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제8부 판결
【사건】 2020구합55107 장해등급결정처분취소
【원고】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1. 8. 24.
【판결선고】 2021. 9. 14.
【주문】
1. 피고가 2019. 11. 25. 원고에 대하여 한 망 C의 장해등급을 7급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C(1935. *.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74. 2. 1.경부터 1992. 6. 1.경까지 사이에 약 12년 9개월간 **광업소 등에서 채탄부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1982. 9. 24.경 진폐 진단을 최초로 받았고, 2009. 9. 7. 진폐장해 11급 결정을 받았다.
나. 망인은 진폐증이 악화되자 2018. 7.경 피고에게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2018. 9. 11.부터 이틀간 피고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1조의6에 따라 지정한 건강진단기관인 E대학교 F 병원에서 폐기능검사를 받았다. E대학교 F병원은 망인의 폐기능을 ‘진폐병형 제4형(4A), 심폐기능 FVC 53%. 합병증 : 비활동성 폐결핵(t근로복지공단i), 기관지염(근로복지공단재현성)’으로 판정하였다(이하 위 폐기능검사를 ‘이 사건 검사’라 하고, 그 검사 결과를 ‘이 사건 검사결과’라 한다).
다. 망인은 피고에게 이 사건 검사결과에 따라 망인의 진폐장해등급을 제3급으로 결정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검사결과는 신뢰도가 부족하여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재검사를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망인은 재검사를 받기 전 2019. 1. 22. 만 83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라. 원고는 2019. 4. 19. 피고에게 망인의 진폐장해등급이 제3급에 해당함을 전제로 제3급과 제11급에 대한 진폐보상연금의 차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마. 피고는 진폐심사회의를 거쳐 2019. 11. 25. 원고에게 ‘망인이 재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여 폐기능정도 판정이 곤란한 자에 해당하므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8 제3항,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9. 7. 2. 대통령령 제299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3조의2 [별표11의 3] 기준에 따라 진폐장해 제7급(진폐의 병형이 4형이면서 A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결정한다.’는 처분을 하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에게 진폐장해등급 제7급과 제11급에 대한 진폐보상연금의 차액만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검사는 적합성 및 재현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여 신뢰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진폐장해등급은 제7급이 아니라 이 사건 검사결과를 반영한 제3급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폐기능 검사결과가 신뢰도를 갖기 위해서는 적합성과 재현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고, 그 중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폐기능검사결과 중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검사 수치가 3개 이상 있어야 한다. 망인은 이 사건 검사 당시 총 5회의 폐기능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중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수치는 2개에 불과하여 이 사건 검사결과는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신뢰성이 낮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진폐정밀진단검사 내역
망인은 1982년경부터 2018년경까지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폐정밀진단을 받았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2) 이 사건 검사 및 검사결과
가) 망인은 2018. 7. 26.경 진폐증이 악화되어 근로복지공단 H병원에 입원하여 진폐정밀진단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심폐기능에 대한 중증도 장해(F2) 판정을 받았다. 망인은 2018. 8.경 피고에게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2018. 9. 11.부터 이틀간 피고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6에 따라 지정한 E대학교 F병원에서 진폐정밀진단 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망인에게 총 5회의 폐기능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각각의 검사 수치는 다음과 같다.
나) 위 검사 중 1, 2, 3차 검사(Trial 1, 2, 3)에서는 ‘_011’ 에러코드가 나타났다. 이는 용적-시간곡선에서 1초 이상 용적변화가 없는 상태가 유지되지 않고, 6초 이상의 호기 상태가 유지되지 아니하였다는 의미이다(아래 폐기능검사지침 중 3), ② 관련).
다) E대학교 F병원 소속 의사는 2018. 10. 4. 위 폐기능검사 중 4, 5차 검사(I 4, Trial 5)의 수치, 망인의 상태, 다른 의료기관에서의 기존 검사결과 등을 근거로 5차 검사의 수치를 신뢰할 만한 검사결과라고 보아 이에 기초하여 망인의 심폐기능을 다음과 같이 판정하였다.
라) 이 사건 검사결과에 따르면 망인은 노력성폐활량(FVC) 또는 일초량(FEV1)이 정상 예측치의 45% 이상, 55% 미만인 경우로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별표11의2] 기준에 따라 중등도의 제한성 폐기능 장해(F2)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의 진폐장해등급은 제3급(진폐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 기능에 중등도 장해가 남은 사람으로)에 해당하게 된다.
3) 의학적 소견
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2016. 7. 발간한 ‘폐기능검사지침(을 제5호증,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에는 폐기능검사의 방법과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나) E대학교 F병원의 사실조회결과 요지
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보완 감정촉탁결과 요지
[인정근거] 갑 제3, 4, 11, 12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대학교 F병원의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보완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이 사건 검사결과에 신뢰성이 있는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에 대한 이 사건 검사결과는 신뢰할 수 있어 이에 따라 망인의 심폐기능을 판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지침이 ‘적합한 검사는 수용 가능하고 재연 가능한 노력폐활량 방법으로 3회를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검사 중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검사 수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2회이므로 이 사건 검사결과는 결국 적합성 기준을 갖추지 못하여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지침은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검사를 원칙적으로 3회 이상 실시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적합성 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꼭 부적절한 검사라고 하기 어렵다. 어떤 환자의 경우 이것이 최선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규정하고, 평가를 할 때에도 적합성 기준을 만족하는 검사 수치가 2개인 경우 가장 큰 값에서 둘째 값을 뺀 숫자가 250보다 적은 경우에는 ‘판독불가(E등급)’가 아니라 ‘판독주의(C등급)’ 등급을 부여하여 주의를 기울여 판독할 수 있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지침이 적합성을 만족하는 검사를 3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고, 판독자는 검사결과가 위 기준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검사대상자의 건강상태, 적합성 기준을 만족하는 검사수치가 재현성을 만족하는 정도 등을 종합하여 검사대상자의 폐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19 확산을 막고 수검자와 검사자의 접촉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폐기능검사결과의 평가기준을 일부 완화하여 2회 이상 적합성 기준과 재현성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도 검사의 신뢰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바, 이 또한 이 사건 지침에서 규정하는 적합성 기준이 의학적으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동일한 전제에 선 것이다.
② 이 사건 검사를 실시한 E대학교 F병원은, 망인의 폐기능수치 및 당시 6초 이상 호기를 지속하지 못한 경우가 3번인 점 등을 고려하여 망인이 더 이상 검사를 지속하기 힘들 것으로 보았고, 검사결과의 재현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안정된 값으로 판단하여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나머지 4, 5차 검사만으로도 망인의 심폐기능을 판정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망인의 폐기능을 평가하였다고 회신하였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소속 감정의 또한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나머지 4, 5차 검사의 재현성이 높은 점, 이 사건 검사 직전의 폐기능검사인 2018. 5. 31. 근로복지공단 H병원의 폐기능검사에서도 심폐기능 정도는 이 사건 검사와 동일한 중등도 장해(F2)로 판정된 점 등에 비추어 위 4, 5차 검사만으로 망인의 폐기능을 해석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③ 피고는, 이 사건 검사는 망인이 사망하기 약 4개월 전에 시행되었으므로 이 사건 검사결과는 망인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을 때 실시된 것이어서 신뢰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이 계속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려워,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진폐증이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5149 판결 등 참조). 또한 망인은 이 사건 검사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약 3개월 전에 실시된 근로복지공단 H병원의 폐기능검사에서도 심폐기능이 중증도 장해로 동일하게 평가되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이 사건 검사를 마치고 약 4개월 후에 사망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일시적으로 심폐기능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에서의 검사결과에 불과하여 신뢰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라. 소결
결국 망인의 진폐장해등급은 이 사건 검사결과를 반영한 제3급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제7급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환(재판장), 김도형, 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