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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헌법재판소 2007헌바25,2007도9137,2008헌마118

헌재로 넘어간 ‘미결구금일수 산입재량’

상소권보장 침해냐… 남상소 줄이기냐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를 본형에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다. 본형에 산입하는 미결구금일수가 적을수록 피고인이 받는 형기는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이에 따라 미결구금일수의 산입을 제한하는 것이 '불필요한 항소 줄이기'인지 '피고인의 항소권보장 침해'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형법 제57조1항은 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유없는 항소를 줄이기 위해 이 조항을 근거로 무익한 항소로 기각될 경우 재판부 재량에 따라 미결구금일수를 일부만 본형에 산입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서울고법은 남항소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최고 20일까지 미결구금일수 산입을 제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헌법재판소는 12일 특수강도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던 A씨가 판결선고전의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산입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형법 제57조1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사건(2007헌바25)에 대한 공개변론을 10월9일 열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공개변론 방침에 따라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한 법률조항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2006년4월경 편의점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대리운전기사 B씨(37·여)를 협박해 강제추행한 혐의로 8월 창원지법에서 징역5년을 선고받고, 상급심에서 상소가 기각돼 2007년2월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항소심 법원은 형법 제57조1항을 적용해 미결구금일수 중 28일만을 본형에 산입했고, 대법원은 상고심 미결구금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했다. 이에 A씨는 형법 제57조1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A씨는 헌법소원을 내면서 "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를 일부만 산입하는 것은 그 산입 기준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구속 피고인은 불구속 피고인에 비해 상소제기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형 일부만을 산입하는 이유를 피고인에게 설명해주지 않음으로써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형사소송에 있어 남상소를 방지하는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구속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일수를 공제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며 "불산입되는 미결구금일수는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로부터 상소이유서 제출기간 만료일까지의 기간에 불과하고 이유없는 상소에만 적용되는 점 등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고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

법무부는 또 "미결구금일수 산입제도 자체가 구속피고인을 전제로 하는데 불구속 피고인은 자신의 생활에 제약받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법정에 출석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등 남상소의 위험이 구속피고인에 대해 현저히 적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차별한다는 주장은 이유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결구금일수 산입제한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1심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하한의 형을 받았거나 더 이상의 감경이 불가능한데도 미결일 때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항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불필요한 항소는 줄이고 재판역량을 다툴만한 사건의 심리에 집중하기 위해 구금일수 산입제한과 같은 조치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는 "사법불신해소와 재판에 승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입을 모으면서 한편으로는 미결구금일수를 제한한다면 피고인의 항소권을 막는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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