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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11다4629

대법원 "육아휴직·합법파업 기간, 연차수당 삭감"

연차수당에도 무노동 무임금 적용 첫 판결

연차수당에도 '무노동(無勞動) 무임금(無賃金)' 원칙을 적용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근로자들은 육아휴직이나 파업 등 합법적인 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연차수당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1년간 8할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번 판결은 유급휴가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알리안츠생명보험 소속 근로자 624명이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위해 근로를 제공하지 안한 것인데 연차수당을 삭감한 것은 부당하므로 미지급 임금 14억여원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 2011다462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실적으로 쟁의기간 등에는 근로 대가 지급의무 없어
나머지 일수 기준으로 출석률 산정 충족요건 판단해야
대법원, 파업기간 연차수당 청구한 근로자에 패소 판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1년간 8할 이상 출근했을 때 비로소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근로자가 1년간 8할 이상 출근했는지 여부는 1년간 총 역일(曆日)에서 법령, 단체협약, 취업 규칙 등에 의해 근로의무가 없는 날로 정해진 날을 제외한 나머지 일수, 즉 연간 근로의무가 있는 일수(연간 소정근로일수)를 기준으로 그 중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날이 얼마인지를 비율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가 정당한 쟁의행위를 하거나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한 육아휴직을 해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쟁의행위 등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보장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행사이고, 그 권리행사에 의해 근로자는 근로의무가 없어 근로자가 본래 연간 소정근로일수에 포함됐던 쟁의행위 등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근로자가 결근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관련 법령에서 그 기간 동안 근로자가 출근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으므로 이를 두고 근로자가 출근한 것으로 의제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휴일 등을 제외하고 출근해야 하는 날이 200일인 근로자가 정당한 파업을 하거나 육아휴직을 100일간 썼다면, 100일의 80%를 출근하면 연차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판부는 "연차유급휴가가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이 없었던 쟁의행위 등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근로에 대한 대가를 부여할 의무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연간 소정근로일수에서 쟁의행위 등 기간이 차지하는 일수를 제외한 나머지 일수를 기준으로 근로자의 출근율을 산정해 연차유급휴가 취득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되, 그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는 본래 평상적인 근로관계에서 8할의 출근율을 충족할 경우 산출됐을 연차유급휴가일수에 대해 '연간 소정근로일수에서 쟁의행위 등 기간이 차지하는 일수를 제외한 나머지 일수'를 '연간 소정근로일수'로 나눈 비율을 곱해 산출된 연차유급휴가일수를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소정근로일'이 200일인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연차일수가 15일이라고 할 때, 합법적인 파업을 100일간 하고 나머지 100일 중 80일간만 정상적인 출근을 했다면, 연차휴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 받는 연차휴가일 수는 15일에 200분의 80을 곱한 6일이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파업이나 육아휴직 사용여부에 관계없이 연차수당을 지급한 회사들은 비채변제(채무가 없음을 변제자가 알면서 변제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어 근로자들을 상대로 돌려달라는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사측이 적극적으로 연차수당을 삭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일관되게 판시했던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임금에 해당하는 연차수당에도 적용된다고 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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