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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단8762

방송법위반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2017고단8762 방송법위반

피고인AA (**-1), 국회의원

검사김성훈(기소), 이선기(공판)

변호인법무법인 로고스, 담당변호사 박주현

판결선고2018. 12. 14.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1.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은 201*. *. *.경부터 201*. *. *.경까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대통령 주요행사 홍보 기획 및 관리, 언론정책 기획 및 총괄조정 등 홍보 기획 업무, 정례 국내외 브리핑, 국내 신문·방송 보도 분석 등 대변인 업무, 국정과제 및 주요 정책현안의 홍보전력 기획·조정 등 국정홍보 업무 등을 담당한 사람이다.

2. 범죄사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방송법 등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2014. 4. 16.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되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언론은 정부가 사고 초기 세월호 탑승자 수, 피해현황 및 구조상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 중대한 사고임에도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부족으로 구조인력의 현장 투입이 지체되고 구조작업 과정에서도 혼선을 빚는 등 체계적인 구조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가 확산되었다며 정부의 사고 초기 미숙한 대응 및 컨트롤타워 부재, 부실한 선박안전관리 등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규탄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비난 여론 및 국민의 분노는 점차 고조되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KBS 9시 뉴스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하여 해경과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가자 KBS 보도국장인 김BB에게 전화하여 해경 비판 보도 시기 및 내용에 대하여 항의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워 해경과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를 중단하고 보도내용을 다른 내용으로 교체하도록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

. 2014. 4. 21. 방송법위반

피고인은 2014. 4. 21. 21:00 ‘KBS 뉴스 9’에서 해경 비판 뉴스 보도(선박관제센터 운영 해수부 따로, 해경 따로, 진도선박관제센터, 지켜보고도 감지못 해, 탈출 판단 선장에게 미뤄 관제센터 소극 대응, 위도·경도 묻는 해경 놓친 시간 6분 더 있다)를 하자 그 직후 위 김BB의 휴대전화로 전화하여, 왜 이렇게 해경을 마구 비판하느냐고 강한 어조로 항의하며, “해경이 잘못해서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저기, 해경하고 정부를 두드려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아니,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 *** 아니고 말이야, 이 앞에 뉴스에다가 지금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 지금 이 상황에 난중에 이쪽 거 하길 먼저 막 해주고 이렇게 했을 적에는 해경이 아니라 해경 할애비도 하나씩 하나씩 따져갖고 다 작전을 ***”, “이렇게 해경을 작살을 내면”, “이상한 방송들이야. *** 똑같이 지금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공영방송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 “목소리만 듣고 한 사람한테 *** 했다고 그걸 가지고 조져대는 이런 경우가 어디가 있습니까”, “그게 5일 후에,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면 안 됩니까? 지금, 지금 뒤늦게 사투를 사력을 다해서 하고 있는 거기다 대고 지금 그런 식으로 거기를, ? 아직 그리고 원인이 직접 그것도 아니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과장해서 해경을 지금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고 그게 어떻게 이 일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됩니까?”, “씹어 먹든지 잡아먹든지 그거 며칠 후에 어느 정도 극복한 뒤에 그때 가서는 모든 게 다 밝혀질 수 있습니다... 공영방송까지 전부 다 이렇게, 그렇게 짓밟아가지고 여기서 완전히 직접적인 잘못은 현재 드러난 것은 누가 봐도 아까 국장님께도 말씀하셨지만 누가 봐도 그때 상황은 그놈들이 말이야”, “그러면 뭐 때문에 지금 해경이 저렇게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해경을 갖다가 지금 그런 식으로 말이요. ? 1차적인 책임은 그쪽에 있고 지금 부차적인 거라고 한다면 이것은 어느 정도 지난 뒤에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 아니, 이렇게 지금 책임을 이런 식으로 전부 다 나서 방송 이런 식으로 해경을 지금 밟아놓으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화면에 비춰가면서 KBS에 그렇게 보도하면 전부 다 해경 저 새끼들이 잘못해갖고 지금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이런 식으로 다들 하잖아요. 생각하잖아요”, “갖다 정보를 갖다가 *** 짓밟아가지고 가지고 되겠냐고요. 직접적인 원인도 아닌데도”, “같이 좀 극복을 하도록 좀 해주십시다. ? 직접적인 원인도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하여튼요. 좀 부탁합니다. 지금은요. 같이 극복을 해야 될 때고요. 얼마든지 앞으로 정부 조질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 가가지고 이런 이런 문제 있었다 이렇게 하더라도 *** 하여튼 정말, 정말 저렇게 진짜 정말 저렇게 사력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진짜 이 회사를, 이 회사 이놈들”, “, 그래도 지금 이렇게 준비할 때 좀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적극적으로. 이렇게 지금 *** 어려울 때 말이에요. 그렇게 과장해 가지고 말이야. 거기다 대고 갖다 그렇게 밟아놓고 말이야”, “과장이지 뭡니까? 거기서 어떻게 앉아서 뛰어내려라, 말아라. 그거, 그거 잘못해갖고 이 일이 벌어진 것처럼 그렇게 합니까. ?”, “국장님, , 나 진짜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십니까? ? 아니, 거기서 지 선장이 뛰쳐나와 갖고 지 목숨 구하려고 뛰쳐나올 때도 배는, 배는 몇 십 년 동안 몰았던 선장 거기 앉아 있는데 보지도 않고 마이크로 대고 그거 뛰어내리라 안 했다고 그렇게 투시까지 그렇게 해 갖고 그렇게 조져야 될 정도로 지금 이 상황 속에 그래야 되냐고요. 지금 국장님 말, 말씀대로 지금 20%, 30% 거기 있다고 한다, 한다면 그 정도는 좀 지나고 나서 그렇게 해야지”, “지금 그렇게 하면 하는 것은 너무 심하잖아요. ?” “, 진짜 국장님, 좀 도와주십시오. 진짜 너무 진짜 힘듭니다. 지금 이렇게 말이오. 일어서지도 못하게 저렇게 뛰고 있는 사람들 이렇게 밟아놓으면 안 됩니다. 좀 진짜 *** 잡혀 있잖아요라고 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김BB에게 직접 전화하여 해경 비판 뉴스 보도에 항의하고 향후 해경 비판 보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방송 편성에 간섭하였다.

. 2014. 4. 30.자 방송법위반

피고인은 2014. 4. 30. ‘KBS 뉴스 9’에서 해경 비판 뉴스 보도[사고 초기 해경, ‘언딘' 때문에 군 투입 못해, 둘쨋날 밤 군 재투입, ‘황금시간놓쳤다, 해경, ‘통제인정 초기 혼선 초래 택임 통감]를 하자 그 직후 위 김BB의 휴대전화로 전화하여, “하나만 살려주쇼. 국방부 그거”, “그거, 그거 하나 살려주쇼. 이게 에, 국방부 이 사람들이 용어가, 용어를 이, 아이고 미치겠네. , , 어찌요. 오늘 저녁뉴스하고 내일 아침까지 나가요?”, “좀 바꾸면 안 될까? 이게 그게”, “이거를 통제가 아니라 순서대로 이렇게 들어간다는 얘기를 해야 되는데. 이렇게 통제라고 하고 못 들어가게 했다 그래 버리니까 야당은 당연히 이걸 엄청 주장을 해버리지. 이게 아주 어마어마한 신뢰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 정말 아, 근데 인자, KBS 뉴스가 이걸 아주 왜냐하면 완전히 그 일단은 조금 이제 아까 그런 해군의 국방부의 해명이 좀 확인이 좀 많이 안 됐나봐. , 다 못 읽어봤어. 근데”, “이거 완전히 순서 기다리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그거 한번만 도와주쇼. 국장님. 나 이거 한번만 도와주쇼. , 좀 아예 그냥 다른 거로 대체를 좀 해주던지 아니면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한번만 더 해주쇼. 아이고”, “그래. 좀 한번만 도와줘. 진짜 이거 한번만. 하필이면 또 세상에, KBS는 오늘 봤네. , 한번만 도와주쇼. 국장님. , 나 한번만 도와줘. 진짜로. ”, “진짜 한번만 도와주쇼잉? 국장님, 이번 한번만 도와주고 만약에 되면 나한테 전화 한 번 좀 한번 해줘. ?”이라고 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 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김BB에게 직접 전화하여 해경 비판 뉴스 보도에 항의하고 향후 해경 비판 보도를 중단 내지 대체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방송 편성에 간섭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김BB, CC의 각 법정진술

1. BB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순번 61)

1. BB 작성 비망록(증거기록 순번 3)

1. 수사보고(녹취서 첨부), 녹취서(녹음CD)

1. 판결문(증거기록 순번 2)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방송법(2014. 5. 28. 법률 제126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05조 제1, 4조 제2,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38조 제1항 제2, 50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방송법 제4조 제2(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에 정한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거나 정당한 업무 활동으로서 가벌성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아래의 몇 가지 점을 들고 있다.

피고인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이하 홍보수석이라고만 한다)의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친한 김BB에게 전화하여 사적인 부탁을 했던 것에 불과하다.

단순한 의견개진이었을 뿐 결과를 강요하는 등으로 방송편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의도가 없었고 또 영향을 미칠 만한 지위나 관계도 아니었다.

BB은 방송편성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은 방송편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 사건 조항 위반에 대한 처벌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실제로 방송편성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그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이 없었던 이상 피고인의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정상적인 공보활동의 일환으로 언론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밖에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행위가 구체적으로 방송편성 요소인 종류·내용·분량·시각·배열 중 어느 부분에 대한 간섭인지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되지 아니한 공소제기로서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54조에서 특정을 요하는 것은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 등 공소사실의 기재에 관한 것이지 적용법조의 구성요건 해당성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위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어 그에 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아니한다.)

 

2. 판단

. 방송법 제4조 제2항의 의미

이 조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같은 조 제1항에서 선언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존립·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의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하는 특성을 가지는데, 이러한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률 등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함부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1566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이 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방송의 자유 즉 방송의 독립성 및 공정성이 가지는 중대성과 이것이 무너졌을 경우 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강한 부정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조항 위반의 처벌규정은 방송편성에 개입하려는 시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간섭이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범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이 사건 조항 위반 해당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들 또는 그로부터 추단되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방송법 제4조 제2항에서 금지한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해당한다.

어떤 행위가 이 사건 조항 위반으로 처벌대상이 된다고 하려면, 그 행위가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간섭에 해당하여야 한다. ‘방송편성은 방송되는 사항의 종류·내용·분량·시각·배열을 정하는 것을 말하고(방송법 제2조 제15), ‘간섭은 남의 일에 부당하게 참견하는 것 즉 부당하게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편성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아예 없는 자의 행위라면 간섭'이 될 여지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방송편성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 또는 관계에 있었는지 본다. 다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 또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는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객관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당시 피고인은 김BB과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도 아니었을 뿐더러, 피고인 역시 이 사건 행위가 정당한 공보활동의 일환이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함으로써 홍보수석의 지위에서 이 사건 행위를 하였음을 자인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개인이 아닌 홍보 수석의 지위에서 이 사건 행위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홍보수석이 속한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기 위하여 설치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홍보수석의 지위에서 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대통령은 KBS 사장의 임면권자이고(방송법 제50조 제2), KBS 사장은 보도국장 등 소속 임직원에 대하여 인사권을 가진다(방송법 제52, KBS 인사규정 제17). 그렇다면 보도국장인 김BB으로서는 홍보수석인 피고인의 요구가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피고인은 김BB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지위 또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밖에,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 보도자제, 변경 등을 원하여 전화한 것이므로 영향을 미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도 이유 없다.

간섭은 방송편성에 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를 상대로 한 것이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전화를 건 상대방인 김BB이 방송편성 결정권자 내지 책임자인지 본다. 다만, 방송편성책임자인지 여부는 법적, 형식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법적, 형식적 결정권자만으로 제한하여 해석한다면 실질적인 결정권자를 통한 개입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법에 근거한 KBS의 방송편성책임자는 편성본부장이긴 하나, 편성본부장은 주 단위 또는 일 단위 방송편성 등 큰 틀의 편성만을 직접 맡아서 하고, 특정분야인 보도프로그램의 내용이나 배열, 순서 등의 경우에는 보도국장에게 편성을 위임하고 있는 점, 보도국장은 매일 편집회의, 축조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방송할 보도물을 선정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 시키는 등으로 뉴스편성에 관한 직접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고 이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고 있는 점, KBS 재난방송 매뉴얼에는 보도국장이 재난방송의 편성책임자로 규정되어 있는 점, 한편 당시 KBS 사장인 길DD도 편성본부장이 아닌 김BB에게 지시를 하는 방법으로 뉴스편성에 개입하였던 점, 여기에 더하여 김BB이 방송편성에 관한 결정권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피고인이 김BB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전화를 할 이유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B은 뉴스편성에 관한 직접적인 결정권을 가진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행위 내용인 통화 자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은 2014. 4. 21. KBS 9시 뉴스에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해경을 비판하는 내용이 방송되자마자 김BB에게 전화하여 위 뉴스내용에 대해 항의하면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하였고, 2014. 4. 30. KBS 9시 뉴스에 해경을 비판하는 뉴스보도가 끝나자 즉시 김BB에게 전화하여 비슷한 취지로 항의하면서 다른 것으로 대체해 달라. 녹음을 한 번 더 해 달라고 말하였다. 통화의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4. 21. 통화의 취지는 해경비판보도에 대하여 항의와 질책을 하면서 이를 중단해달라는 것이고, 4. 30. 통화의 취지는 다음 뉴스에는 방송내용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내보내 달라는 요구였다.

4. 21. 통화의 경우, 피고인은 수차례 언성을 높이고 비속어도 거침없이 사용하는 등 통화 때 피고인이 사용한 용어, 목소리 크기, 말투, 억양 등을 보아도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강요하거나 거칠게 항의와 불만을 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B아니, 이게, 아니’, ‘아니, 이 선배’ ‘아니’ ‘,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등의 말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해도 피고인이 이를 듣지 않고 큰소리로 자신의 말만 계속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전화를 건 시기, 통화 내용, 통화 때 사용한 용어, 목소리의 크기, 말투, 어조 등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는 보기 어렵고, 해경비판을 자제해 달라, 보도물을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는 것 등을 구체적으로 강하게 요구하여 방송되는 사항의 종류, 내용, 분량 등에 관한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에 이를 것은 요하지 아니하므로, BB이 피고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방송편성에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는 점은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 정당한 공보활동으로서 위법성 조각 여부

보도자료를 내거나 브리핑을 하거나 해명자료를 내는 등의 공식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이 있었음에도 이를 선택하지 아니하고, 방송이 나가자마자 즉시 방송국의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고 방송내용의 변경을 요구한 행위는, 설령 피고인이 비판보도로 인해 해경이 세월호 사고 실종자 구조작업에 소홀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였다거나 방송내용이 명백히 오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정당한 공보활동으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양형의 이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전제이며, 언론 중에서도 방송이 국민의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국가권력을 비롯한 특정 권력이 방송편성에 개입하여 자신들의 주장과 경향성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여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고 우리 사회의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어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게 된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외부 세력, 특히 국가권력의 방송 간섭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방송법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는 선언이 명시되었고,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이 사건 조항이 규정되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까지 과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이 사건 조항위반을 이유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경우는 전무하였는데, 이는 아무도 이 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권력이 언제든지 쉽게 방송관계자를 접촉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요구함으로써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이를 관행 정도로 치부하거나 나아가 이를 본연의 업무수행으로 여기기까지 하는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고인 역시, 홍보수석 본래의 업무수행으로서 방송사에 사정하고 부탁한 것뿐이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하거나, 오보가 분명한데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 말고는 오보를 신속하게 정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라고 진술하는 등, 홍보수석의 지위를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의 방송편성권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고 그 접촉을 통하여 방송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이 사건 범행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이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접촉하여 방송편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것으로서, 홍보수석의 대 국민, 대 언론 홍보활동이라는 업무범위를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한 항의 차원이나 의견 제시를 넘어 방송편성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명백히 방송법위반의 범죄에 해당한다.

변호인은 ‘31년 이상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고 의미도 애매한 법률조항위반으로 기소하여 현역국회의원을 처벌하는 것은 정치적 반대파 죽이기에 이용될 수 있어 정치적 목적에 사법적 절차가 이용된 것으로 대한민국 사법제도가 후진적이라는 점을 국제적으로 공포하는 수치스런 일이라고 주장했는데, 잘못된 상황을 그대로 버려두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이 계속되도록 용납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 시스템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니 사법적 판단을 변경해야 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이야말로 매우 정치적이고 위험한 주장이다.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이 사건 방송법위반 처벌조항의 적용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별 경각심 없이 행사되어 왔던 정치권력의 언론 간섭이 더 이상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다.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의 행위가 왜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진지한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고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이 사건 기소와 처벌을 이용하여 정치적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그 정치적 의미만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자체가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인식과 행위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양형에 있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제껏 관행적으로 언론 간섭 행위가 있어왔다는 사실은, 방송법위반 처벌조항을 사문화시켜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는 당위의 근거가 됨과 동시에, 모순되게도, 그 첫 적용대상인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부과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관행적 행위가 존재함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막연히 정상적인 공보 활동의 범주 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행위의 가벌성에 대하여 뚜렷한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범죄 전력 없는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에 의하여 실제 방송편성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양형에 있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경력,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오연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