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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06다63273

권한없는 자에게 인감 발급… 은행 손해, 지자체가 배상

대법원, "공무원은 부정행위 발생 방지의무 있다"… 원고패소 원심 파기

공무원이 인감증명서를 본인이나 대리인이 아닌 권한없는 타인에게 발급해 대출이 이뤄졌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는 2003년3월 신 인감증명법 시행 이후 인감을 부정발급해 준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H상호은행이 서울 구로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6다6327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4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감증명은 인감자체의 동일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거래행위자의 동일성과 거래행위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는 자료로서 일반인의 거래상 극히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며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은 인감증명이 타인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일에 사용되는 것을 예상하고, 발급된 인감증명으로 인한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발급된 허위 인감증명에 의해 그 인감명의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인감증명의 교부와 손해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한다"며 "증명청이 전산정보처리조직을 이용해 인감증명을 발급할 수 있게 바뀌면서 신청서에 날인된 인영과 인감대장상의 인영을 대조·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단순히 인감대장상의 인영을 현출해 그것이 신고돼 있는 인감의 인영임을 증명하는 간접증명방식으로 전환됐다더라도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로구의 동사무소 공무원 이모씨는 2004년6월께 자신을 A씨라고 속인 B씨가 인감증명발급신청을 하자 신청서에 찍힌 B의 지문과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A씨의 지문을 비교한 뒤 같다고 판단해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줬다.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B씨는 일주일 뒤 A씨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오려 붙이고 인감도장을 위조한 뒤 H상호은행에 A씨의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았다. 한달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된 A씨는 즉시 은행에 항의했고, 은행은 A씨의 아파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 준 뒤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준 구로구를 상대로 대출금 2억8,000여만원(3억원에서 인지대ㆍ수수료 제외)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로 부정발급된 인감증명서 때문에 대출이 이뤄졌기에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지 않은 은행에도 일정 과실이 있다고 보고 "구로구는 은행에 8,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구로구는 인감증명에 의해 제출된 인감의 동일성 여부만 확인할 뿐이고, H상호은행이 조금만 주의해서 봤다면 대출신청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이 위조된 사실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편 은행은 B씨를 사기혐의 등으로 고소했지만 B씨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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