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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대법원 2020도9667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준강간등)

판결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20209667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준강간등)

피고인AA

상고인군검사

변호인변호사 박종경 (국선),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차동언, 김현근

원심판결고등군사법원 2020. 7. 2. 선고 202020 판결

판결선고2020. 11.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7조 제4항은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자를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3257 판결,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9422 판결 등 참조).

.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7709 판결 등 참조).

 

2. 공소사실과 하급심 판단

.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7. 1. 02:00경부터 03:00경까지 경기 양평읍에 있는 최○○의 이복누나 집에서 최○○, ○○,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같은 날 04:00경 화장실에서 술에 만취하였으며 최○○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하여 알몸으로 쭈그려 앉아 있던 피해자를 화장실 바닥에 눕혀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인 피해자에 대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였다.

. 하급심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다. 원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 판단

. 먼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해자는 고소장에 화장실에서 최○○이 옷을 벗기고 강간했고, 이후 피고인이 들어와 정신없는 사이에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제1심 법정까지 피고인, ○○ 등과 함께 최○○의 이복누나 집에 가 함께 술을 먹다가 화장실에 가게 된 경위, 화장실에서 최○○의 강간행위, 피고인이 화장실에 들어온 이후 피고인과 나눈 대화 내용, 피고인의 간음행위와 그 당시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 및 이후의 정황 등에 관하여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기 직전의 상황과 간음 중의 상황은 명확히 기억하면서도 간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의 상황만 유독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으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최○○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직후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간음행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의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칙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

.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는 종전에 술을 먹어본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피고인 등과 함께 술을 먹다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등으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점, 이후 최○○이 화장실에 들어와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강간한 후 화장실을 나갔고, 피해자는 알몸 상태로 혼자 화장실에 있었던 점, 그 직후 피고인이 화장실에 들어와 피해자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등 대화를 하다가 간음행위를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간음행위를 할 당시 이미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직전에 이루어진 최○○의 간음행위로 인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인정된다.

. 피고인은 화장실에 갔다가 옷을 입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괜찮은지 물어 보고 동의를 얻어 성행위를 하였고, 당시 최○○이 피해자에게 간음행위를 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최○○의 간음행위로 이미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 피고인이 간음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보인다.

1) 1심 법정에서, 피해자는 ○○이 자신의 옷을 벗겨 간음행위를 한 후 알몸 상태로 욕조에 기대어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이 화장실에서 나와 소파에 앉자마자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였다. ○○은 원심에서 간음행위를 마친 후 피해자에게 옷을 입고 나오라고 한 다음 바로 나와서 피해자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각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화장실에 들어갔을 당시 피해자가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2) 피고인은 검찰에서 ○○이 화장실에 있다가 대략 30분 후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함께 거실에 있었던 성○○는 제1심 법정에서 ○○이 화장실을 따라간 후에 성관계로 인한 신음소리 등이 들렸고, 화장실 앞으로 가 노크를 하면서 뭐하냐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당시 집 구조상 거실과 화장실의 위치가 그리 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3) 피고인은 검찰에서 용변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화장실에 알몸으로 있는 피해자에게 구조 등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괜찮은지 물어 본 후 호감이 있다고 하면서 성행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였다는 것은 진술 내용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종전에 피해자와 호감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 피고인이 굳이 화장실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성행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쉽사리 믿기 어렵다.

4)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괜찮다고 여러 번 답변하였으나, 이에 대해 피해자는 검찰에서 스스로가 강간의 피해자가 되는 부분이 가장 무서웠던 것 같고 강간 피해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그냥 무슨 대답이든 괜찮다고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제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라고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괜찮다는 답변은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해 보일 뿐 피고인과의 성행위에 동의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볼 수 없다. 그전에 피해자와 피고인이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연락을 주고받고 지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최○○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그 직후에 피고인에게 괜찮다고 말함으로써 피고인과의 성행위에 대하여 동의하였다고 보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 원심은, 피고인의 간음행위 이후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함께 나와 안방에 들어가 누운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피고인과 성○○가 피해자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가 피해자의 현관문 앞에서 키스를 한 점, 그 이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어찌됐든 당신은 말리지 않았고, 나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성폭행 피해자가 되었네요등의 문자를 보낸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람은 최○○이지만 서로 좋아하는 사이임에도 이를 말리지 않은 피고인을 책망하는 것일 뿐 피해자 스스로 피고인에게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나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이 피해자를 강간하고 그 직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간음행위 이후의 정황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성행위를 하였다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 피해자는 피고인을 고소한 동기에 관하여 당시 잊고 싶어서 묻어두려고 했는데, 2017년경 겨울 최○○과 성○○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오자 당시 일이 생각나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여 메시지를 보냈는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고소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피해자의 고소 경위에 특별히 의심할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 그럼에도 원심은 합리적 근거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준강간등)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박상옥(주심), 안철상, 김상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