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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다’와 ‘틀렸다’

김영석 법무사 (마산)

조국을 떠난 부모들이 자식에게 조국의 말을 가르치는 것은 애국심이기보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는 한국말을 모르는 2세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소그룹이나 맨투맨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학생은 중학생을, 고등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데리고 아는 바를 열심히 가르친다.

고등학교 다니는 15살 처조카도 6살짜리 사내 아이 두 명을 앉혀 놓고 얼굴, 코, 입 하면서 자신이 아는 한국말을 열심히 가르치다가 머리에 손을 얹더니 “이건 대가리야. 따라 해봐!”하자, 애들 역시 “대가리” 하는 게 아닌가!

마침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처는 까무러치듯 웃다가 조카에게 눈을 흘기자, 다시 “머리”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 가족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조카에게 말했다.

“너 그런 말을 하면 안돼! 대가리가 뭐야?” 그러자 조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엄마가 나더러 ‘Head’를 ‘대가리’라고 하던데요…”

올 초 뉴-헤이븐에 있는 처제 집에 갔을 때 실제 있었던 코미디 같은 얘기다.

“直觀은 槪念에 先行한다”라는 교육 命題가 있다.

언어 교육이란 반복적 주입으로 향상되기도 하지만 직관에 의한 인식이 뇌리에 더 각인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경상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말투(어감)의 차이에 따라 전달의 뜻이 확연히 드러나는 ‘틀리다’와 ‘틀렸다’가 있다.

‘틀리다’는 너하고 나하고의 생각이 맞지 아니하다 즉 다르다(different)의 뜻이고 ‘틀렸다’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단정적 잘못의 지적이다(wrong,혹은incorrect).

어법상으로나 전문적 국문학자의 해석이 무엇이든 간에 이러한 의미로 전달되는 ‘틀리다’와 ‘틀렸다’의 표현기법은 이 지역사회에서 만큼은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인 강재현 변호사가 창원지방법무사회 정기총회 때 내빈으로 참석해 변호사업계나 법무사업계 모두가 어려운 지경에 지엽적-직역적 문제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존중해야 하며 법조인으로의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여 축사 중에 화두로 던진 비유였지만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

이 ‘틀리다’라는 한 마디에 무슨 의미를 두려 하는가!

直觀은 槪念에 先行하듯이 우리는 ‘틀리다’라고 느낄 정도를 ‘틀렸다!’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해서 상대방의 감정에 반목과 미움의 싹을 키워서는 안된다는 苦言을 드리고자 함이다.

특히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그 의미가 훨씬 크다. 선거에서 국민을 편 가르고, 세대간 지역간의 감정을 부추기며 이득을 노리는 치졸한 유세는 이제 국민에게 통하지 않았음이 이번 5·31 지방선거의 준엄한 내용이다.

韓美血盟으로 共産主義로부터 自由를 지킨 세대가, 민족성 없이 외세에 의존하는 수구세력으로 매도되기도 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 시키겠다는 정부정책이 租稅正義, 양극화해소는 커녕 부동산 부자를 공공의 적인 양, 가진 것을 부끄럽게 만들겠다며 적대적으로 비유되기도 하고 보리고개 넘긴 세대로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아파트를 가진 중산층마져 투기꾼인양 덤터기하여 세금폭탄으로 초토화 시키겠다는 으름장에 민심은 이반되고 힘겹게 공부해도 변변한 일자리마저 없는 경기침체로 희망 잃은 젊은이들이 총체적 무능정부에 분노를 표출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 모든 民心에 숙연해야 할 참여정부의 대통령은 국민의 생각과는 전혀 무관하다.

“한두 번의 선거로 역사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라고 했던가?

“한두 번의 선거로 국가나 당이 흥하고 망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라고 했던가?

이 말의 의미가 세간의 또 다른 화제이다. 개혁정책에 대한 신념을 표현한 오기 같기도 하고, 대통령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국민에 대한 원망 같기도 하고, 어쨌든 상황인식의 결여라 아니 할 수가 없다!

혹시 “국민이 틀렸다”라는 우회적 표현이라면 ‘사법고시 출신 대통령으로서 아집과 독선이 너무 지나치다’라고 보지 않을까 싶어 법조에 몸담은 일원으로서 정말 걱정스럽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선언이 있지만 주권행사의 결과 집권당의 참패를 보고도 대통령의 시각이 이러할 진데….

이쯤 되면, 대한민국 憲法 제70조에서 정한 5년의 대통령 임기동안 한사람에게 나라의 정체성도 쥐락펴락 할 만큼 너무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국민이 동의하는 개혁방안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한번쯤 의문부호를 던져도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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