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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헌법재판소 2008헌마385

헌재 "국가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입법화할 의무 없다"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스스로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더라도 국가가 이를 반드시 법으로 정해 보장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첫 연명치료 중단 확정판결을 받아냈던 김모(77) 할머니와 가족이 "국가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2008헌마385)에서 지난 26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했다.

재판부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며 "재판으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해 추진할 사항"이라며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법원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국회의 재량에 속하므로 헌법해석상 법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국가의 입법의무가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공현 재판관은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 치료중단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문제될 뿐"이라며 "결국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사전의료지시 여부와 관련지울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한 문제다"라며 별개의 의견으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김 할머니의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삶을 연명하지 않겠다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낸 것과는 별도로 지난해 5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김 할머니 측은 지난 5월 대법원으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첫 판결을 받아냈으며, 병원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김 할머니는 지금까지 자가호흡으로 생존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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