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판결기사 대법원 2011다22092,2007나16979

흡연자, 15년 담배소송 '아웃'…

다음 타자는 국민건강공단

15년에 걸친 담배 소송이 흡연자의 패소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은 흡연이 일정한 종류의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더라도 흡연이 곧 암의 발병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개별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흡연 피해자들이 낸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또 담배소송을 추진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피해자가 승소하기 힘든 소송일수록 공단이 나서야 한다"며 계속 소송을 진행할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10일 폐암 환자와 그 유족 30명이 국가와 ㈜케이티앤지(KT&G)를 상대로 낸 두 건의 손해배상소송 상고심(2011다22092 등)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암 유발할 수 있는 인과관계 인정하더라도
흡연이 곧 암 발병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계속 흡연여부, 자유의지 따른 선택의 문제

◇대법원, '인과관계·제조책임·담배 위해성 은폐' 모두 부정= 재판부는 "담배 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해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며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흡연으로 니코틴에 대한 의존증이 어느 정도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소심은 흡연자 6명 중 흡연과 역학적 인과관계가 높다고 알려진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 환자 4명에 대해서만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비소세포암 환자 1명과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환자 1명에 대해서만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했다. 대법원은 결국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비특이성 질환은 특정 위험인자와 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건강공단

흡연 예방하고 재정누수 방지할 책무 있어
530억대 소송준비… 인과관계 입증에 자신
개인소송 패소해도 기관은 승소 사례 있다

◇공단, "승산 있다"… 과연?=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지출하지 않아도 될 연간 1조7000억원의 비용을 추가 지출하고 있고,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관리자로서 흡연을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530억원대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송 금액이 최소 530억원으로 결정되면서 인지대는 1억70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선영(43·사법연수원 31기) 공단 법무지원실 소속 변호사는 "공단은 이미 항소심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한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에 집중해 전략을 세우고 자료를 수집했다"며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을 때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지만, 공단과 같은 기관은 체계적인 증거 수집을 할 수 있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단은 1992~1995년에 건강 검진을 받은 130만명에 대해 19년간 추적연구를 해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질병 발생위험이 평균 2.9~6.5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울 계획이다.

건보공단은 1994년 미국 46개 주정부가 "담배회사로 인해 과다 지출된 의료비를 반환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이 2060억달러(220조원)를 배상하는 데 합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1994년 주정부가 위해물 제조업체에 의료비용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의 개별입증 대신 통계로 의료비용을 산출하도록 법률을 제정했다. 연방대법원에서 이 법에 대해 합한 판결을 했다. 캐나다 연방대법원도 2005년 9월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진료비 회수에 대한 주정부의 직접적인 소송권한을 부여하고 역학적·통계적 방법을 통한 인과관계 및 손해의 입증을 인정한 법이다. 합헌 결정 후 이 법을 근거로 주정부들이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빅데이터를 통해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담배회사가 담배의 위험성을 은폐하려고 한 불법행위가 있거나 담배에 존재하는 결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