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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기대감 높다

“소송비용 부담 높지않게 상한선 법령으로 제한 필요” 지적도

법원이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 도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자 법조계 안팎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관련 법안과 관련한 논의가 활성화 될지 주목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주로 영미법계에서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에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기일 전에 진행되는 사실 확인 및 증거수집 절차다. 의료기관이나 기업, 국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개인 등의 증거 확보권 보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을 때 한국 법원이 아닌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낸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올 정도로 증거수집 등에 강점이 많아 변호사단체에서도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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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히 논의돼 온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지난 8일 제17차 정기회의를 열고 사실심 충실화와 재판 신뢰 제고를 위해 디스커버리 도입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법원행정처가 디스커버리 도입 여부와 도입 방안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하도록 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1월 구성한 '디스커버리 연구반'을 통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여부와 도입 시 방안 등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연구반의 연구 결과를 대한변호사협회 내 TF팀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추진하려고 한다"며 "아울러 법원행정처만의 논의가 아니라 일선 법원 판사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연구결과 공유… 법관의견 수렴절차 준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법원은 2015년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민사소송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3건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했으나, 당시 제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소 제기 전 증거조사 절차 신설 △법원의 제출명령 불응 또는 문서 훼손 시 제재 강화 △문서제출의무 규정의 체계 정비 △문서제출의무자를 문서점유자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일선 법관들, "긍정적 효과 많을 것" =
일선 판사들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분한 증거조사를 통해 1심에서부터 실체적 진실을 충분히 발견해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 진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증거를 제출할 때 당사자들이 유리한 증거만 내고 불리한 증거는 제외해 실체적 진실발견에 어려움을 겪고 재판이 길어지는 사례들이 있다"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사법행정자문회의 결정처럼 민·형사 모두에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논의돼 광범위하게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들

 “충분한 증거조사로 당사자 신뢰할 결론 도달”


앞서 김형두(56·사법연수원 19기) 법원행정처 차장은 2019년 서울대 법학평론에 게재한 '새로운 법조인 양성 체제하에서 미국식 디스커버리의 도입 방안' 논문에서 "점점 더 많은 사건이 항소되고 있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1심에서의 증거조사가 충분하고 철저하게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에서는 증거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가 자진해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 거의 없다.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해 결정을 받아도 상대방이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론준비절차의 일종으로 디스커버리 절차를 도입해 변론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증거조사를 철저히 시행하면 사실관계가 조기에 확정될 것"이라며 "그 결과 쌍방 당사자들은 법정변론에 앞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증거를 살펴볼 기회를 제공받게 되며 그 결과 소송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상당수의 소송이 변론기일 전 단계에서 특히 디스커버리 절차가 진행되는 중이나 끝난 직후에 화해교섭 또는 조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디스커버리 절차를 도입하면 화해 또는 조정으로 조기에 종료되는 사건의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 변호사단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적극 추진" =
변호사업계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현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주요 현안으로 삼고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협회장과 김 회장은 출마 당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추진을 공약사항으로 내세운 바 있다. 변협은 지난 3월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TF를 발족해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 10월 배심제도연구회(회장 박승옥)와 공동으로 '디스커버리 제도 자료집'을 발간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들의 관련 업무 영역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관련 법률서비스 비용이 높아져 접근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단체

 “재판 절차 빨라져 법관 부담도 줄어들어”


변협 디스커버리제도 TF 위원장인 이건행(60·17기) 변호사는 "소 제기 전 당사자 양측이 대등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재판 절차가 빨라져 법관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소비자로서는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억울한 일들이 덜해지고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재판 결과에 쉽게 승복하지 않는 인식'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디스커버리 절차는 사실관계를 모두 따져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어서, 타임차지(time charge) 방식으로 보수를 받는 변호사들은 디스커버리를 수행하며 얻는 수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심제도연구회 회장이자 변협 디스커버리 TF 위원인 박승옥(61·14기) 변호사는 "디스커버리를 이용한 소송의 비용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상한선을 법령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보험도 도입해 국민들이 이용 부담을 덜고 디스커버리를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현·박수연·이용경·홍윤지 기자     shhan·sypark·yklee·h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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