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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서울고등법원 2009나36588

군당국이 사병의 사망원인 애인변심자살로 유족에 알렸다면 가혹행위 이유 손배소송서 소멸시효 주장못해

서울고법, 원고 일부승소 판결

군당국이 사병의 자살동기를 가혹행위가 아닌 애인변심으로 결론내고 이를 유족에게 알렸다면 이후 유족이 가혹행위를 이유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원모씨는 1986년9월 입대해 박격포 탄약수로 복무했다. 원씨가 속한 소대는 실탄과 수류탄을 지참한 상태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포반(砲班)의 특성상 군기가 센데다 선임병들의 구타 등 가혹행위가 자주 있었다. 원씨는 1988년1월 소대대항 축구시합에 나간 원씨는 헛발질을 한 탓에 야유를 많이 들었고, 팀이 축구시합에서 지자 선임병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원씨는 그날 경계근무도중 M16소총으로 자살했다. 그런데 사단헌병대는 자살동기를 ‘애인의 변심, 건강문제로 인한 신병비관’으로 결론짓고, 1988년3월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유족에게 알려줬다. 원씨의 부모는 2006년4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위원회는 지난해 6월 자살동기를 ‘선임병들에 의한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내 부조리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원씨의 부모는 10월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패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서명수 부장판사)는 7일 원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9나36588)에서 1심을 취소하고 “국가는 위자료 등 7,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예산회계법 제96조에 의하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며 “소송이 원씨가 자살한 날부터 5년이 지난 후 제기됐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면서 “대통령 소속하의 위원회에서 원씨에 대해 진상규명결정 등의 활동을 했을지라도 국가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수사대는 조금만 수사를 더 했다면 원씨의 실제 자살동기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개인사정에 의한 자살로 단정지었다”며 “원씨가 군대생활과 무관한 개인사정을 원인으로 자살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으로 원씨의 유족에게 인식하게 한 이상 국가의 소멸시효주장은 신의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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