지법, "시아버지에게 3000만원 지급하라" 판결

치매에 걸린 아들을 수년간 뒷바라진 한 아버지가 아들과 별거 중인 며느리를 상대로 "부양의무를 이행하라"며 소송을 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A씨(70)가 전 며느리인 B씨를 상대로 "치료비 4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구상금청구소송(2014나6888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A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의 아들 C씨는 2008년 급작스레 쓰러져 판단력 저하, 보행장해, 배변조절 등 뇌손상 후유증이 생겼다. 부인과 별거 중이었던 그는 각종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치매 판정을 받고 아버지에게 의존해 생활해야 했다. A씨는 아들을 위해 입원비, 진료비, 약값 등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거금도 들였다. A씨는 퇴직 후 연금으로 살고 있었지만 아들 치료에 40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그러던 A씨는 지난해 며느리를 상대로 "지금까지의 치료비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아무리 별거를 하고 있었더라도 법률상 아들의 아내인 며느리에게 1차 부양의무가 있는 만큼, 2차 부양의무자인 자신이 부담한 비용을 달라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부양의무란 부양을 받을 사람(피부양자)이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이행을 청구해야 생기지만, 피부양자가 치매를 앓고 있어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 아버지인 A씨의 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와 A씨의 아들인 C씨는 지난 9월 이혼하기까지 법률상 부부였다"며 "C씨는 2008년 장애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치매 수준의 뇌손상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B씨에게 부양을 청구하기 곤란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중환자실에 있던 남편을 면회하고 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남편을 보고 참으로 많이 울었다'는 글을 남기는 등 남편이 부양이 필요한 상태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형평의 관념상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B씨는 남편의 과거 부양료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08~2014년까지 B씨가 벌어들인 급여가 6억원이 넘고, 현재 대기업에 다니면서 2013년부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점 그리고 두 사람의 이혼에 어느 한 쪽의 귀책사유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지출한 치료비 4100여만원 중 300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부양의무란 피부양자가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이행을 청구해야 생기는데, 남편인 C씨는 B씨에게 부양의무를 청구한 적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B씨는 1심에서 승소한 직후 이혼소송을 내 올해 9월 이혼 확정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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