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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심사 결과 통지… 변호인만 ‘깜깜이’

검찰에만 알려주고 변호인에게는 즉시 통지 안 해

A변호사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B씨 사건을 맡았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사연은 이렇다. B씨에 대한 법원 영장심사에 직접 출석해 열심히 변론을 펼친 A변호사는 노심초사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영장 발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사무직원들에게 검찰 당직실에 30~40분 간격으로 전화해 결과를 알아보게 했다. 초조했던 B씨 가족들도 A변호사에게 전화로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문의를 계속했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B씨 가족들이 인터넷에 뜬 언론 속보 기사를 보고 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을 먼저 파악해 A변호사에게 알려왔기 때문이다.

 

C변호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D씨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C씨는 영장심사 당일 사무직원들을 시켜 법원 영장계 직원 등을 통해 영장 발부 여부를 파악하도록 했다. 하지만 제때 결과를 파악하지 못해 D씨가 구치소에 구속된 뒤에야 급히 D씨와 접견 일정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뺐다. 며칠 뒤 C변호사는 서면으로 D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통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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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심사 결과 통지가 여전히 변호인만 모르는 깜깜이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의뢰인의 인신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을 변호인만 제때 파악하지 못해 민망하고 난감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가족을 포함한 의뢰인 측의 인권과 알권리, 방어권은 물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신구속 변호인이 제때 몰라

 난감한 경우도 허다

 

현행 구속영장 재판 시스템을 보면,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에만 알려주고 변호인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변호인들은 직원을 시켜 30분~1시간에 한 번씩 검찰 당직실 또는 담당직원이나 법원 영장계 직원 등에게 전화를 하게 해 영장심사 결과를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식적인 통지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에 한해 며칠이 지나서야 서면으로 변호인에게 도달한다.

 

변호사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구속기한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수사 일정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변호인으로서는 방어를 위해 늘 시간에 쫓기게 된다"며 "특히 인신구속이 달린 문제이다보니 현장에서는 일분일초라도 빨리 영장 결과를 알아보려고 노력하는데, 변호인은 뒤늦게 알 수 밖에 없으니 인권 문제나 방어권, 변론권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의 변론권·조력받을 권리 침해” 

잇단 비판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의뢰인과 변호인은 검찰(국가)과 대등한 당사자"라며 "변호인이 의뢰인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를 알기 위해 상대편 당사자인 검찰에게까지 부탁이나 사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이런 상황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법원이 영장심사 결과를 변호인에게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신속하게 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원(60·사법연수원 21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구속영장심사 결과를 변호인에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으로 통보해주는 것이 법원 입장에선 다소 수고로울 수 있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법원의 업무 추가부담에 비해 국민들이 얻는 편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은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컴퓨터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문자가 발송되는 구속영장심사결과 안내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영장심사 결과 

모바일로 즉시 통지 제도화 해야”

 

황정근(59·15기)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도 "구속영장심사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선임계에 기재돼 있는 변호인의 휴대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너무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법원이 관련 규정을 마련해 사법서비스 차원에서 변호인에게 결과를 고지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서울중앙지검은 이 같은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간담회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변호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로 합의했다. 영장심사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통지 받기를 원하는 변호인이 변호인 선임신고서에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면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심사 결과를 받는 대로 문자메시지로 전송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변호사들이 많은 데다, 변호사들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종우(46·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는 경우 선임계에 기재되어 있는 휴대전화 번호로 구속 여부를 통지해달라고 간담회때마다 요청하고 있다"며 "일부 협조되지 않고 있는 사례들이 있는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조요청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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