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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대법원 2018다287935

"건강보험공단의 피해자 손배채권 대위 범위, 가해자 책임비율에 한정"

피해자 손해액에서 공단 부담금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이 합리적
대법원, "공단이 부담한 금액 전부 대위할 수 있다"고 본 기존 판례 변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고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행사하는 경우 그 범위는 '공단이 부담한 금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단이 부담한 금액 전부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8일 A씨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보험금 등 청구소송(2018다287935)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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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2년 6월 술에 취한 B씨가 운전하던 오토바이에 부딪혀 사지마비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아 치료를 받은 후 당시 미성년자인 B씨와 그의 부모 등을 상대로 치료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보험급여를 받은 A씨에게도 사고발생의 책임이 있는 경우 '손해액을 우선 과실상계한 다음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를 전부 공제(과실상계 후 공제)해야 하는지', 아니면 '손해액에서 우선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공제 후 과실상계)를 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는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르면 공단은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100%를 대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르면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예를들어 20%의 과실 책임이 있는 피해자가 1000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하면서 본인 부담금은 400만원, 공단 부담금은 600만원이 들어간 경우,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하면 피해자는 1000만원에서 우선 20% 과실을 상계해야 한다. 이후 800만원 중 공단 부담금 600만원은 제외하고, 나머지 200만원만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공단은 부담금 600만원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 결국 1000만원 중 가해자는 800만원, 피해자는 200만원, 공단은 0원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하면 피해자는 1000만원에서 공단 부담금 600만원을 우선 제외하고, 나머지 400만원에서 20% 과실을 상계한 320만원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단 역시 600만원에서 20%를 과실상계해 가해자에게는 480만원만 구상할 수 있다. 결국 가해자가 800만원, 공단이 120만원, 피해자가 80만원씩 부담하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따라야 한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인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며 "따라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 대법원 판례와 같이 공단부담금 전액에 대해 공단이 우선해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보면, 실질적으로 공단이 본래 부담해야 할 수급권자의 과실비율 부분을 수급권자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가 없이 수급권자의 전적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수급권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고 공단은 비용을 부담한다"며 "그렇다면 손해가 제3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에도 '공단부담금 중 적어도 수급권자의 과실비율'만큼은 공단이 수급권자를 위해 본래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봐 공단의 대위 범위를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동원 대법관은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신속하고 안정적이며 보편적인 보험급여를 통해 수급권자를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보험급여를 위한 재정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공단의 대위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면 보험재정에서 충당되는 보험급여를 축소하거나 전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증가시켜,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인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A씨가 제3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손해 발생에 A씨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거기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해야 한다"며 "A씨가 야간에 횡단보도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도로를 건넌 과실이 인정되므로 그의 책임비율은 20%"라고 밝혔다.

 

이어 "A씨의 기왕치료비 채권액은 총 3740여만원(본인부담금 1490만여원+공단부담금은 2250여만원)이고, A씨 과실에 따른 책임비율 20%를 적용해 과실상계한 금액은 총 2990여만원"이라며 "A씨는 2990만원에서 공단이 지급한 2250여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740여만원에 대해서만 B씨 등에게 손해배상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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