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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03두5198,2009두16763

'대졸 숨기고 생산직 취업' 해고사유 안돼

고용사정·업무지장 초래 등 정당성 인정 안되면 부당해고 해당
대법원, 사실상 판례변경

대학졸업 학력을 숨기고 고졸 생산직 공채에 응시해 취업했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력 위조뿐 아니라 고용 사정이나 업무지장 초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최근 고학력자의 취업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고졸 출신의 채용이 확대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번 판결이 고학력을 속이거나 낮춰서 취업하려는 경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한편 대법원은 과거 대졸자들의 노동운동을 위한 위장취업이 한창일 때에는 학력위조가 중대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2003두5198)한 적이 있어 대법원이 학력위조 취업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행정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 5일 금속노동조합원 이모(38)씨 등 6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2009두16763)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없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으므로 징계해고 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입사 때 제출한 이력서 등에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행위를 이유로 징계해고를 하는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가 사전에 허위 기재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등 고용 당시의 사정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근로자가 종사한 근로의 내용과 기간 △허위기재 한 학력 등이 종사한 근로의 정상적인 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 지 여부 △사용자가 학력 허위 기재 사실을 알게 된 경위와 알고난 이후 당해 근로자의 태도 및 사용자의 조치 내용 등 노사간 신뢰관계 유지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해고된 조합원들이 모두 4년제 대학졸업자임에도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할 당시 이력서에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원심은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이씨 등 6명은 모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2003년 9월부터 2006년 7월까지 P주식회사 등 5개사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이력서에 고등학교까지만 학력을 기재했다. P사 등은 이씨 등이 금속노조의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간부로 활동하자 경력 조회를 통해 대학 졸업 사실을 알고 이들을 해고했다. 1·2심은 "P사 등이 이씨 등의 대학졸업 경력을 알았더라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고, 대학졸업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이씨 등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요소"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사실상 판례를 변경하면서도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판결한 것에 대해 "해고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변경이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며 소부 합의에 참여한 대법관 가운데 반대의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