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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21도12213

경찰의 현행범 체포, 현저히 합리성 상실 않았다면 위법으로 단정해선 안돼

새벽 1시 술 취한 상태 폭행·시비… 거주지도 현장과 멀리 떨어져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 위법하다고 못 봐
대법원, 무죄 원심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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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현행범 체포는 합리성을 현저히 상실하지 않았다면 쉽게 위법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모욕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도12213).


A씨는 2019년 7월 오전 1시 경기도의 한 식당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피해자 B씨에게 이유 없이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3명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출동 당시에도 A씨는 B씨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시비를 걸고 있었고 B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경찰이 제시를 요구해 받은 A씨의 신분증에는 주소지가 경남 C시로 되어 있었다. A씨는 오히려 자신이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인근 지구대로 온 A씨는 30분간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경찰관에게 "너희들 모가지를 날려버린다, 가까이 오면 때린다"며 소란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또 경찰관에게 "○발 어린 ○끼가! 죽여버린다!" 등 모욕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출동한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제시했고, 경찰관이 폭행 장면이 촬영된 사건 현장 CCTV를 확보했기에 도망의 염려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음에도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하다"면서 "위법한 체포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대에서 소란 행위를 한 것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40차례가 넘는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재차 모르는 사람을 폭행하고 적법하게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도 반성 없이 지구대에서 고성으로 욕설을 했다"며 A씨에게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A씨는 이미 신분증을 제시해 신분을 밝혔고 주소지가 현장과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이 불확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CCTV 등을 통해 증거는 충분히 확보됐고 A씨가 폭행 범행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수사협조를 정면으로 거부하지는 않았으며 특별히 도망이나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보이지 않아 경찰관들이 체포의 필요성에 대해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요구되는 진지한 고려를 다했다고 보기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현행범 체포는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A씨의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3항 1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고 이에 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어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 출동 당시 A씨는 폭행 후에도 계속해 B씨에게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거는 등 폭행범행이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였다고 볼 수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늦은 밤에 식당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일방적으로 폭행에 이른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 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폭행 상황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면서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신분증의 주소지가 사건 현장과 떨어져 있어 폭행에 이르게 된 범행 경위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등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관의 행위가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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