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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48267

"박정희 대통령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불법행위"

서울중앙지법 "국가, 유족에 2600만원씩 지급"
원고일부승소 판결

유신시절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48267)에서 "국가는 A씨의 자녀들에게 2600만원씩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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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975년 충남 홍성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사실을 왜곡해 전파했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구속됐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수형생활을 했다. 

 

A씨가 사망한 지 23년이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제9호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2010헌바70 등). 같은 해 대법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난 긴급조치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무효라고 판단했다(2011초기689). 

 

이후 열린 재심에서 A씨가 무죄를 선고 받자 A씨의 자녀들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박 대통령의 행위는 불법행위"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종래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판결 2012다48824).

 

그러나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령의 대상이 되는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라고 볼 수도 없다"면서 "이러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이 직접적이고 중대하게 침해된다는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행해져 피해를 입은 국민 개개인에 대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A씨에 대해 저지른 불법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할 뿐만 아니라 A씨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상당한 기간 구금돼 있었다"면서 "A씨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이 크고 운영하던 사업에도 어느 정도 지장이 초래됐지만, 그러한 조직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도 불구하고 배상이 오랜 기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불법행위가 개시된 때부터 40년의 세월이 경과한 사정을 참작한다"며 "A씨의 상속인이자 소송을 수계한 자녀들에게 국가는 26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