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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07두12514,96누10768

과세처분에 불복, 국세청에 심사청구할 수 있는 날은 재조사 따른 후속처분 통지된 날부터 기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변경… 납세자의 재판청구권 실질보장

납세자가 세무당국의 과세처분에 이의신청을 해 재조사를 한다는 결정을 받은 경우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후속 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기산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는 대법원이 재조사결과에 대한 행정소송의 제소기간은 원칙적으로 납세자가 재결정을 하기 이전의 원결정을 받은 날부터 기산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판결(96누10768 등)을 변경한 것이다.

그동안 납세자는 후속 처분의 통지를 받기 전에 곧바로 불복여부를 결정할 수 밖에 없어 납세자의 재판청구권 침해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판례가 변경됨에 따라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 24일 화물운수업자 박모(54)씨가 양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부과처분취소 소송 상고심(2007두12514)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재조사결정은 처분청으로 하여금 하나의 과세단위의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해 당해 결정에서 지적된 사항을 재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거나 당초 처분을 유지하는 등의 후속 처분을 하도록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재조사결정을 통지받은 이의신청인 등은 그에 따른 후속 처분의 통지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다음 단계의 쟁송절차에서 불복할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같은 재조사결정의 형식과 취지, 그리고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 행정통제기능 및 복잡하고 전문적·기술적 성격을 갖는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재조사결정은 당해 결정에서 지적된 사항에 관해서는 처분청의 재조사결과를 기다려 그에 따른 후속 처분의 내용을 이의신청 등에 대한 결정의 일부분으로 삼겠다는 의사가 내포된 변형결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재조사결정은 처분청의 후속 처분에 의해 그 내용이 보완됨으로써 이의신청 등에 대한 결정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므로, 재조사결정에 따른 심사청구기간이나 심판청구기간 또는 행정소송의 제소기간은 이의신청인 등이 후속 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기산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영란·양승태·안대희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달리 "재조사결정은 단지 효율적인 사건심리를 위해 처분청에 재조사를 지시하는 사실상 내부명령에 불과해 그로써 이의신청 등에 대한 결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고, 후속처분에 의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의제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이의신청인 등에게 재조사결정이나 후속 처분이 통지됐다고 하더라도 그 후 다시 재결청이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유형의 결정을 해 이의신청인 등에게 통지할 때까지는 심사청구기간 등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화물운수업을 하던 박씨는 2005년4월 매출신고를 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 양천세무서로부터 1억여원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부과받았다. 박씨는 7월29일 실지거래사실을 재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재조사결정서를 송달받았다. 양천세무서는 박씨가 조사내용을 번복할 자료를 내지 않자 3개월 후 당초 처분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후속 처분을 했다. 그러자 박씨는 10월28일 국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으나, 국세청은 "재조사결정을 통보받은 7월29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이씨의 청구는 심사청구기간인 90일을 지났다"며 심사청구를 각하했다. 이씨는 2006년3월 양천세무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씨는 재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날을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며 본안판단을 했으나 "박씨가 부가가치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2심은 "박씨에게 과세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세기본법은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은 "이의신청 등이 신청기간 또는 청구기간이 경과한 후에 있었거나 보정기간 내에 필요한 보정을 하지 않은 때에는 그 신청이나 청구를 각하하는 결정을, 이의신청 등이 이유없다고 인정된 때에는 그 신청이나 청구의 대상이 된 처분의 취소·경정 또는 필요한 처분의 결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은 심사청구 등의 제소기간에 관해 "이의신청을 거친 후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를 하고자 할 때는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 행정소송은 행정소송법 제20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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