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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판 이관 두달 앞으로…서울고법 ‘초비상’

고등군사법원폐지로 사건 200여건 한 번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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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일 고등군사법원이 문을 닫게 됨에 따라 여기서 진행되던 사건들이 한꺼번에 서울고법으로 넘어올 예정이어서 혼란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군내 성폭력 사건과 사망 사건 등에 대한 재판관할도 일반 법원으로 이관됨에 따라 1심 형사법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군사법원에서 진행되던 사건들이 일반법원에 재배당되면 그만큼 업무량이 늘어나 가뜩이나 사건 적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법관 인력난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또 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보완 등 물적 인프라도 시급하게 완비해야 하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군사법원법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 항소심을 서울고법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성폭력범죄, 군인·군무원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된 범죄, 군인·군무원이 그 신분취득 전에 저지른 범죄는 1심부터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갖고 심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서울고법은 7월부터는 기존 고등군사법원이 맡던 사건들까지 모두 맡아야 해 업무 폭주가 예상된다.

 

형사 1개부 증설에도 

 인력부족 해결 어려울 듯 

 

29일 군사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군사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563건이며, 처리 건수(민간 법원 이송 포함)는 472건이다. 올해 접수된 사건이나 미제 사건 등을 고려하면 7월 1일부로 한꺼번에 서울고법으로 이송될 고등군사법원 사건은 200~3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서울고법 형사공판사건 접수 건수가 3371건으로, 한달에 평균 281건 정도가 접수됐던 점을 감안하면 개정법 시행으로 갑자기 한달 접수 건수에 달하는 사건이 서울고법으로 한꺼번에 밀려드는 셈이다.


군사법원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서울고법에 형사부 1개부가 증설되긴 했지만, 원활한 사건 처리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사건 수가 갑자기 급증하면 판사들은 물론 법원 직원들이 담당하는 행정업무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재판장들로선 사건 심리와 재판 진행은 물론 행정적인 부분까지 더 신경을 써야 하게 될 것이고, 특히 행정적인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질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업무 폭발 사태가 빚어지게 된 데는 개정법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탓이 크다. 개정법이 시행되는 7월 1일에 항소되는 사건부터 서울고법이 담당하도록 하고 기존에 고등군사법원이 담당하던 사건은 고등군사법원이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마무리하도록 했으면 제도가 연착륙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새로 법원이 개원하는 경우에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경과조치를 통해 개원하는 법원의 관할에 속할 사건으로서 법 시행일 전날 종전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은 그 계속 중인 법원이 관할토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것이다.


군사법원-일반법원 전산망 달라  

사건이관도 문제

 

한 변호사는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일단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한 뒤 한꺼번에 사건을 모두 서울고법으로 넘기도록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재판관할을 이전하면서 새로 업무를 담당하게 될 법원의 업무 폭증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군 공판검사 수가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군 고등검찰부 공판검사는 국방부와 육군, 해군, 공군 등에 각각 4~6명 남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이달 중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서울고법 13개 재판부(겸임하는 재판부 제외)에서 군 사건을 나눠서 처리할 경우 군 공판검사들이 이에 모두 대응해 법정에 출석하는 등 공소유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고등군사법원 측에서도 관련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라며 "(군 공판검사) 증원 여부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처리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선 등 물적 인프라 보강도 시급한 실정이다.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이 쓰는 전산망이 달라 사건 이관 때 사건 정보를 넘기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사법원은 사건 기록 등을 우편을 이용하지 않고 구속사건부터 시차적으로 직접 넘길 예정인데, 이를 넘겨 받아 재판업무 시스템 등에 입력하는 업무는 서울고법 등 일반법원이 맡아야 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수기로만 하지 않고 군사법원 사건 정보의 데이터를 추출해 엑셀파일 등으로 자동 업로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구체적인 방법을 군사법원 측과 논의 중"이라며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연계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어 올 7월까지 모두 마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개정법 시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고등군사법원이 군 교도소 및 각 부대로 재판 진행에 필요한 서면 등을 송달할 때에는 군 내부에서 진행되는 일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일반법원의 경우 군내 사정에 어둡거나 보안 등의 문제로 관련 업무를 진행할 때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법원행정처는 전산정보관리국과 사법지원실은 물론 서울고법, 법원공무원교육원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준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 회의에는 군사법원 관계자도 참석해 해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개정법 시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연·한수현 기자   sypark·s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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