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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09다15596

인터넷 도메인 국제적 분쟁 재판관할 싸고 논란

'hpweb.com'사건 2번이나 파기환송 후 10년째 대법원 계류
대법원, 당사자의 국가와 '실질적 관련성'여부 판단기준 제시
국제적으로 승인된 통일된 규범 아직까지도 없어 혼란 가중

‘www.○○○.com’같은 인터넷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국제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판을 어느 나라 법원에서 해야 되는지를 둘러싸고 점점 논란이 뜨거워 지고 있다.

도메인이름은 일반적인 상표와 달리 등록을 한 국가나 미리 지정한 일정한 국가 내에서만 사용·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경의 제한없이 동일한 도메인이름이 사용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도메인이름에 관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인터넷 도메인분쟁에 관한 통일된 규범이 확립되지 않고 있어 늘어나는 분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도메인 이름에 관한 분쟁은 가상공간에서의 국제적인 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런 분쟁을 오프라인에서 해결하는 경우, 전통적인 국제재판관할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통적인 원칙을 버리고 가상공간에 적합한 새로운 국제재판관할원칙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재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판은 어느 나라에서-판단기준 ‘실질적 관련성’=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와 비슷한 도메인을 미리 선점한 등록인을 상대로 소송을 낼 때 어느 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상표권자는 소송의 편의를 위해 상표가 등록돼 있는 자기 나라에서 재판받기를 원하는 반면, 도메인 이름 등록인은 자기나라에서 받기를 원한다. 이런 국제재판관할에 관련된 법적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문제가 돼 대법원에서 연거푸 파기환송되는 등 진퇴를 거듭하고 있다.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이 문제가 돼 2000년에 소가 제기됐던 ‘hpweb.com’사건의 경우 현재 대법원에서 2번이나 파기환송된 후 다시 대법원에 상고가 돼 10여년째 사건이 진행중이다(2009다15596). 그러나 10년동안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1심에서 ‘재판관할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1차로 파기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제재판관할을 넓혔다. 또 판단기준으로 국제사법 제2조의 ‘실질적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기준을 마련했다.

2001년 개정된 국제사법 제2조는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단서에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어떤 사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 그 나라 법원에 재판권을 인정하려면 △도메인이름이 그 나라에서 사용돼야 할 것 △웹사이트 언어 및 이용권역이 해당 나라일 것 △도메인이름과 관련한 침해, 손해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증거의 소재지가 해당 나라일 것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은 객관적인 요소에 초점을 둔 것으로 현재 점점 이런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도메인분쟁과 관련한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규정인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UDRP)’을 근거로 법원이 도메인 이전 관련 분쟁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그 동안 엇갈리고 있던 하급심 판결들의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UDRP는 법이 아니라 약관이다”며 “UDRP를 주권국가의 법보다 우위에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부분 다른 나라들의 경우도 실무에서 UDRP의 구속력을 부정하고 있다.

◇ 아직 통일된 규범 없어, 가상공간에 맞는 법적 절차 구비돼야= 대법원이 이렇게 점차 도메인 관련 법적 분쟁에 대한 입장을 완비해 가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도메인이름 관련 분쟁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확립돼 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여기서 국제재판관할권의 판단기준으로 제시된 ‘실질적 관련성의 원칙’,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 및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에 관해 따로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런 다양한 이익 중 어떤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사건에 따라 원·피고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구체적인 인정여부는 법원이 개별사건마다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상공간에 걸맞는 전 세계적인 통일적 분쟁해결규범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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