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의문의 ‘변호사 살인’사건… 22년 만에 진실 밝혀질까

피의자 방송 출연 범행 자백… 법조계 안팎 이목 집중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고(故) 이승용(사망 당시 45세·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 피살 사건이 1999년 사건 발생 22년 만에 피의자가 구속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어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생각한 피의자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는데, 경찰은 이 사건이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추적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역시 공소시효 만료 여부라고 진단하면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지 주목하고 있다.

 

172360.jpg
고(故)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김모씨(55)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TV 캡쳐>

 

◇ 의문의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 22년 만에 재수사 = 사건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50분 제주시 삼도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1990년 퇴직 후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전도유망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피살당한 일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변호사의 사체를 검안하고 차량을 감식한 결과, 이 변호사는 차량 밖에서 흉기에 찔린 후 차량 안으로 옮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도난당한 물품이 없고, 흉기에 찔린 부위가 이 변호사의 왼팔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원한 관계나 수임 사건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시비가 붙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변을 당하기 전 1년여간 사건 수임을 한 일이 없고 치정 등과 같은 문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1999년 11월 5일 피살

대대적 수사에도 미궁으로

  
특히 사건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목격자는 물론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혈흔과 같은 범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 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해 6월 피의자 김모씨가 '자신이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그는 지난해 한 방송사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입을 열었다. 제주도 폭력조직인 '유탁파'의 일원인 김씨는 "두목 백모씨로부터 이 변호사를 위협하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인 손모씨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데, 손씨가 이 변호사의 저항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단순 교사라기에는 김씨가 흉기 모양 등 20여년 전 일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손씨가 아닌 김씨 스스로가 한 범행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 후 경찰은 김씨를 용의선상에 놓고 재수사에 돌입했다. 멈췄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4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캄보디아에 있는 김씨의 소재를 파악했고, 지난 6월 18일 그를 국내로 송환했다.


‘시효도과’ 인식한 피의자가 

지난해 6월 전모 밝혀


◇ 피의자 "공소시효 만료" vs 수사기관 "태완이법 적용" =
김씨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피하면서, 유족 측에 사건의 전모를 알려 사례비라도 받아 볼 생각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태완이법이 적용돼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2007년 12월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개정법 시행 전 저지른 범죄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개정법에도 불구하고 이 변호사 사건은 2014년 11월 4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돼야 했다.

그런데 2015년 7월 31일 형사소송법이 다시 개정·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태완이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 형사소송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살인범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또 부진정소급효를 인정해 개정법 시행 전에 공소시효가 도과되지 않은 살인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폐지의 효력이 적용되도록 했다.


경찰, 지난 4월 캄보디아 거주 

피의자 송환·구속


경찰은 이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출입국기록을 통해 김씨가 범행 후 2014년 11월 5일 전까지 여러 차례 해외를 오간 사실을 포착했고, 김씨의 해외 체류기간이 도합 만 8개월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해외에 머무른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됐고, 따라서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5년 8월 이후라고 판단했다. 태완이법 적용대상이므로 김씨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제주경찰청은 지난 20일 살인교사 혐의로 제주지검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심사를 맡은 김영욱(42·35기)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21일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14년 11월 공소시효 만료前 

해외 장기체류 확인 


◇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해외 도피' 입증이 관건 = 구속영장 발부 이후인 23일 제주지검은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이동언(45·32기) 형사1부장검사가 수사팀장을 맡았고 강력사건 전담 검사도 투입된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김씨가 해외에 체류한 총 8개월여의 기간이 형사소송법 제253조 3항이 공소시효 정지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해외 도피라는 점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김씨가)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왔다라고 하는 출입국 관련 사항은 개인정보이므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2014년 11월 5일부터 2015년 7월 31일 사이의 기간보다 더 많은 기간을 국외에 나가 있었다"며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의 해외 도피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피목적 이면 공소시효 정지”

 재판부 판단 주목 


결국 최종 판단은 법원 재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건 기록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함부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법원도 김씨가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해외 도피를 한 것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다면 김씨가 왜 국내로 다시 들어왔겠느냐'는 반문부터 김씨가 개인적 용무를 위한 출국이었음을 주장할 수도 있어 최종 판단은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판사는 "공소시효 도과 여부는 처벌 가능성과 관련돼 있으므로 영장심사 때 분명 어느 정도 고려했을 것"이라며 "다만 구속여부 판단은 일정기간 인신을 구속하는 수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본 재판에서보다는 증명의 정도가 다소 덜 엄격할 수 있어 재판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미국변호사

카테고리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