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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헌법재판소 2001헌바43

공정거래법 위반사실 공표강제는 위헌

헌재, 공정거래법 제27조 일부 무죄추정원칙에 위반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자로 하여금 법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법위반 사실 공표명령"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며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金京一 재판관)는 지난달 31일 대한병원협회가 "공정거래법 제27조가 이 법 위반 사업자들의 제재를 위해 규정하고 있는 '법위반사실의 공표' 부분은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위헌심판형 헌법소원사건(2001헌바43)에서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이와 같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7조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등의 위반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단체에 대해 당해 행위의 중지, 법위반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는 행위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무죄로 인한 혼란과 같은 재판 후 발생가능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시정명령의 한 형태로 인정되고 있는 등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사전에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하게 하는 것은 형사절차 내에서 법위반사실을 부인하고자 하는 행위자를 소송수행에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거나 법원으로 하여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의 신뢰성 여부에 대한 예단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결국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은 단지 고발만 이루어진 수사의 초기단계에서 아직 법원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가려지지 아니한 행위자를 유죄로 추정,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청구인이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으로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규제법적 성격을 가진 공정거래법에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개인의 인격형성 등 헌법 제19조에 의해 보장되는 양심의 영역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일간지 등에 공표하라는 것일뿐 사실관계와 법을 위반하였다는 점을 공표하는 행위자에게 사죄 내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심의 자유 침해여부를 부인했다.

청구인인 대한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가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의약품유통구조의 투명화를 위해 99년 11월 "의약품실거래가 상환제"를 실시하자 1·2차 의사대회를 개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며 4곳의 중앙일간지에 법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명령받았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서울고법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송(2000누3360)을 제기하는 동시에 공정거래법 제27조의 위헌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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