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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 수록 영상물 곧바로 증거 인정은 위헌"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 행사 배제… 실제적 진실 발견에도 위협
헌법재판소,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 등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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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물을 조사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의 인정만으로 재판에서 곧바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A씨가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바524)에서 재판관 6(위헌)대 3(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씨는 위력으로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수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영상녹화 CD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에 관해 증거 부동의했지만 1,2심은 신뢰관계인들의 증인신문을 거친 후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증거의 원진술자인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상고심 진행 중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8년 12월 헌법소원을 냈다.


성폭력처벌법 제30조 1항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6항은 '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진술조력인의 진술에 의해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미성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 할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며 "형사절차에서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피고인에게 공격·방어 방법을 적절히 보장하면서도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강구할 때에만 비로소 기본권 제한입법에 요구되는 피해의 최소성 요건에 부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범죄의 특성상 영상물에 수록된 미성년 피해자 진술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러한 진술증거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심판대상 조항은 그러한 주요 진술증거의 왜곡이나 오류를 탄핵할 수 있는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만한 수단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며 "또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 등은 범행 과정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반대신문은 원진술자의 반대신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어 피고인은 사건의 핵심적인 진술증거에 관해 충분히 탄핵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므로 그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성년 피해자가 사건 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증거보전절차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피해자의 신상정보의 누설 방지 등을 위한 제도,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제도를 이용한다면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권 행사 자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그 재판결과를 피고인에게 설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의 발견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이영진·이미선 헌법재판관은 "형사소송절차에서 피해자 보호는 경시되어서는 안 될 가치"라며 "이 조항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 진술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충격 등 새로운 추가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미성년 피해자의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성폭력범죄의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의 반대신문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유력한 수단이 되지만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복기하고 격렬한 탄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범죄행위만큼이나 피해자에게 강한 정신적 충격과 모멸감을 줄 수 있다"며 "특히 '피해자 진술의 약점'을 지적해야 할 반대신문이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되어 피해자의 성품이나 평소 행동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경우에는 반대신문에 기대하는 기능과 달리 피해자에게 수치심, 곤혹, 공포 기타 심리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 등 2차 피해만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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