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핵심쟁점은 퇴임한 법관의 탄핵소추 이익 있는가

임성근 前 부장판사 탄핵심판 변론종결 이후 전망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자 법조계의 관심이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모아지고 있다. 이 사건은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심판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지난 10일 최종변론을 끝으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2월 4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188일 만이다.

 

172186.jpg

헌법재판관들은 임기만료로 법관에서 물러나 더 이상 법관 신분이 아닌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이 실익이 있는지 등 소송요건을 검토한 뒤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면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 인용과 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본안판단으로 나아가게 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을 심리하는 1심 재판장에게 중간 판결 고지와 판결을 수정하게 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사건 1심 재판장에게 양형 표현을 검토하라고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 등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탄핵이 인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기각 또는 각하된다.

 

심판 이익 있다고 판단되면 

본안 판단으로 들어가


◇ 퇴임한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 실익 있나 = 이번 탄핵심판의 첫번째 쟁점이자 가장 큰 핵심 쟁점은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지난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해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이다. 탄핵심판은 공무원을 파면하기 위한 것인데, 임 전 부장판사는 이미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재판관들은 우선 탄핵심판 청구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따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의 과반수(5명 이상)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탄핵심판 청구 자체가 적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된다. 이 관문부터 통과해야 임 전 부장판사의 혐의가 헌법 위반 등에 해당하는지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임기가 만료된 법관에 대한 탄핵과 관련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이론상 '각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문제는 임기만료 법관에 대한

 탄핵관련 규정 없어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55·사법연수원 27기) 에이치비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탄핵심판은 파면을 통해 현직에 있는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현직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 각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각하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퇴임한 법관에 대해 헌재가 뒤늦게 탄핵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탄핵심판의 본질과 기능에 비추어봤을 때에도 맞지 않다"면서 "탄핵은 현직에 있는 탄핵심판 대상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하는 것인 만큼 당연히 각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헌재가 본안판단에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일반적인 헌법소원 사건의 경우에도 심판청구의 이익이 없어도 헌법적 가치의 중대한 침해 등 '헌법적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이 사건에서도 헌재가 본안판단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임지봉 한국헌법학회장은 "위헌 행위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헌법적 해명이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 긴요한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없더라도 끝까지 종국결정으로 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예외가 있고, 이는 헌법소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심판 유형에 적용될 수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헌재가 반복적으로 판례를 남긴 심판청구이익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끝까지 본안심리를 해 종국결정으로 가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헌재법상 

‘피청구인이 결정전 파면되면 기각’ 명시


◇ 본안판단 시, 탄핵 인용 여부 촉각 =
만약 헌재가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해 본안판단으로 나아가면 임 전 부장판사의 혐의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적인 행위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려면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비춰보면, 헌재는 대통령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등 헌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파면했다.

한 변호사는 "앞서 두번의 탄핵심판이 있었지만 모두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었고, 이번에는 판사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를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임 전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된 혐의와 동일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조계 ‘각하’의견 우세 속 

본안판단 가능성도 제기


◇ 6기 재판부 성향 두고 전망 분분 =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헌재 6기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는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이 최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본보가 지난해 정치적 쟁점이 부각된 사건 결정문 등을 토대로 헌법재판소 6기 재판부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유남석(64·13기) 소장을 포함한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이선애(54·21기)·이은애(55·19기)·이종석(60·15기)·이영진(60·22기) 재판관 등 4명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이석태(68·14기)·김기영(53·22기)·문형배(56·18기)·이미선(51·26기) 재판관 등 4명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소장은 개별 사안의 쟁점에 따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본안 판단 경우 

재판관 6명 정족수 채울지도 주목

 

이들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은 문재인정부에서, 1명은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됐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선애 재판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자유한국당이, 이영진 재판관은 바른미래당이 추천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석태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으며, 김기영 재판관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했다. 이은애 재판관도 김 대법원장 지명 몫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과 유남석 소장은 문 대통령이 지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탄핵심판 청구의 이익을 따지는 첫번째 단계에서 '각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하가 되려면 최소 5명이 각하 의견을 내야 하는데, 양측 의견이 팽팽할 것으로 점쳐진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이론적으로 판단했을 때 헌재가 심판청구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를 하는 것과 이익이 있다고 판단해 본안판단을 하는 것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려있다"며 "그동안 재판관들이 내린 결정 등을 분석했을 때 본안판단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본안판단에 나아간다고 해도 6명의 정족수를 채워야 인용될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 (탄핵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