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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헌법재판소 2005헌가16,2004나68829

개정 '주택법' 소급적용은 위헌… 논란 계속 될 듯

헌재, 부칙조항만 판단… 하자 책임범위는 회피해 논란소지
사건 접수 3년만에 결정… 법정기간 넘겨 '늑장재판' 비판도

아파트 하자담보기간을 과거 10년에서 1~4년으로 대폭 줄인 개정 주택법을 법시행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도 소급적용하도록 한 주택법 부칙조항은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아파트 하자담보책임을 둘러싸고 입주자들과 시행사가 법원에서 벌이고 있는 법정 다툼은 입주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당초 법원이 하자담보책임 기간과 함께 위헌제청 사유로 삼았던 하자담보책임 범위에 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모조리 각하해 개정 주택법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헌재는 담보책임기간과 관련된 부칙조항에 대해서만 위헌결정을 내리고 중요한 위헌제청사유인 책임범위에 대해서는 판단을 회피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헌재는 이 사건을 3년씩이나 끌어 '늑장재판'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달 31일 하자담보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주택법 제46조1항 등에 대해 서울고법이 위헌제청한 사건(2005헌가16)에서 개정 주택법 이전 하자에 대해서도 개정법을 소급적용하도록 한 부칙 제3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2005년5월26일 개정된 주택법 제46조1항은 아파트 하자담보책임기간에 대해 종전과 달리 민법이 아닌 주택법의 적용을 받게 하면서 그 기간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제3항은 내력구조부에 생긴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사업주체가 책임지게 될 아파트 하자담보책임 부담을 대폭 줄여 놓은 것이다. 또 개정 주택법 시행이전에 생긴 하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승인 등을 얻은 공동주택의 담보책임 및 하자보수에 대해서는 개정 주택법을 소급적용하도록 하면서 법원에 관련 소송이 잇따랐다.

◇ '소급적용'은 위헌= 헌재는 "개정주택법은 주택법이 시행되기 전에 사용검사나 사용승인을 받았다면 그 하자가 발생한 시점에 상관없이 개정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신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하자가 발생했으나 구법에 의하면 10년의 하자담보기간 내이지만 신법에 의할 때는 1~4년의 하자담보기간이 이미 경과된 경우 당사자로서는 구법 질서 아래에서 이미 형성된 하자담보청구권이 소급적으로 박탈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하자담보책임제도가 불합리해 어느 일방이 지나친 불이익을 보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나 현실적으로 공동주택의 부실공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주택 소유자의 보호 역시 중요한 사항"이라며 "구법상 10년간의 하자담보청구권 행사기간이 적용되지만 법원이 10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있으므로 주택법의 개정이 중대한 공공복리를 위한 긴요한 것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구법 아래에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 공동주택 소유자들이 지녔던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등을 볼 때 부칙 제3항은 당사자의 신뢰를 헌법에 위반된 방법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경기도고양시 소재 햇빛주공22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4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4나68829)에서 "주택법 제46조제1항, 제3항 및 부칙 제3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된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결정을 했다.

◇ 개정 주택법 핵심조항은 판단보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부칙 제3조만을 위헌으로 판단하고 나머지 조항에 대해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각하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주택법 부칙 제3항이 위헌이라고 하는 이상, 신법이 시행되기 전에 하자가 발생한 해당사건에 있어서는 개정 주택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주택법 제46조제1항, 제3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각하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서도 각각 위헌성이 있다고 보고 위헌제청을 했기 때문에 하자담보기간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위헌제청을 한 서울고법은 결정문에서 "하자담보책임은 그 발생과 존속기간, 권리행사기간, 청구권자와 하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국민의 재산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하자책임의 모든 부분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은 행정권의 자의적 법 해석 및 법 집행의 위험성이 높아서 국민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었다. 특히 개정법 제46조3항에 대해서는 "내력구조부 중 중대한 하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는데, 발생한 하자는 중대하건 경미하건 모두가 하자담보책임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한 헌재결정이 미뤄지면서 개정법이 또다시 논란이 될 경우 당사자는 헌법소원 또는 법원의 위헌제청을 통해 마냥 헌재결정을 기다려야되는 실정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파트 하자보수문제는 많은 입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는 개정법이 계속 적용되다 보면 또다시 법리적인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최소한의 실무적인지침이라도 마련될 수 있도록 헌재가 판단해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위헌제청의 내용을 볼 때 핵심은 개정 주택법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부칙만 판단함으로써 피해간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문제 핵심은 부칙 제3조에 있었고 이를 위헌으로 판단함으로써 당사자들의 권리가 구제됐다"며 "만약 부칙조항의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정 주택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상황이 있다면 헌재가 예외적으로 다른 위헌제청 조항들까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특별히 다른 조항에 대해 헌법적 소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늑장판단' 비판도= 이번 헌재결정은 사건이 접수된지 3년 만에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훈시규정이긴 하지만 헌재는 이를 어기고 법정기간을 훨씬 초과해 결정을 내렸다. 특히 다른 헌법소원 사건에 비해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위헌제청 사건임을 감안하면 늑장재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법원의 건설전담재판부는 10여건씩 되는 관련 사건을 모두 정지한 채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 왔다. 헌재결정에 따라 막대한 소송비용과 시간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아파트 하자보수소송과 관련해 헌재의 판단이 너무 길어져 오랜기간 추정해 놓은 사건들 대부분을 소송당사자와 이야기해 현행법에 맞춰서 진행했다"며 "감정절차 등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지만 헌재만 바라보고 사건을 잡고 있을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작 법원에서 헌재가 판단해 주기를 원했던 부분은 소급적용 부분이 아니라 개정 주택법 부분"이라며 "소급적용 부분의 위헌에 따라 명확하게 결론이 나는 사건들은 적기 때문에 개정법에 대해서도 함께 판단해 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 왔는데 3년씩이나 심리한 결과로는 보기 어렵다. 부칙 제3조의 위헌성만을 문제삼고 다른 조항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충분히 빨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인다"며 "3년이 걸렸다고 한다면 개정 주택법에 대해서도 헌재가 자신있는 판단을 내려줬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법원에서 위헌제청으로 들어온 사건의 경우 오히려 어렵고 쟁점이 많은 사건들이 많아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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