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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고등부장판사들… 차량 제공 없어지고 명퇴금도 못 받고

관용차량 먼저 폐지한 검사장 예우와 대조적

그동안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제공되던 관용차량이 9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고법부장판사와 비슷한 예우를 받았던 검사장들은 관용차량 폐지에 따라 명예퇴직수당을 받게 됐지만 고법부장판사들에게는 아무 보상책도 없다.

 

대법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개정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법부장판사에 대해 제공하던 전용차량이 일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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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법원공용차량 관리규칙은 전용차량 배정 대상을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 또는 차관급인 법원공무원'으로 규정했지만, 개정 규칙은 '사법연수원장 및 사법정책연구원장, 각급 법원장(서울가정법원장 외 가정법원장 제외),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도서관장, 윤리감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장이 지정하는 직위 보임자'로 변경해 전용차량 배정 대상자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

 

'법원행정처장이 지정하는 직위 보임자'가 어떤 범위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전용차량 배정 대상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추가로 지정된 대상자는 없다. 법원행정처는 다만 각급 법원의 사정을 고려해 업무용으로 관용차량 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15호봉 이르면 

퇴직여부 진지하게 고민 

 

고법부장판사 전용차량 폐지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앞서 사법행정에 관한 상설 자문기구인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해 5월 "재판업무만 담당하는 고등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전용차량을 배정하지 않는 것으로 배정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21년 2월 법관 정기인사 때부터 고법부장판사 전용차량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각급 법원장을 비롯한 기관장과 대외기관 업무수행상 필요성이 큰 일부 보직자에 대해서는 전용차량 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전용차량을 폐지했지만 그에 따른 보상책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법원에 앞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관용차량을 폐지한 검찰은 2019년 12월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이 개정돼 검사장도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검사장급의 관용차 이용이 중단됨에 따라 다른 일반직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검사장급 검사에게도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법관제 도입 취지와 달라 

제도 개선 필요

 

한 고법부장판사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예산이나 수당이 깎인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명예퇴직금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판사 15호봉과 16호봉 사이에 명예퇴직금이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생각이 없던 사람도 15호봉 즈음이 되면 진지하게 퇴직을 고려하게 될 수 밖에 없다"며 "법원에 계속 남아 판사를 할 사람이 명예퇴직수당 때문에 퇴직을 생각하게 된다면 이는 평생법관제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먼저 관용차량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해 법원도 부랴부랴 따라나서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보상책 등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다"고 말했다.


“사법부 스스로 법관지위 

하향평준화” 지적도 

 

또다른 판사는 "재판업무만 담당하기 때문에 차량이 필요 없다는 논리로 전용차량을 폐지한다면, 대법관들에게도 전용차량이 폐지돼야 하는거 아닌가"라며 "결국에는 예우의 문제인데, 사법부 스스로가 법관의 지위를 하향평준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명예퇴직금 문제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10차 회의록에 따르면 김진석(56·25기) 위원은 "법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16호봉 이상이 되면 명예퇴직을 하더라도 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16호봉이 되기 전에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분이 계셔서 말씀드린다"며 "16호봉 이상 법관이 명예퇴직을 할 때에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발언했다. 최한돈(56·28기) 위원도 "검사와는 다르게 16호봉 이상 법관에 대해서만 유달리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주신 법관들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사법행정자문회의 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16호봉 이상 법관에게 명예퇴직수당을 인정하는 것은 평생법관제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나, 그런 의견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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