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판례평석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선택의 곤란성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

169342.jpg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 등이 명칭을 '인자 Ⅹa 억제제로서의 락탐-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 을 외국회사를 상대로 특허발명이 선택발명으로서 진보성 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였다.

 
나.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1항 발명을 선택발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제1항 발명과 선행발명의 구조를 비교하면 선행발명에서 제1항 발명인 아픽사반을 배제하는 부정적 교시 또는 시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선행발명 명세서에는 치환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픽사반의 모든 선택요소의 구체적인 명칭이 직접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예에서 각 치환기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구체적으로 도시하고 치환기들이 모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까지도 특정되어 있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의 상위개념으로 일반화하여 제1항 발명의 아픽사반과 같은 하위개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경우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 엄격한 특허요건이 완화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또 특허발명 명세서에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약동학적 특성 및 병용투여 효과 개선이라는 이질적 효과나 인자 Ⅹa 친화력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에 관한 명확한 기재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제1항 발명이 위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항 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한 사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아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 때 결합된 전체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진보성 판단기준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상위개념이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등은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지도 아니한 채 효과의 현저성 유무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평석
가. 기존 대법원 판결

선택발명의 경우 공지기술로부터 실험적으로 최적(最適) 또는 호적(好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의 발휘에 해당하여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선택발명이 인용발명에 비하여 더 나은 효과를 가질 경우 즉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인용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런 판례기준에 의하여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판단은 거의 대부분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한 드문 예외가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이다. 정신병 치료 효과면에서 올란자핀이 에틸올란자핀에 비하여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콜레스테롤 증가 부작용 감소라는 이질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인정되므로 위 특허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우리 법원 판결과 일본 법원의 판결
우리 법원이 선택발명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면 효과를 봐서 이질적인 효과가 있거나 동질적인 효과라면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원류(源流)는 일본법원의 판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이에 대한 상세는 최승재,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선택의 곤란성', 대법원 특별법연구 (2020), 465-470면 참조).

 
일본법원은 선택발명은 중복발명으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산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특허를 인정하여야 할 필요는 있으므로 선택발명은 효과만을 엄격하게 보고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 일본 법원의 판단이었다. 다만 2018년 일본 지재고재(知的財産高等裁判所平成30年4月13日判決平成28年(行ケ)第10182)는 피리미딘 유도체 사건에서 "당해간행물에 화합물이 일반식의 형식으로 기재되고, 당해 일반식이 선택지가 다수 있고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적극적 또는 우선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간행물의 기재로부터 당해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이런 태도변화의 여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 내지 선택의 의미와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
1)
특허법은 선택발명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서로 특유의 진보성 판단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선택발명이라는 발명의 특성상 구성 내지 선택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신규성 판단에서 이런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최승재, '선택발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신규성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 창작과 발명 73호 (2013) 참조).

 
그런데 진보성 판단에서 선택발명이라고 해서 발명의 구성은 보지 않고 효과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사고구조, 즉 원래는 특허를 주지 않아야 할 발명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으면 도출할 수 없는 논증방식이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의 곤란성은 선택의 곤란성으로 귀결되고, 이는 미국 특허청의 심사기준(MPEP)에서 진보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논의되는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의 적용을 통해서 선택의 곤란성이 있는지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최승재, 특별법연구 458, 472-475면).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① 선행발명에는 위와 같은 락탐 고리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도 않다. ② 선행발명의 '보다 더더욱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총 107개의 구체적 화합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치환기 B로서 락탐 고리를 갖는 화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 ③ 우수한 약리 효과를 가지는 화합물을 실험 없이 화학 구조에만 기초하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신규 화합물을 개발하는 통상의 기술자는 이미 알려진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 화합물을 기초로 구조적으로 유사한 화합물이나 유도체를 설계하고 합성한 후 그 약효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개선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게 되고 보다 우수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을 때까지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선행발명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주목하고 있는 화합물 및 그 구조가 다르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왜곡되어 있던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을 당연한 지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판결로 이 판결을 한 것은 판시에서도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판결들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이지 선택발명은 다른 발명의 범주와 다르기 때문에 효과만을 봐서 판단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런 좋은 판결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기 어렵게 된 것으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구성 내지 선택의 곤란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