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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536945

손해배상(기)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민사부 판결

 

사건2015가합536945 손해배상()

원고1. AA, 2. AA, 3. CC(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정연순)

피고1. DD(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의, 담당변호사 정재헌, 강민규), 2. 학교법인 ****학원(대표자 이사장 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장상균, 고정현, 범현, 정용재)

변론종결2016. 7. 22.

판결선고2016. 8. 19.

 

주문

1. 피고 이DD는 원고 문AA에게 70,000,000, 원고 문AA에게 19,469,160, 원고 조CC에게 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4. 8. 31.부터 2016. 8. 1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학원에 대한 청구와 피고 이DD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이DD 사이에 생긴 부분의 5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이DD가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학교법인 ****학원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4. 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 문AA에게 250,000,000, 원고 문AA에게 66,682,760, 원고 조CC에게 54,321,42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4. 8. 3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 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 원고 문AA(19**년생)2010년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에 입학하여 학사과정을 마치고 2014. 3.경 같은 대학교 대학원 경영정보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하였는데, 1학기를 재학한 후 2014. 9.경 휴학하였다. 원고 문AA, CC은 원고 문AA의 부모이다.

. 피고 이DD는 원고 문AA가 학부생이었을 당시 교수로서 원고 문AA와 알게 되었고, 원고 문AA가 경영과학 분야 중 최적화이론을 연구하는 교수인 피고 이DD로부터 연구지도를 받기를 희망하여 경영과학연구실에 들어온 이후 지도교수로서 원고 문AA의 연구 과정을 지도하기 시작하였다. 피고 학교법인 ****학원(이하 피고 법인이라 한다)은 고려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으로서 피고 이DD의 사용자였다.

. 원고 문AA는 휴학 후 피고 이DD를 강제추행으로 고소하였고,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고단1230호로 피고 이DD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다. 위 사건은 피고 이DD의 연구비 편취에 따른 사기 사건(서울동부지방법원 2015고단2829)과 병합되었고, 2016. 7. 14. 강제추행 전부와 사기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1심 판결(이하 관련 형사 판결이라 한다)이 선고되었다. 관련 형사 판결에 대하여 검사와 피고 이DD가 쌍방 항소하여 현재 서울동부지방법원 20161161호로 소송 계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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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피고 이DD는 다음과 같이 원고 문AA에게 지도교수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다.

피고 이DD는 제자들의 생활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경영과학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출퇴근 여부와 연구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낼 것을 요구하고 개인적인 연락도 하여 왔는데, 다른 제자들과 달리 원고 문AA에게는 단체사진이 아닌 개인사진올 보낼 것을 요구하고, 전신사진을 보내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하였으며, 빈번히 영상통화를 요청하는 등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피고 이DD2014. 6.말부터 원고 문AA에게 매일 사진을 보낼 것을 요구하고, 원고 문AA의 사진을 모아 자신의 컴퓨터에 별도로 보관하며, 원고 문AA를 작은 사랑 또는 작은 애인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소애라고 불렀다.

피고 이DD2014. 7.경 원고 문AA에게 눈물을 보이며 너를 처음 보았을 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자신의 첫사랑과 너무 닮아 놀랐다. 너를 볼 때마다 첫사랑과 겹쳐 보여 힘들다.”는 말을 하였고, 사제간의 사랑이라면서 원고 문AA에게 사랑한다’, ‘너를 세상에서 가장 예뻐한다', ‘참 예쁘다는 등의 말을 수시로 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1차 강제추행이 있은 후 원고 문AA가 피고 이DD에게 선을 지켜달라는 취지로 거부감을 표현하자, 피고 이DD2014. 8. 21. 원고 문AA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Clear cut agreement’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면(이하 이 사건 서면이라 한다)을 적접 수기로 작성하였고, 자신이 서명한 후 원고 문AA로 하여금 서명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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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피고 법인은 2001. 6. 15.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이하 성폭력 규정'이라 한다)을 제정하고, 2003. 1. 1. 위 규정 시행세칙을 제정하였다. 또한, 성희롱 및 성폭력 행위의 근절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시행 및 성폭력 사건의 처리를 담당할 목적으로 고려대학교 안에 양성평등센터를 개설하였는데, 양성평등센터에서는 매년 교수 등 고려대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여 왔고, 피고 이DD도 위 교육을 받았다.

. 원고 문AA의 아버지인 원고 문AA은 원고 문AA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어 알게 되자 2014. 10. 24. 양성평등센터에 원고 문AA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다. 양성평등센터는 피고 이DD에게 수차례 조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 이DD는 일정 등을 이유로 계속 미루다가 2014. 11. 7. 피고 법인에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피고 법인은 진상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4. 11. 23. 위 사직원을 수리하였다. 양성평등 센터는 그 이후에도 피고 이DD에게 조사위원회 참석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이DD가 자신은 이미 사직하였으니 출석할 이유가 없고, 수사과정에서 결백을 밝히겠다고 하자 조사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진상조사를 중단하였다.

. 원고 문AA는 휴학 이후 우울, 불안, 자살 충동 등으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하여 입원치료 및 약물 상담치료를 받았으며, 기존 전공 분야의 학업을 중단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8, 9, 14 내지 17호증, 을가 제1 내지 29호증, 을나 제1 내지 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 원고들의 청구원인

1) 원고 문AA는 피고 이DD의 강제추행과 성희롱 사실을 공개하였다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권력 관계에 따라 오히려 자신에게 낙인이 찍히고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될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국내에 최적화이론을 연구하는 교수가 매우 소수여서 모두 가깝게 지내는 사이이고, 제자인 대학원생의 신상 변경에 지도교수의 최종 승인을 필요로 하여 지도교수 변경과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하여 피고 이DD로부터 벗어나 계속 같은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어렵다는 판단을 하였으며, 원고 문AA가 싫은 내색을 하면 피고 이DD가 원고 문AA 뿐 아니라 같은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도 화를 내고 힘들게 하여 피고 이DD의 계속되는 불법행위에 제대로 항거하지 못한 채 수차례 피해를 입었다. 결국, 원고 문AA는 피고 이DD1, 2차 강제추행 및 성희롱 등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 이DD와 같은 중년 남성을 보면 극도로 혐오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피고 이DD로부터 계속 연락을 받을 것만 같은 느낌에 불안 증상을 겪게 되어 상당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또한, 200: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2014년도 GPF 연구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5년간 15,000만 원의 장학금 지급이 사실상 보장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위와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연구를 지속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휴학을 선택함으로써 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

2) 원고 조CC은 원고 문AA의 어머니로서 일상생활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적 장애 증상을 겪는 원고 문AA를 돌보기 위하여 직장에서 53일간의 무급휴가를 사용함으로써 그 기간에 지급받을 수 있는 급여를 받지 못하였고,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학교에서 교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충격으로 원고 문AA와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3) 원고 문AA은 원고 문AA, CC의 정신과 치료비와 병원 통원치료를 위한 서울-순천간 교통비를 지출하였고, 오로지 28세에 박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전공분야를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온 딸이 지도교수로부터 성희롱과 강제추행의 피해를 당하고, 지도교수를 피하여 자신의 오랜 꿈을 포기하는 상황을 지켜봄으로써 큰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4) 따라서 피고 이DD는 직접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법인은 피고 이DD의 사용자로서 각자 원고 문AA에게 250,000,000(= 장학금 손실액 150,000,000+ 위자료 100,000,000), 원고 문AA에게 66,682,760(= 원고 문AA, CC의 치료비 14,469,160+ 교통비 2,213,600+ 위자료 50,000,000), 원고 조CC에게 54,321,420(= 일실수입 4,321,420+ 위자료 50,000,000) 및 각 위 돈에 대하여 마지막 불법행위일(원고들은 피고 이DD6개월의 안식월이 되어 2014. 9. 1. 출국하였는데, 원고 문AA가 하루 전날인 2014. 8. 31. 피고 이DD를 만난 자리에서 피고 이DD를 한동안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사모님도 아시냐며 피고 이DD의 행위를 강도 높게 비난하자, 피고 이DD가 연구실 단체 채팅창에 의도적으로 원고 문AA는 제자가 아닌 것처럼 표현하고, 원고 문AA에게 지도교수를 변경하라는 등의 협박을 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라고 주장한다)2014. 8. 3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피고 이DD의 주장

원고들이 주장하는 1차 강제추행 당시인 2014. 8. 19. 원고 문AA와 피고 이DD가 피고 이DD의 차 안에서 입을 맞춘 것은 사실이나, 원고 문AA가 연구 성과에 대한 심리적 압박 속에 피고 이DD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되었고, 피고 이에도 첫사랑을 닮은 원고 문AA에게 호감을 가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합의 하에 이루어진 일일 뿐 피고 이DD가 원고 문AA를 강제로 추행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원고 문AA3년 후 데이트를 약속하고 손을 잡는 것과 볼 뽀뽀를 허용하는 내용의 이 사건 서면에 서명한 점과 원고들이 주장하는 강제추행 이후로도 원고 문AA가 피고 이DD와 자연스럽게 생활한 점 등에서 알 수 있다. 한편, 피고 이DD가 원고 문AA와 입을 맞춘 것은 위 1회 뿐이었고, 이 사건 서면 작성으로써 3년 후를 기약한 후 의도적으로 원고 문AA를 멀리 하였으므로 원고 문AA2차 강제추행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은 전혀 없었다. 원고 문AA는 연구성과에 대한 심리적 압박과 건강 문제로 휴학을 선택한 후 피고 이DD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 피고 법인의 주장

피고 이DD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와 피고 이DD의 사무집행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 또한, 피고 법인이 성폭력 규정을 제정하고 피고 이DD에게 정기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피고 이DD에 대한 선임 및 사무감독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를 하였고,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폭력 행위의 특성상 피고 법인이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 법인의 사용자책임이 면책된다. 이 사건 진상조사를 마치기 전에 피고 법인이 피고 이DD의 사직원을 수리한 것은 당시 피고 이DD의 사직을 막을 근거가 없었고(이 사건 이후 피고 법인은 정관을 개정하였다), 추가 피해자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조속히 사직원을 수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3.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 피고 이DD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

1) 1, 2차 강제추행 유무

위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과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이DD의 원고 문AA에 대한 1, 2차 강제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1차 강제추행의 경우, 당시 상황에 관하여 원고 문AA가 수사 과정 및 관련 형사 소송 중 일관되게 피고 이DD가 원고 문AA에게 단둘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피고 이DD의 차를 타고 외부에서 식사를 한 후 학교로 돌아왔는데, 피고 이DD가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곧바로 내리지 않고 학교생활 등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여 조수석에 앉아 있던 원고 문AA도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그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그런데 15분쯤 후 피고 이DD의 차 근처의 주차장 센서 등이 자동으로 꺼져 주변이 어두워지자 피고 이해가 갑자기 상체를 돌려 원고 문AA의 양 어깨를 세게 불잡아 누르고 키스를 하였다. 원고 문AA가 놀라 입을 벌리지 않았더니 피고 이DD열어줘'라는 말을 하였다. 원고 문AA가 피고 이DD를 힘껏 밀어내자 결국 피고 이DD가 원고 문AA로 부터 몸을 떼어내고 잠금장치를 풀어주어 차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차 강제추행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도 원고 문AA는 수사 과정 및 관련 형사 소송 중 일관되게 원고 문AA가 피고 이DD의 지시로 교내 피고 이DD의 개인연구실에서 저녁 시간까지 코딩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피고 이DD가 옆에서 허벅지를 만지고, 담에 입을 맞추는 등 추행을 하였고, 원고 문AA가 코딩 작업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일어나 자 피고 이DD가 갑자기 원고 문AA를 안고 키스를 하였다. 피고 이DD는 원고 문AA가 입을 벌리지 않자 원고 문AA의 흉부를 압박하여 입을 벌리게 한 후 억지로 혀를 집어넣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1, 2차 강제추행은 타인이 없는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으므로 목격자가 있지는 않으나, 원고 문AA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 1차 강제추행 이후 피고 이DD가 원고 문AA의 요구로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라는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서면을 작성한 점, 원고 문AA의 아버지인 원고 문AA2014. 10. 19. 전화로 피고 이DD에게 항의하였는데, 당시 피고 이DD는 자신의 강제추행 사실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부인하거나, 원고 문AA와 좋아하는 감정으로 합의 하에 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고, 1차 강제추행 당시 입을 맞추면서 열어줘라는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한 것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한 점(갑 제6호증 녹취록)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 문AA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

원고 문AA가 서명한 이 사건 서면에 포옹과 볼 뽀뽀, 손잡기를 허용하고, 3년 뒤 함께 바닷가에 가고, 진짜 뽀뽀를 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앞에서 본 것과 같고, 피고 이DD는 이를 근거로 원고 문AA 또한 피고 이DD에게 이성으로서의 애정을 느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이DD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 문AA는 수사 과정 및 관련 형사 소송 중 이 사건 서면의 내용은 피고 이DD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작성한 것이고, 그 중 소애라고 부르지 않기, 첫사랑과 겹쳐서 보지 않기,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 등은 원고 문AA의 요구대로 쓴 것이나, 나머지 내용은 피고 이DD미국에서는 인사로도 하는 것이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식의 말을 하며 일방적으로 기재한 후 서명하라고 한 것이며, 3년 뒤 데이트를 하기로 한 것도 실제로 이행할 의사 없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피고 이DD의 제안에 알겠다고 한 정도에 불과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사건 서면의 내용 자체로도 정상적인 애인 사이에 작성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원고 문AA가 피고 이DD의 강제추행 사실을 같은 연구실 동료 및 지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린 것은 휴학할 무렵에 이르러서이나,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문AA가 그 이전부터 동료들에게 계속하여 피고 이DD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교수한테 끌려갔다’, ‘교수가 너무 빈번히 연락하고, 영상통화를 계속 요구하며 사생활을 감시해서 힘들다', ‘교수가 나를 내버려두면 좋겠다는 취지의 언동을 하여온 사실이 인정된다.

2) 기타 성희롱 행위 유무

피고 이DD가 원고 문AA에게 다른 대학원생들과 달리 유독 개인 전신사진을 보낼 것을 요청하고, 빈번히 원고 문AA를 부르거나 연락하고, 원고 문AA에게 소애라고 부르는 등의 관심을 표현한 사실은 같은 연구실에 있던 다른 대학원생들의 진술에 의하여도 인정될 뿐 아니라(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피고 이DD도 원고 문AA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닮았다는 말을 하고, 이성으로서의 애정을 느낀 사실은 사실상 다투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이DD가 원고 문AA에게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며, 그와 같은 행위는 성적 동기를 가진 성적 표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불법행위의 성립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개개인이 갖는 인격적 이익 내지 인격권은 법에 의하여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남녀관계에서 일방의 상대방에 대한 성적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허용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정도에 이르는 것은 위법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성적 표현행위로 인하여 인격권의 침해를 당한 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539533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 이DD의 강제추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타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피고 이DD의 행위도 그 내용과 정도, 원고 문AA와 피고 이DD의 관계와 쌍방의 연령,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원고 문AA의 반응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지도교수로서 제자에 대한 호의적인 언동을 넘어 원고 문AA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원고 문AA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 이다.

한편, 피고 이DD의 불법행위의 태양과 원고 문AA의 연령,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문AA가 오랜 기간 공부한 전공분야에 관한 학자의 꿈을 사실상 포기하게 된 것은 원고 문AA의 진로를 지원하여 온 부모에게도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이DD의 행위는 원고 문AA 뿐 아니라 원고 문AA의 부모인 원고 문AA, CC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 피고 법인의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 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인바,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고, 이 경우 사용자가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47297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89712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피고 이DD의 대부분의 불법행위가 지도교수인 피고 이DD가 자신의 사무집행으로서 제자인 대학원생 원고 문AA의 연구를 지도하는 과정 중 피고 법인의 사업장인 교내에서 이루어졌고, 피고 이DD와 원고 문AA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대학원 지도교수의 대학원생에 대한 연구지도 업무는 출·퇴근 시간에 따라 단절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 이DD의 불법행위는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인 피고 법인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법인으로서는 피고 이DD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었으리라고 보이므로 피고 법인은 사용자책임을 면한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 법인은 피고 이DD의 불법행위 이전부터 성폭력 규정 및 시행세칙을 제정하였고, 양성평등센터를 설립하여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게 하였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인 교원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해 두었다.

피고 법인은 피고 이DD에게 성폭력 방지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피고 이DD의 사무집행 중 성희롱 등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사무감독을 하였다.

성희롱 등 성폭력행위의 특성상 피고 이DD의 불법행위는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고, 피해자인 원고 문AA 또한 최초 피해 직후 곧바로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피고 법인으로서는 피고 이DD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 수 없었고, 피고 이DD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이를 막기 어려웠다.

피고 이DD가 보다 적극적인 불법행위를 한 시기는 2014. 7. 8.이라고 보이는데, 그 기간이 아주 장기간이라고는 보기 어려워 피고 법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그와 같은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데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들은 피고 법인이 진상조사를 완료하기 전에 피고 이DD의 사직원올 수리한 점을 피고 법인의 귀책사유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불법행위 사후의 사정에 해당하고, 위 주장을 피고 법인이 이 사건 불법행위 이전부터 성폭력 피해 신고가 있는 경우 진상조사 및 그에 따른 징계절차를 마치기 전에는 가해자의 사직원을 수리하지 않는 규정 또는 관행을 확립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랬다면 피고 이DD의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의원면직을 신청한 교원이 비위와 관련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의 수리를 금지하는 사립학교법 제54조의5 규정이 이 사건 불법행위 이후인 2016. 2. 3.에 이르러서야 신설되었으므로 위법 시행 전에 피고 법인에게 그러한 법령상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의무불이행과 불법행위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근거도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손해배상의 범위

. GPF 연구장학금 15,000만 원 부분

원고 문AA는 피고 이DD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GPF 연구장학금 15,000만 원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이DD가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갑 제3호증, 을나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대학원 진학을 장려하고, 글로벌 박사와 질 높은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GPF 연구장학생을 선발하여 대학원생들에게 등록금, 생활비, 국내외 학술활동비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하여 왔는데, 원고 문AA2014년도 위 사업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석·박사 통합과정 동안 매년 3,000만 원씩 5년간 총 15,000만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던 사실, 그런데 장학생은 위 지원 기간 도중 연구진척 보고서를 수차례 제출하여야 하고, 보고서 평가 결과에 따라 연구기간 및 사업비가 조정될 수 있었으며, 협약기간 2년이 경과한 후 단계평가를 통해 나머지 3년 동안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실, 한편 장학생이 군복무, 질병, 기타 사유로 휴학한 경우에는 사업비 지급이 중단되는데, 군복무, 질병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휴학하는 경우에는 복학 시에 사업비 지원이 재개될 수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 문AA가 정상적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박사 통합과정을 계속할 경우 위 장학금 15,000만 원을 수령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 문AA의 연구 수행 및 그 성과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위 장학제도는 원고 문AA가 연구 과정에서 등록금, 생활비, 학술활동비 등을 지출함을 전제로 이를 지원하는 것인데 원고 문AA가 휴학을 함으로써 위 비용 지출을 면한 점, 원고 문AA가 피고 이서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2014. 가을 학기에 휴학할 수밖에 없었더라도 그에 대한 치료를 마친 후 복학하면 위 장학금을 계속하여 수령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이DD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곧바로 원고 문AA가 위 5년간의 장학금 상당액인 15,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은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제외한다.

. 원고 문AA, CC의 정신과 치료비

원고 문AA는 이 사건 불법행위의 직접 피해자로서, 원고 문AA, CC은 미혼의 전도유망한 딸이 대학원에서 지도교수로부터 강제추행과 성희롱 등의 피해를 당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고, 학업을 포기하는 상황을 지켜보게 된 피해자의 부모로서, 정신적 고통을 입은 사실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한편, 갑 제12호증의 1 내지 11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 문AA이 원고 문AA, CC의 정신과 치료비로 합계 14,469,160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 이DD는 원고 문AA에게 위 14,469,16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 통원 치료를 위한 교통비

원고 문AA은 원고 문AA, CC이 통원 치료를 위하여 서울과 순천을 오갔고, 그 과정에서 KTX 등을 이용함에 따라 교통비 2,213,600원을 지출하였으므로 이 또한 이 사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 문 AA, CC의 치료가 서울에서만 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고, 결국 이와 같은 손해는 특별 손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 이DD가 위 교통비가 지출될 것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

. 원고 조CC의 일실수입

원고 조CC은 원고 문AA를 돌보기 위하여 직장에서 53일간의 무급휴가를 사용하였으므로 위 기간 동안의 일실수입 4,321,420원을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5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만으로 원고 문AA에게 53일간 원고 조CC24시간 개호가 필요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할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손해도 특별손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 조CC이 이와 같은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사정을 피고 이DD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

. 위자료

피고 이DD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사실상 권력 관계를 이용하여, 원고 문AA가 제대로 항거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이므로 그 불법 행위의 태양 및 경위가 좋지 않은 점, 원고 문AA로서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입었을 뿐 아니라 본인의 모교에서 희망하였던 전공분야를 계속하여 연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된 점, 피고 이DD의 불법행위와 원고 문AAGPF 장학금을 계속하여 수령할 수 없게 된 것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피고 이DD의 불법행위가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점, 피고 이DD는 이 사건에서 자신의 불법행위를 부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원고 문AA와 자신이 연인관계이거나 또는 원고 문AA가 자신의 학업상의 편의를 위하여 피고 이DD에게 먼저 접근하여 피고 이DD의 호의적인 행위를 유인하였음에도 원고들이 피고 이DD를 무고한 것처럼 적극적인 거짓말을 하며 원고들을 비난하여 원고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중시킨 점, 이 사건과 같은 인격권의 침해가 생명, 신체의 침해보다 더 가벼운 침해행위라고 단언할 수 없는 점을 참작하되, 정신과 치료비를 별도의 손해로 산정한 점, 원고 문AA, CC의 정신적 장애 상태가 치료로 인하여 비교적 호전되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 문AA가 성년인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 문AA의 위자료를 70,000,000, 원고 문AA, CC의 위자료를 각 5,000,000원으로 정한다.

. 소결론

결국, 피고 이DD는 원고 문AA에게 위자료로 70,000,000, 원고 문AA에게 치료비 및 위자료로 19,469,160(치료비 14,469,160+ 위자료 5,000,000), 원고 조CC에게 위자료로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최종 불법행위일로 인정되는 2차 강제추행일인 2014. 8. 23.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14. 8. 31.부터(원고들이 주장하는 2014. 8. 31.자 인격권 침해행위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피고 이DD가 그 이행 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 일인 2016. 8.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이DD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피고 법인에 대한 청구와 피고 이DD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민석(재판장), 김건우, 지혜선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