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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창원지방법원 2012나6589

채무 초과 상태에서 실질적 상속포기는 '사해행위'

채무자의 상속분할협의, 채권자가 취소 가능
창원지법, 채권자 패소 원심취소 원고 승소 판결

자신의 상속지분을 '0'으로 만들어 상속포기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채무자의 상속분할협의도 채권자가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민법상 사법상의 계약인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가 취소할 수 있지만 상속포기는 일방적으로 상속자라는 신분을 포기하는 일신전속권이어서 채권자가 대신 취소할 수 없다.

잇따른 사업실패로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모씨는 2008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 서울 도봉구에 있는 집을 어머니 황모씨와 함께 상속받았다. 김씨는 여든이 다 된 어머니가 홀로 사는 집을 따로 처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고 어머니에게 집을 주려고 했지만 상속포기 기간도 놓쳐버렸다. 이대로라면 빚 때문에 집이 처분될 게 분명했다. 고민 끝에 김씨는 부동산을 어머니가 단독상속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분을 '0'으로 만들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마쳤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A사는 이에 대해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고 김씨는 "실질적으로는 상속포기나 다름없다"고 맞섰다.

창원지법 민사3부(재판장 김주식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A사가 김씨의 어머니 황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취소 청구소송(2012나6589)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데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해 부동산 권리를 포기하고 어머니가 부동산을 단독으로 상속하게 했다"며 "김씨의 상속재판분할협의는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이므로 취소돼야 하고 황씨는 A사에 1700여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실질적으로는 상속포기라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상속포기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 인적 결단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재산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와 엄격히 구별된다"며 "민법이 상속포기에 관해 엄격한 기한을 요구하고 있는 사정 등을 참작하면 이 사건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상속을 포기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상속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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