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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국제가족법학회 세계대회 참가기 - “아동과 여성은 여전히 약자”… 우선 보호의 대상 재확인

이화숙 연세대 법대 교수

1. 소금호수 도시(Salt Lake City)를 향하여

제12차 국제가족법학회 세계학술대회(이하 학회)가 열리는 소금호수도시, 정확히는 소금 호수가 있는 도시 Salt Lake City를 향하여 서울을 떠난 것은 7월18일. 도착은 같은 날 5시경. 설야라는 시적인 이름을 가진 여인, 우연히도 그곳에 잠시 머물고 있던 한봉희 교수님의 큰 따님의 안내로 돌아본 솔트레이크의 황혼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푸른 공원이 어우러져 이국적인가 하면 고향 같고, 나른할 정도의 평화로움 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배어 있는 듯한 아름다운 도시였다. 며칠 지나고 보니 세 종류의 기온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사막의 열기로 뜨거운 바깥기온, 습도가 낮아 그런대로 참을 만한 그늘기온, 그리고 다소 과장하자면 뼈를 에이는 듯한(?) 인공추위가 있는 실내기온. 그래서 늘 감사하게 되는 곳이기도 했다. 바깥에서 실내로 들어가면 시원해서 감사하고, 너무 추워서 바깥으로 나가면 따뜻해서 감사하고…

2. 나들이(19일 오전)

학회는 오후 5시에 정식으로 시작되므로, 오전엔 솔트레이크 시티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들이에 나선 분들은 한봉희(전동국대), 이희배(전인천대)교수, 조미경(전아주대)교수와 부군 되시는 이호정(전서울대)교수, 윤진수·양현아(서울대)교수, 필자와 가족들 그렇게 11명이었다. 오후에 도착하기로 한 양정숙 변호사를 포함하면 이 학회에 참가한 한국대표는 회원 8인, 등록한 동반자(accompanying person) 2인과 가족들로 12명인 셈이다.

나들이는 몰몬 템플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였는데, 그 중 일부를 돌아보는데 그쳤음에도 오전시간 모두를 할애할 정도로 크고 넓었다. 한국인 김 선교사의 안내로 돌아본 템플은 성스럽고 정직하고 단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3. Opening(7월19일 5시)

오후 5시, 드디어 국제가족법학회 세계대회가 Salt Lake City Little America Hotel에서 시작되었다. 국제가족법학회는 1973년에 창립되어, 1975년의 제1회 베를린 학회 이래 매 2,3년마다 세계 각도시를 돌며 개최되어 왔으며, 이번이 제12차. 대회의 주제는 Family Law - Balancing Interests and Pursuing Priorities였다.

Convener인 Lynn D.Wardle 교수(Brigham Young University)는 개막식에서 이번 학회에 35개국에서 166명의 가족법학자들이 발표를 하고 발표를 하지 않는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넘는 회원이 참가하여 국제가족법학회 33년 역사상 가장 많은 가족법학자가 참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날 Rapaella를 비롯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라파엘라는 지난 해 가을 한국 가족법에 관심이 많다면서 나의 연구실을 찾은 이태리 변호사인데, 몇 차례 만나 영어로 작성된 한국가족법관련 자료들을 건네주면서 세계가족법학회를 소개했더니 이번에 참가한 것이다. 이번 학회를 주관한 Wardle 교수부부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Wardle 교수는 국제가족법학회 직전 회장이었으며, 유난히 한국인을 좋아하니 친한파로 분류할 수도 있을 듯. 만찬석상에서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인사를 나눈 Allan Parkman 교수(University of New Mexico)와는 이혼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분은 당사자의 협의에 의한 이혼이 경제적이라고 역설하는 분이고, 반면에 필자는 쉬운 이혼은 경솔한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열띤 토론이 될 수 밖에. warming up에 해당하는 학회 첫날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4. 학회(7.20~22)

20일부터는 본격적인 논문 발표가 이어졌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plenary session에 이어 숨가쁘게 break-out session이 시작된다. 분과회의에서는 9시부터 10시45분까지 4개의 방에서 각 4명의 발표자가 모두 16편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15분간의 휴식에 이어 열린 제2분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16편의 논문발표, 점심 후 2시부터 16개의 논문발표, 15분간의 휴식 후 다시 16개의 논문발표 등으로 진행되었다. 대충 논문 제목을 살펴보니 대주제가 그러해서인지 당사자간 이익의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논문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첫날은 우리 대표 중 두 분이 발표하는 날. 조미경 교수는 Recent Reform of Korean Family Law에 대해, 양현아교수는 Colonial Legacies in the Family-Head System in Korean Family Law: Sociology of Law Approach를 주제로 발표하였다. 호주제 폐지 등으로 고무되었음인지 두 분의 발표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이날 학회는 저녁 만찬에서 South Iowa대학 Sheila Simon교수의 Sing-Along으로 유쾌하게 마감되었다. 가족과 이혼과 헤어짐을 주제로 한 그녀의 country풍 노래는 아픔을 주제로 했음에도 재미있고 유쾌해서 하루 종일 논문 발표를 하거나 듣느라 지친 회원들에게 활력을 돌려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같이 할 때는Family Law Professor 버전으로 들어달라고 하더니 사실은 프로급이었다.

셋째 날인 21일(목), 오전은 Little America Hotel에서, 오후는 Brigham Young 대학에서 열렸다. 오전에 열린 분과회의에선 조미경교수가 능숙하게 사회를 보았으며, 오후에 있은 plenary session에선 Brigham Young 대학의 James Harper교수가 발표에 앞서, 특별히 한국대표를 환영한다는 인사를 하여 놀라기도. 그 동안 한국이라는 이름은 늘 해외입양과 관련하여 오르내렸기 때문인지 Korea란 말이 나오자 긴장했는데… 뜻밖이었다.

오후 학회에선 윤진수교수와 라파엘라가 발표. 라파엘라는 이태리의 별거제도를 소개하였고, 윤진수교수는 “Tradition and Constitution in the Context of the Korean Family Law”를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다. 헌법과 가족법에 대한 윤교수의 해박한 지식이 담겨있는 깊이 있는 발표였다.

Heber Valley에 있는 아름다운 골프클럽에서의 만찬은 라파엘라와 그 아버지인 Losurdor교수, Parkman 교수와 그 부인, 그리고 미국의 가족법 교수 두 분과 합석(이름을 잊음)하여 이번 학회를 주제로, 이혼을 주제로 의견과 정보를 나누었다.

5. 조미경 교수 총회에서 이사로 선출

넷째 날(금). 오전에 열린 총회에서 네델란드의 Paul Vlaardinger
broek교수는 회장으로, 조미경 교수는 이사로 선출되었다. 축하할 일이다. 조교수님의 탁월한 능력과 한국이라는 국력, 그리고 회원들의 마음이 합하여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6. 학회를 끝내고

귀국길에 이번 학회에서 감지된 세계가족법의 흐름을 정리해 보았다. 얼핏 떠오른 것은 이혼 부모와 자녀와의 만남이 여의치 않을 경우 법원에서 Video Conferencing을 중개하는 등 과학의 도구를 활용하는 나라가 점차 늘어간다는 점, 협의이혼과 같은 쉬운 이혼을 향한 주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등의 특징과 함께 아동과 여성은 여전히 약자이며, 우선보호의 대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세분의 우리나라 학자들의 당당한 발표를 보면서 우리 가족법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꿈을 꾸어 보기도 하였다. 꿈꾸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