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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03다318

"계약체결 때 중재기관의 정확한 명칭 기재여부 확인 가장 중요"

중재합의 조항 작성 때 유의할 점

국제거래 계약협상 현장은 두 당사자가 협상조건을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첨예하게 맞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때문에 협상의 중요한 내용이 합의된 이후에 진행되는 분쟁해결조항 합의 과정에서는 긴장이 느슨해져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면서도 구체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정하는 중재의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중재합의과정에서 지정된 중재기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중재와 소송이 선택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닌지 △지정된 중재기관의 중재판정에 집행력이 보장되는지 △중재재판부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했는지 △지정된 중재기관과 지정된 중재규칙이 호응되는지 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정된 중재기관이 실재하는지 살펴야= 우리 기업들과 공공기관들이 중재합의 과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중재기관의 정확한 명칭이 기재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중재기관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 분쟁 당사자 일방이 중재를 신청하더라도 상대방이 해당 중재기관의 관할을 부인하면 중대한 차질이 생긴다. 본격적인 중재절차에 앞서 분쟁관할을 먼저 다퉈야 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방이 악의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중재기관을 중재관할로 지정해 놓는 경우다. 중재기관의 부존재로 중재절차를 진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재합의가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제소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중재와 소송을 선택적으로 규정하면 효력 없어= 중재와 소송을 선택적으로 규정한 중재합의도 분쟁이 발생한 후에는 의외의 문제를 야기한다. 중재의 효력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아 중재와 소송은 서로 병존할 수 없는 분쟁해결절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 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하거나 피고인 소재지 법원의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는 합의는 중재의 기본 원칙에 배치됨에도 실제 계약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선택적 중재조항'은 국가 별로 유효성을 달리 판단하고는 있지만, 우리 대법원은 상대방의 이의가 없는 경우에만 중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3다318). 전문가들은 선택적 중재조항은 분쟁 본안에 앞서 분쟁관할에 관한 본안 전 분쟁에 휘말리게 해 시간과 비용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재지가 '뉴욕협약' 체약국인지도 확인해야=
중재기관의 소재지가 뉴욕협약의 체약국인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중재가 국제거래의 주요 분쟁해결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유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뉴욕협약(뉴욕협약)'에 의해 집행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이나 북한, 이라크 등 40개가 넘는 국가들이 뉴욕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 이들 미체약국을 중재지로 중재합의를 한 경우에는 유리한 중재판정을 받더라도 판정에 따른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일부 악의적인 기업들이 중재지를 뉴욕협약의 미체약국으로 지정해 중재판정이 내려지더라도 실질적인 집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중재기관 권한 제한 규정에도 주의= 상대방이 악의적으로 중재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규정을 끼워 넣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장 빈번한 예는 "본 계약의 이행에 관한 모든 분쟁은(Any dispute regarding the performance of this contract) 대한상사중재위원의 중재에 의해 해결한다"와 같은 경우다. 이 중재합의 조항에 따르면 '계약의 이행에 관한 분쟁'으로 중재기관의 권한이 제한되므로 계약의 종료 후에 발생하거나 계약으로부터 파생된 분쟁에 대해서는 지정된 중재기관이 판단할 권한을 갖지 못하게 된다. 중재기관의 판단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분쟁에 대해서는 계약 당사자들이 추가로 합의를 해야 해 실효성 있는 분쟁해결이 어렵게 된다. 전문가들은 "본 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Any dispute arising out of this contract)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의해 해결한다"로 규정하라고 조언한다.

◇중재기관과 중재규칙도 꼼꼼히 봐야= "본 계약과 관련해 발생한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 중재규칙'에 의해 해결한다"는 식의 중재합의조항도 문제가 된다. 중재기관과 중재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중재규칙 이외의 타 중재기관의 규칙에 의한 중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에도 계약 당사자들은 새로운 중재합의를 해야 하지만 당사자들간 합의가 쉽지 않아 분쟁해결 불능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임의중재합의는 구체적인 중재절차도 합의해야= 별도로 중재기관을 지정하지 않는 임의중재합의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임의중재는 중재인의 수와 중재판정부의 구성방법, 증거조사를 위한 방법, 심리개최 장소 등 중재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분쟁 당사자들이 합의해서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분쟁 상황에 놓인 당사자들이 이러한 절차 내용을 합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임의중재합의에서는 중재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를 계약체결 시에 반드시 합의하라고 조언한다.

◇중재비용 고려해 중재합의에 임해야=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거래규모가 1억원 미만의 소액이고 예상되는 분쟁 역시 그 금액이 크지 않는 경우에는 국제중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ICC에서 국제중재를 하면 중재기관의 중재관리비용, 중재인 수당, 언어 및 법률의 상이로 인한 대리인 선임 등으로만 최소 몇 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재조항에 의한 분쟁 제기는 확실하게 승소가 보장되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중재비용을 상대방으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살핀 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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