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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치는 가상자산 범죄

국내 55조 가상자산 시장…사기 범죄도 급증

디지털 기술 발달로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가상자산을 얻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가상자산을 범죄에 사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이 3조원을 넘어서면서 수사기관에 피해를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정확한 범죄 규모조차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라 수사기관의 대응 능력 향상은 물론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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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가상자산 시장 '55조'…피해 신고액만 '3조' =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액은 15조8000억 달러(1경9560조원)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 외에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금 등의 자산에 가격을 연동시킨 신종 가상화폐)도 출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가상자산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관련 부처인 '디지털산업진흥청(가칭)' 설립을 예고했다.


관련 법제 미비 등으로 

불투명한 지하거래 많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처럼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사기관은 가상자산 관련 범죄와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상자산 관련 법제가 미비해 불투명한 지하거래가 많은 데다,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 등 신종 기술이 출현하면서 가상자산의 범위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로 검거된 인원 수는 1976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26명, 2018년 139명, 2019년 289명, 2020년 560명으로 점차 늘어나다 지난해에는 862명이 검거돼 2017년 대비 7배가량 늘어났다.


투자 리딩방 개설, 투자자 모은 뒤 

거래대금 편취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 신고액은 2017년 4674억에서 2021년 3조1282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한 변호사는 "경제적으로는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이 가상자산 시장을 시범적으로나마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사회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낙담한 2030 세대들이 지난해 대거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었다"며 "금융·증권시장에서 활동하던 조직들도 변동성이 크지만 감시망이 허술한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어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안다. 코인 거래액은 이미 코스피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해킹 등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지만 보호나 처벌은 미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 간 불법행위로 검거된 

인원 수 1976명


◇ 투자자 보호 방안 부족… 대책 마련 시급 =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크게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와 가상자산을 얻기 위한 범죄로 나뉜다.

가장 많은 유형은 사기 범죄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투자자들을 모은 뒤 거래소에 상장 예정인 가상자산이 곧 폭등할 것이라고 속이거나 인·허가를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라고 투자자를 속이고 구매 대금을 편취하는 수법, 보이스피싱 수법 등이 대표적이다. 검·경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관련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다수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다.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의 일종이며 전산망을 통해 거래된다. 해킹이나 악성프로그램을 통한 사기 범죄 피해 신고가 많은 이유다. 핸드폰이나 PC, 노트북에 설치된 악성코드로 피싱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피해자의 핸드폰에 저장된 개인키를 알아낸 뒤 가상화폐 지갑 속 자산을 빼가는 유형도 많다.


피해 신고는 

2017년 4674억→ 작년 3조1282억


마약범죄나 성매매·음란물 관련 범죄에서는 가상자산이 범죄수익 은닉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n번방 사건 주범들이 범죄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지급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가상자산 관련 주요 범죄 유형은 △횡령·배임 △공갈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이 있는데, 금융 범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적발하고 처벌하기는 더 까다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월 가상화폐 관련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국가가상화폐단속국(NCET)'을 신설하고 한국계 최은영 뉴욕 남부 연방지검(SDNY) 검사를 초대 국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암호화폐 전담팀인 '가상자산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FBI 요원들에게 블록체인 분석이나 가상자산 압류 등 관련 업무를 교육·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버범죄 중점 수사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동부지검이 가상화폐 탈취 사건 등을 다수 맡으면서,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과 공조하고 있다.

범죄는 빠르게 진화

수사기관 IT역량 강화 시급

 

◇ 자금이동 투명성 확보 시급… 국제사법공조 강화해야 = 가상자산 범죄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실물·금융자산 거래 시스템에 준하는 투명화가 꼽힌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빠르게 진화하는 범죄 특성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의 IT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9년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금융권에 송금자 정보 기록 등을 의무화)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3월 25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에게 가상자산 수신자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됐다.

추적기술과 더불어 

수사 인력 구성도 다양화해야 


가상자산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을 다수 대리해온 한상준(40·변시 5회)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제도화하고 규제 방안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사기 범죄 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효율적인 수사를 위한 방안으로 전국에 흩어진 가상자산 관련 범죄 케이스에 대한 연구·공유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업계 자체가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이다. 범죄수법도 매우 복잡하고 빠르게 진화한다. 수사기관에 사건이 접수된 뒤 (수사 담당자가) 해당 사기 수법을 익히려하면 늦다"며 "수사 경험자에 대한 가상자산 추적 기술 교육과 더불어 수사 인력 구성을 체계적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블록체인 개발자를 각 수사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관련 사건이나 금융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검사·경찰 등을 모아 TF를 구성하고, 일선에 배포하는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여전히 자금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국제사법공조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디지털자산·혁신산업팀장을 맡고 있는 한서희(42·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사기범들은 탈취한 가상자산을 (자금추적이 용이한 국내거래소 대신)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범죄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발전된 추적기술 시스템을 검·경 모두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기 범죄에 이용된 가상자산 계좌를 추적하면 한국의 검찰력이나 경찰력이 미치기 어려운 해외 거래소인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의 자금추적 기술력 향상과 함께 원활한 집행 및 환수를 위한 국제사법공조 시스템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정·강한 기자   sjpark·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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