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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서울고등법원 2020노802, 2020전노66(병합)

살인

판결

서을고등법원 제2형사부 판결

 

사건2020802 살인, 2020전노66(병합) 부착명령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A (7*-1)

항소인쌍방

검사박경세(기소), 최현기(공판)

원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4. 24. 선고 2019고합895, 2020전고7(병합) 판결

판결선고2020. 10. 29.

 

주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사실오인·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있어, 아래와 같이 무죄추정의 원칙, 간접사실들에 의하여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한 입증의 정도 및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 하거나 ()1)내용물에 기한 피해자들의 사망시각추정,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한 이 사건 범행의 가능성, 피해자 박B의 생존 반응 가능성, 범행 동기의 존부 등에 관한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각주1] 이하 혼동의 우려가 없는 한 한자는 생략한다.

 

1) 간접사실들만으로 중대 범죄인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가 이 사건 범행의 범인이라는 예단을 갖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서는 관련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증명력 자체로서도 다툼의 여지가 큰 피고인의 성격, 감정, 태도 등에 기초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 내용물에 기하여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것은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하여 믿을 수가 없고, 이 사건에서는 위 내용물에 기하여 사망시각을 추정하기 위한 전제로서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시간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망한 피해자들의 위 내용물에 기하여 무리하게 사망시각을 추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단정한 잘못이 있다.

3)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반면, 이 사건 범행 현장인 서울 관악구 ○○(이하 이 사건 빌라라고 한다)는 도심에서도 낙후된 지역이고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예정되어 있어 범죄 발생의 우려가 큰 지역이라는 점, 이 사건 빌라 내에 있던 부엌칼과 화장실 세면대 등에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들의 주변 인물의 것도 아닌, 범인이 남긴 것일 수도 있는 제3자 혈흔, DNA 및 지문이 여러 개 발견된 점, 범인이 이 사건 빌라 주변 CCTV에 포착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빌라의 출입문이나 창문을 통하여 이 사건 빌라 내에 침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해자 박B의 사체는 발견될 당시 하의로는 속옷만을 입고 있는 상태이어서 외부 침입자에 의한 성범죄 시도의 의심이 드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하여 이 사건 살인죄의 범행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가능성을 치밀하게 검토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을 범인으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4)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를 떠날 무렵인 2019. 8. 22. 01:23경 약 12초 간 피해자 박B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모델명 : LG X6, 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고 한다)LCD 화면이 켜졌다가 꺼지고, 다시 그로부터 4분 정도 경과된 01:27경 이 사건 휴대전화가 충전기에서 분리되었으며, 이 사건 휴대전화는 피해자들이 살해된 안방 침대에서 발견되었는바, 이는 피해자 박B이 그 무렵 잠에서 깨어나 충전 중이던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작동시켰거나 충전기를 분리시킨 데에 따른 것으로서, 이로써 피고인 박B은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를 머물다 떠날 무렵까지도 생존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도, 원심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였거나 이와 반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 이 사건 휴대전화를 작동시키기 위하여 만진 것이거나 범죄가 발각되는 것을 늦추기 위하여 고의로 침대 속에 숨겨 두고 떠난 것이라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

5) 피고인은 도예공방 운영에 사용할 만한 다른 재산이 충분히 있었으므로 경제적 이유로 피해자들을 살해할 범행의 동기가 전혀 없었고, 가족으로서 피해자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으며 이 사건 당시는 그 전과는 달리 피해자 박B과도 화해하여 부부관계가 호전되던 상태였는데도, 원심은 피해자들과 피고인의 관계, 피고인의 성격, 경제적 능력 등에 관한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범행의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

. 검사

1) 피고사건 부분(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고 피고인에 대하여는 법정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되어야만 한다.

2)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사실오인·법리오해)

잔인한 범행 수법, 치밀한 범행 계획, 범행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살인범죄에 관한 재범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이 선고되지 아니한다면, 재범 방지를 위하여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죄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범행의 특징 : 강한 살해의 범의, 면식범, 계획된 범죄

이 사건 범행은, 성폭력 또는 재물을 노린 범죄에 수반하여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면식이 있는 사람이 강한 살해의 의도를 갖고 치밀한 계획 또는 준비 하에 저지른 것이다.

) 피해자들의 주된 사인은 예리한 흉기에 의한 목 부위 다발성 자창으로서, 피해자 박B(, 40)의 사체에서는 목 부위 11개의 자창, 경추 4, 5번 골절, 왼쪽 어깨 부위 2개의 절창, 왼쪽 상완부위 3개의 절창, 오른쪽 손등 부위 1개의 절창 등이 확인되었고, 피해자 조C(, 4)의 사체에서는 목 앞쪽 부위 3개의 자창, 목덜미 2개의 절창 등이 확인되었다.

범인은 칼을 사용하여 먼저 피해자 박B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다음 피해자 조C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 박B이 범인의 공격을 받아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피해자 조C의 목 부위를 찌른 후 다시 피해자 박B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바, 이처럼 칼로 범행도구로 하여 피해자들의 목 부위만을 수차례 강하게 찔러 살해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범인은 첫 공격에서부터 살인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 피해자 박B의 사체는 안방 침대에 누운 채 하의로는 속옷, 상의로는 반팔티셔츠 차림이었고, 피해자 조C의 사체는 상·하의 모두 잠옷 차림으로 얼굴은 베개로 덮여 있었으며, 피해자 박B은 경추가 골절될 정도로, 피해자 조C은 찔린 칼이 목을 뚫고 침대 매트리스까지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당하였는데도 피해자들에게서 뚜렷한 방어 내지 저항의 흔적이 발견되지는 아니하였는바, 피해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수면 중에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빌라 내에서 이 사건 범행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볼만한 제3자의 지문 또는 DNA 흔적, 범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족적 등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빌라 출입문에는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어 비밀번호를 입력함으로써 출입문을 열고 닫도록 되어 있는데, 외부에서 강제로 출입문을 열었다거나 도어락이 손괴된 흔적도 없다. 창문은 내부에서 모두 닫힌 상태로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고, 창문 앞에 놓인 책 등 가재도구는 흐트러져 있지 아니하였으며, 달리 창문을 통한 외부에서의 침입 흔적도 없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이 사건 빌라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사람이거나 피해자들이 임의로 출입문을 열어 줄 만한 사람, 특히 피해자 박B이 함께 집안에 머물면서 스스럼없이 속옷 차림으로 잠이 들 수 있는 정도의 면식이 있는 사람에 의하여 저질러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 사체에 남은 상처의 크기와 깊이 등에 의할 때, 이 사건 범행 도구로는 칼날 길이 8cm 이상의 식칼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사건 빌라 안팎에서 범행도구로 볼 만한 물건이 발견되지는 아니하였다.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도구나 그 범행 방법상의 특징에 의할 때, 피해자들의 혈흔이나 범인의 혈흔지문이 이 사건 빌라 내부 범인의 예상 동선을 따라 발견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임에도, 피해자들의 혈흔이 발견된 곳은 안방의 침대, 화장실 앞의 발 매트, 부엌 빨래바구니의 수건, 세면대 배수구 등 극히 제한된 일부 장소에 국한되었고, 그나마도 혈흔을 충분히 제거하고 남은 미세혈흔에 불과하였으며, 범인이 범행 후 피해자 조C에게 덮어 둔 것으로 보이는 안방 침대의 베개에서조차 범인이 피가 묻은 손으로 잡았을 때 생길 법한 혈흔지문이 발견되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 범행 현장 주변에 남겨진 범행의 흔적은 지극히 적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범인은 이 사건 범행에 착수하기 전 그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비닐, 장갑, 여벌의 옷, 수건, 가방 등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고 이를 사용하여 범죄 실행 중에는 현장에 혈흔지문, DNA 흔적 등이 남는 것을 방지하였으며, 범행을 완료한 후에는 그에 사용된 도구를 비닐에 감싸 챙겨 나오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를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바,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과 준비 하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2) () 내용물에 기한 사망추정시각의 신빙성 및 제3자에 의한 범행가능성의 결여

피고인은 2019. 8. 21. 20:56경 이 사건 빌라에 도착하여 다음 날인 8. 22. 01:35경 떠날 때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피해자들과 이 사건 빌라에 함께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들의 위() 내용물 등 법의학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식사를 마친 후 최대 6시간이라는 피해자들의 사망추정시각은 신빙성이 있고, 피해자들이 아무리 늦어도 피고인이 도착하기 전인 2019. 8. 21. 21:00경까지는 식사를 마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특정한 시점이 아니라 식사를 마친 후부터 기산하여 최대 6시간이라는 일정한 시간대로 추정된 이 사건 사망추정시각의 대부분이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함께 이 사건 빌라에 머물던 시간대와 일치하는 이상, 피해자들은 피고인과 함께 있을 때 피고인에 의하여 살해당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피해자들이 식사를 마친 시점을 21:00경으로 볼 경우 피해자들의 사망추정시각 중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에 머문 시간대를 벗어난 후반부의 약 1시간 30, 2019. 8. 22. 01:35부터 03:00경 사이에 피고인 외의 제3자가 외부에서 이 사건 빌라에 침입하여 전항에서 본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여 유죄의 심증을 뒤집을 만한 합리적 의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사망한 피해자들의 위() 속에 피해자 조C의 경우 총 부피 30의 죽상 내용물, 피해자 박B의 경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소량 섞인 죽상 내용물이 각각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피해자 박B의 위 내용물에서 양파, 채소, 견과류(추정), 토마토(추정)’, 피해자 조C의 위 내용물에서 화장지(추정), 토마토(추정), 견과류(추정)’가 각각 발견되었다. 이는 피해자 박B의 언니 박D이 이 사건 당일인 2019. 8. 21. 오후에 자신의 집을 방문한 피해자 박B에게 조리하여 포장해 준 닭곰탕, 스파게티 소스, 삶은 스파게티 면, 복숭아 1개 등의 음식물과 그 성분 구성이나 내용물이 대체로 일치하는바, 피해자들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식사는 위 일자의 저녁식사라고 보인다.

)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여러 명의 국내 법의학자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자료와 피해자들의 위() 내용물의 성상이나 양을 확인한 다음 이를 전제로 그 사망시각추정에 관한 견해를 제시하였는데, 이들은 대체로 피해자들이 마지막 식사를 마친 후부터 최대 6시간이 지나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심증인 이E,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후 6시간이면 음식물은 거의 남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마지막 식사 후부터 6시간 이내에 사망했다고 의견을 줄 수 있고, 그 의견은 표현이 어떻게 되었든 바뀌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같은 유F피해자들의 위 내용물을 살펴보면 식사를 마친 후 4시간 이내에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능력이 떨어져서 소화시간이 지연될 수는 있으나 피해자 조C의 경우와 같이 만 4세 아이의 경우에는 소화시간에 영향을 줄 만한 강도의 스트레스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진술하였으며, 같은 이G, ‘피해자들이 식후 2 ~ 4시간 사이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식사량이 많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고, 어른은 몰라도 아이는 일반적으로 추정해도 좋다고 진술하였고, 같은 이H, ‘피해자들이 마지막 식사 후 최대 6시간이 지나기 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최대치 6시간은 바뀌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으며, 같은 김I, ‘시신의 태양, 위장 배출 및 소화시간 등을 기초로 피해자들의 사망 시각은 2019. 8. 22. 00:00부터 같은 날 01:00경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한 시점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아무리 많이 잡아도 6시간을 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였으며, 같은 이J, ‘피해자들의 위 내용물과 소화 상태를 본 결과 무리 길게 잡아도 식사 후 6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고, 조금 더 범위를 좁히면 식사 후 1시간 내지 4시간 사이일 가능성이 크며, 2명의 사체에서 비슷한 감정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오류가능성이 적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소화시간에 영향을 줄 만한 스트레스 상황은 보이지 아니하므로, 사망시각이 적어도 6시간 안쪽일 것이라는 의견은 개인적으로 95% 신뢰범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같이 있지 않은 시간대에 사망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때로부터 6시간 내에 사망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위와 같은 법의학적 증거는, 섭취한 음식물의 종류나 양, 소장에 남은 음식물, 망인의 소화능력 등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하여 그 추정의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 내용물에 기한 사망시각 추정에 대하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때부터 기산하여 6시간에 달하는 상당한 범위의 사망시각에 관한 추정치여서 특정한 시각을 추정한 것보다는 신뢰도가 높은 점, 통상 식후 6시간 내 소화가 이루어져 배고픔을 느낀다는 경험칙에다가 이 사건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한 음식물이 특정된 상태이고 부검에서 발견된 위 내용물의 종류와 양, 그 상태에 기초하여 추정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피해자들에게 특별히 소화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피해자 조C의 소화 정도가 피해자 박B의 것보다 빨라 자연스러우며, 1명이 아닌 2명의 부검결과가 유사한 소화 정도를 보이는 점에 비추어 쉽게 배척하기 어려운 신빙성 있다.

) 나아가 이러한 법의학적 증거에 의한 사망시각 추정을 위하여는 그 기산점으로서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시각이 특정될 수 있어야 하는데, 원심증인 박D의 진술 내지 피해자 박B의 지인 한, , 정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피해자 박B2019. 8. 21. 17:41경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시각을 2019. 8. 21. 19:00경이거나 늦어도 19:30경이라고 볼 여지는 상당하고, 그 경우 위와 같은 ‘6시간에 달하는 사망시각 추정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피고인과 함께 있는 동안 살해당하였음이 인정된다.

) 한편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때를 위 시간대로 명확히 특정할 수 없다고 볼 경우,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함께 있을 때 살해당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친 시각이 2019. 8. 21. 19:30 전인지, 아니면 그 후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게, 피해자들이 2019. 8. 21. 19:30경부터 기산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에 도착한 21:00경 사이에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쳤다고 본다면, 위와 같은 6시간의 사망추정시각을 기준으로 할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를 떠난 시각인 2019. 8. 22. 01:35경부터 같은 날 03:00경까지 대략 1시간 30분 사이에 피고인 외의 제3자가 이 사건 빌라에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가 다시 문제되는데, 이 사건 빌라 인근은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으로 이주명령이 내려진 상태라 거주자나 행인이 많지 않은 지역이고,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01:35부터 03:00경까지는 심야로서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 시간대라는 점, 이 사건 빌라가 철거가 예정된 낙후된 주택으로서 피해자 박B은 평소 자신들의 지인이나 가족이 자택에 방문하는 것을 극히 꺼려하였고 이에 가족들조차도 이 사건 빌라에 가 본적이 없고 현관문 도어락의 비밀번호도 알지 못하였던 점, 이 사건 빌라 건물 주변에 설치된 3대의 CCTV에 의하여 위 시간대에 주변을 통행한 사람이나 차량을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한 경찰수사결과, 이 사건 빌라 건물 및 인근 주택 거주민들을 상대로 한 범행 당일 알리바이 등에 관한 경찰수사결과, 이 사건 빌라 건물 주변에서 CCTV에 의하여 촬영되지 아니한 채 담장을 넘거나 이 사건 빌라 벽면을 타고 오르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빌라 내에 은밀히 침입하려고 할 경우 예상되는 범인의 동선에 관한 경찰수사결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3자인 범인이 CCTV에 발각되지 아니한 채 위 시간대에 이 사건 빌라에 들어갔을 경우란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면식범에 의한 계획적 살인이라는 이 사건 범행의 특징에다가 피해자 박B이 당시 제3자와 내연관계나 갈등관계가 있었음을 추측할 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아니하고 제3자가 이 사건 빌라를 방문할 계획이 있었던 사정 등도 확인되지 아니하는바, 피해자들과 면식이 있는 범인이 위 시간대에 CCTV를 피하여 이 사건 빌라에 들렀을 경우 또한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빌라의 부엌에 있던 칼에서는 미세혈흔 및 신원불상인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 화장실 세면대 가장자리에서는 신원불상인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의 일부가 각각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제3자가 CCTV에 찍히지 아니한 채 피해자들의 도움을 받아 위 시간대에 이 사건 빌라에 들어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후 칼이나 화장실 세면대 등에 범행 흔적인 혈흔이나 DNA를 남긴 것이라고 보는 것도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휴대전화가 발견된 장소는 안방의 침대 커버와 매트리스 사이로서 피해자 박B이 누워 있던 장소와는 대각선으로 상당히 떨어진 곳이고, 피해자 박B2019. 8. 21. 22:05경 이후로는 평소 습관과는 달리 이 사건 휴대전화에 수신된 미확인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그에 대한 답신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지문이 남기 쉬운 재질임에도 그 LCD 화면에서 피해자 박B 지문이 전혀 검출되지 아니하였는바,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를 떠나기 직전에 이 사건 휴대전화의 LCD 화면이 켜지고 이 사건 휴대전화가 충전기에서 분리되어 안방의 침대 속으로 옮겨진 사실은 그 무렵 피해자 박B이 생존해 있었다거나 제3자인 범인이 침입하였을 가능성에 관한 정황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범인인 피고인이 범행 후 이 사건 빌라를 떠나기 전 이 사건 휴대전화의 작동을 시도하거나 범행 사실이 발각되는 것을 지연시킬 의도로 이를 침대 속에 숨기고 나간 정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 피고인의 경제적 상태, 금전거래내역 등에 의할 때, 피고인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여 피해자들을 살해하였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앞서 본 이 사건 범행의 특징에 따라 제3자인 범인이 2019. 8. 22. 01:35경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를 떠나자마자 CCTV를 피하여 피해자들이 열어주는 현관문으로 들어와야만 확보될 수 있는 대략 1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피해자들이 다시 잠들기를 기다려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아니한 채 도주한 경우란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하므로, 이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심증을 뒤집을 만한 합리적 의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의 범행 동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도예가로서 혼인 기간 중 가족에 대한 부양 및 양육 의무는 도외시한 채 피해자 박B의 일방적인 경제적 지원 하에 도예작업에만 몰두하였고, 이를 핑계로 자택에는 잘 들어가지 않으면서 도예공방에서 내연녀인 조K와 불륜관계를 맺었으며, 피해자 박B과는 사실상 별거생활을 해 오다가 피해자 박B의 경제적 지원이 중단됨으로써 도예공방의 유지·운영이 곤란하게 되고 피고인 박B에 의하여 재산분할 및 양육비청구를 수반한 이혼소송까지 당하는 위기가 찾아오자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피해자 박B을 찾아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면서 화해하여 피해자 박B에게서 전과 같이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고 시도하였으나 거부당하자 이를 자신에 대한 비난과 무시로 받아들이고 피해자 박B에 대한 강한 분노를 품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고인의 자기중심적이고 극단적인 성격이 결합되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이 없어지면 이 사건 빌라 임대차보증금 상당의,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즉각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고 이를 통하여 기존에 자신이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롭게 누려오던 것들을 계속하여 향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침으로써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들을 살해할 충분한 범행의 동기도 있었다.

) 피고인은 오른쪽 손목에는 과거 자살을 시도한 흔적인 두 줄의 흉터가 있는 점, 이혼을 할 경우 피고인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아갈 것을 우려하는 취지의 피해자 박B이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 피고인이 시댁 식구들에게조차 조심스러운 존재였음을 추단케 하는 피고인의 누나 조주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피고인 자신은 넓은 도예공방에서 비교적 편안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피해자들을 지극히 열악하고 낙후된 환경의 이 사건 빌라에서 생활하도록 방치해 둔 피고인의 이기적이고 냉담한 태도, 도예가로서 자신의 능력과 이력에 대한 강한 자부심, 그리하여 가족들의 주거 마련을 위한 임대차보증금조차 도예공방의 유지를 위하여 사용한 적이 있는 점 등에 의할 때, 피고인은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자신은 도예활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매우 자기중심적 성격인 동시에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단적인 면도 있다.

) 피고인은 도예가로서 자신을 존중해 주던 피해자 박B과 혼인한 후 가족을 위한 적극적인 경제적 활동이나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 박B의 경제적 지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도예작업을 가정생활보다 우선으로 하여 도예공방에서 주로 생활하여 온 점, 피고인은 2018. 11.경 피해자 박B이 생활고로 인하여 더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고 도예공방을 정리한 후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자 바로 이혼을 요구하였고, 2019. 2.경 피해자 박B으로부터 도예가로서 피고인의 작업 방향 및 비전 등에 대하여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충고를 받자 큰 심리적 충격을 받고, 피해자 박B에게 심한 배신감과 강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혼을 요구하였던 점,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 박B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 중단되자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차용한 돈, 은행의 대출이나 카드론 등으로 겨우 도예공방에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2019. 5.경부터는 경마에 몰두하면서 경마 베팅비용으로 상당한 돈을 탕진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더욱 곤궁한 상태가 된 점,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피고인은 당초 피해자 박B과 이혼만 하면 피해자들과의 관계는 정리되고 자신이 계약명의자인 이 사건 빌라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하여 기존의 도예활동과 자유로운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다가 피해자 박B이 제기한 이혼소송절차에 의할 경우, 이 사건 빌라 임대차보증금이 온전히 자신의 소유로 될 수는 없고 도예공방 등 피고인 명의의 다른 재산까지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조C에 대한 양육비 부담까지 지게 될 수 있어 이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계획과 달리 기존의 도예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등 이로울 것이 없음을 인식하게 되자 태도를 바꾸어 2019. 7. 5.경 피해자 박B에게 이혼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나 피해자 박B은 이미 남편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였고, 다만 피해자 조C을 위하여는 피고인의 아빠로서의 역할이 절실하여 피고인과의 이혼소송은 취하하지 아니하되 이 사건 빌라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채권가압류만 취하하면서 피고인의 금전 또는 경제적 지원 요구 등에 대하여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해자 박B에게 이혼을 요구하였다가 이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자 혼인 생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굽히고 화해에 나섰으나 피해자 박B으로부터 기대했던 경제적 지원을 거부당하고 종전과 같은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게 될 것임을 알게 되자, 혼인 생활을 유지하지 않는 것을 넘어 피해자 박B에게 강한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까지 6년 이상 조K와 불륜관계를 유지하여 왔는데, 2017년 이후 피해자 박B과의 갈등이 불거진 후로는 매년 10회 남짓 이 사건 빌라에 방문하는 데에 그쳤으나, K와는 수시로 연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K가 거의 매일 도예공방에 드나들면서 함께 지내는 관계가 되었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하여는 그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아니하면서, K에게는 자신의 혼인생활이 불행하고 피해자 조C이 친자가 아니라고 의심된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피해자 박B과는 이혼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왔고, K도 피고인의 그러한 태도를 믿고 장기간의 불륜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수년 동안 피해자 박B이 피고인 또는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 문자메시지 등을 보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배려하거나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아니하였고, 피해자 박B이 경제적 지원을 중단한 이후에는 더욱 철저히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였는바,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였다기보다는 자신이 도예활동을 계속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하여 주기적인 만남을 가져야 할 의무의 대상으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4) 그 밖에 피고인을 범인으로 추단할 만한 간접사실들의 존재

)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 피해자 박B에게 이 사건 빌라에 들르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고, 2019. 8. 21. 오전에 피해자 박B으로부터 피해자 조C이 도예공방에 가기를 원하여 피해자들이 도예공방으로 가겠다는 취지의 요청을 받았을 때도 이를 거절하고 계획한 대로 자신이 그 날 저녁 무렵에 이 사건 빌라를 방문하겠다고 하면서 피해자 박B과 시간 약속을 하였는바, 이 사건 빌라 방문은 피고인의 의사 및 계획에 따른 것이다.

) 피고인은 2019. 8. 22. 01:35경 이 사건 빌라를 빠져 나와 도예공방으로 돌아간 후 당일 오전부터 주유소에 들러 주유 및 차량 세차를 하고, 미용실에 들러 이발을 하였으며, 다시 헬스장에 들러 목욕을 하고, 이 사건 공방에 잠시 들렀다가 당일 예약으로 병원에서 치질 치료를 받고, 피고인이 며칠 전 분실하였다고 주장하는 차량 블랙박스의 메모리칩을 새로 구입하여 장착하였는바, 이 사건 빌라 방문 직후에 이루어진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피고인이 범인으로서 신체에 묻은 혈흔 등 범행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

) 피고인은 2019. 8. 22. 처가 식구들이 하루 종일 연락이 되지 않던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면서 심야에 피고인의 도예공방을 방문하여 피해자들의 행적을 물었을 때는 물론, 그때부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장인으로부터 피해자들이 사망한 소식을 휴대전화로 전해 들었을 때에도(다만 피고인은 장인의 말을 피해자들이 이 사건 빌라 내에 없다는 취지로 이해하였다고 주장한다) 도예공방에만 계속 머물면서 이 사건 빌라 등으로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등 통상적으로 가족이 취했을 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은 다시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아니한 시점인 2019. 8. 23. 00:23 경 경찰관이 휴대전화로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을 정식으로 전해 주었을 때에도 처음에는 짐짓 놀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경찰관으로부터 이 사건 빌라를 방문한 경위, 피해자들의 상태 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통화 상대방의 신원도 확인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별다른 감정의 변화 없이 그 답변만에 응하였고 그의 요구에 따라 비로소 이 사건 빌라로 갔다. 이러한 피고인의 태도는, 비록 그 무렵 피해자 박B과의 이혼소송 등으로 인하여 처가 식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여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고, 특히 경찰관과의 휴대전화 대화 내용은, 마치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사망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경찰관이 자신을 찾을 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게 한다.

)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자신의 친가에는 알리지 아니한 채 변호사와만 상담을 하였고, 장례절차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장례식장에는 누나, 변호사 등과 함께 방문하여 별다른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아니한 채 잠시 머물다 떠났을 뿐이다. 피고인은 도예공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시청하거나 경마 정보, 그 밖에 신변잡기적 내용에 관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수사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이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른 행동이었다고는 하지만 선뜻 납득하기는 어려운 반응이다.

)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에 머물면서 피해자들과 잠을 자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시각인 2019. 8. 21. 23:55경부터 약 4분 간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설치되어 있던 ‘K 3.0’이라는 경마 관련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경마앱이라 한다)이 실행되어 경주 정보 등에 대한 검색기능이 작동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피고인은 그 무렵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 박B이 잠에서 깨어 몰래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작동해 본 것이라거나 자신에게 몽유병이 있을 수 있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그 휴대전화 사용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종전 진술, 즉 피해자들과 별일 없이 안방에서 함께 잠을 자다가 깨어나자마자 작업 등을 위하여 도예공방으로 돌아왔다는 진술과 모순되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잠들기를 기다려 범행에 나아간 것임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보일 것을 염려한 행동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에, 이 사건의 발생 구도 및 범행 방법과 유사한 내용의 국산 범죄영화 ‘L’을 다운로드 받아 시청한 적이 있기도 하다.

. 당심의 판단

1) 기초적인 사실관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3. 10. 12.경 피고인의 누나 조주 및 지인의 소개로 만나 혼인을 하였다. 피고인은 혼인 직후부터 서울 성수동 등에 도예공방을 차려 두고 피해자 박B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도예작품 제작 등 도예가로서의 활동을 하여 왔는데, 점차 바쁘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자택에는 가끔씩만 들르고 도예공방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피해자 박B 몰래 혼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조K와 다시 연락하여 도예 공방에서 수시로 함께 지내는 등 불륜관계를 맺었다.

) 2014. 8. 27. 피고인과 피해자 박B 사이에 피해자 조C이 출생하였다. 피해자 박B은 피고인의 도움 없이 사실상 홀로 피해자 조C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육아에 도움을 받기 위하여 2014. 11.경 친정에 가서 잠시 살다가 2015. 10.경 친정 근처에 있는 이 사건 빌라를 임대차보증금 15,000만 원에 임차하여 피해자 조C과 함께 살게 되었다.

) 피고인은 2017. 5.경 피해자 박B과 동반 부부 모임에 갔다가 피해자 박B과 크게 다투었고, 그 무렵부터 피해자 박B은 그 동안 피고인이 도예작업을 구실로 가족들에게 소홀히 대하여 온 것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부부관계가 악화되고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로 귀가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별거생활이 시작되었다.

) 피해자 박B2018. 5.경 피고인이 고정된 수입원이 없어 사실상 생활비를 전혀 대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부업이나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더 이상 힘들게 되자 피고인에게, 향후 3개월 동안 매달 200만 원씩을 지원하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중단할 것임을 통보하면서 도예공방의 정리 등을 포함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아 볼 것을 요구하였다.

) 피고인은 2018. 11.경 피해자 박B의 위와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박B에게 도예공방의 관리비 납부를 부탁하는 등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자 피해자 박B과 피고인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이 사건 빌라를 방문하지 아니하였다.

) 피해자 박B2018. 12. 7.경 피고인에게 피해자 조C의 어린이집 행사에 참석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종전처럼 도예작업을 구실로 거절하자 피고인이 가족에게 소홀히 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 대하여 크게 질책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더 이상의 혼인생활 유지가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피해자 박B에게 이혼할 것을 요구하였다.

) 한편 피해자 박B2019. 2. 11.경 피고인에게, 작품 활동의 방향을 전환해 볼 것과 도예공방을 잠시 정리하고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것 등을 권유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는데, 피고인은 이를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피해자 박B에게 강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였고 더욱 강한 어조로 이혼을 요구하였다. 이에 피해자 박B도 이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비할 필요를 느껴 피고인에게 이혼 후 자신이 피해자 조C을 양육하는 데에 필요한 주거 마련 비용으로서 재산분할을 해 줄 것과 피해자 조C에 대한 양육비를 요구하였다.

) 피해자 박B2019. 3.말경 피고인과 이혼에 관한 협의를 하면서 재산분할로 이 사건 빌라의 임대차보증금 1억 원2)을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이혼과 무관하게 2019. 9.말로 예정된 임대기간이 종료하여 피해자들이 퇴거하면 자신이 위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생활비 및 도예공방 유지비용에 충당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피해자 박B에 대하여 재산분할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각주2] 본래 15,000만 원이나 그 중 5,000만 원은 대출금임을 감안한 것이다.

 

) 피고인은 2019. 5. 19.경 내연녀인 조K와 경마장에 갔다가 경주에 베팅을 하여 돈을 따자 그 무렵부터 경마를 통하여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경마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9. 5. 21.경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 사건 경마앱을 설치하여 수시로 경주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마장을 방문하는 등 경마베팅에 몰두하였는데, 그 후 빌린 돈까지 동원하여 많은 돈을 경주에 베팅하였음에도 돈을 잃게 되자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 피해자 박B은 이혼을 하더라도 재산분할에 있어서만큼은 피고인에게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주변에 밝히는 한편, 그 무렵 이 사건 빌라로 배달된 독촉서류 등을 통하여 피고인이 돈이 거의 떨어져 공과금 납부조차 연체되고 대출을 받아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는 상황임을 알게 되자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이 사건 빌라 임대차보증금반환 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를 함과 동시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 피고인은 이혼소장을 수령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와 상담을 한 끝에 이혼의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아니할 것임을 알고, 2019. 7. 5.경 피해자 박B을 찾아가 잘못을 사과하면서 피해자 조C 등 가족들에게 보다 충실할 것과 도예공방 및 차량의 처분을 포함하여 생활을 유지할 방법을 찾을 것을 약속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 박B은 피고인의 이러한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내심으로는 그 진정성 여부를 의심하면서 향후 그 약속의 이행 여부를 지켜보기로 마음먹고, 이혼소송은 계속 유지하면서 채권가압류만 취하하였다.

) 피고인은 2019. 7. 한 달 동안 전과는 달리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인근의 물놀이장, 워터파크에 놀러가거나 피해자 조C을 도예공방에 데려가 도예 체험을 시켜 주는 등 피해자들을 위하여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도예공방과 차량을 부동산이나 중고차량 매매 관련 사이트에 매물로 내놓는 등 외견상으로는 피해자 박B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K에게는 그러한 사실을 비밀로 한 채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돈이 떨어지자 카드론까지 받아 경마베팅비용에 충당하였으며, 피해자 박B에게 다시 돈을 보태 줄 것을 요구하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하였다.

) 한편 피해자 박B은 이혼소송의 대리인을 통하여 피고인이 상당한 규모의 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2019. 8. 8.경에는 피고인에게, ‘임대인이 2019. 8. 24.경 새로 집을 구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사건 빌라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를 지급해 줄 예정이므로 함께 새로 구할 집을 보러 가자’, ‘이번에는 새로 집을 구하기 위하여 받아야 할 은행대출계약 및 임대차계약의 명의자를 본인으로 할 것이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 피고인은 2019. 8. 들어서는 그 달 말 내지 다음 달 초에 생활자기 판매전을 준비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빌라에 방문하지 않다가 2019. 8. 14.경 피해자 박B에게 전화를 걸어 공과금 납부 등 다른 이유를 대면서 돈을 보태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해자 박B50만 원 정도를 피고인에게 송금해 주었는데, 피고인은 위 돈을 즉시 인출하여 경마장에서 베팅비용으로 사용하였다.

) 피고인은 2019. 8. 13. 03:48경 인터넷 사이트에서 국산 범죄영화 ‘L’(이하 이 사건 영화라 한다)을 다운로드 받아 시청하였고,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