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금감원 조정에 ‘편면적 구속력’ 추진… 법조계 의견 분분

금융당국이 사실상 준사법권… 조정이 아니라 ‘심판’

163574.jpg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임원회의에서 금감원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 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민원인이 금감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하면 상대방인 금융회사 등은 조건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제도다. 올초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기 전 도입 여부가 논의되다 결국 빠졌는데, 윤 원장 발언 다음날인 1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액사건에서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다시 대표발의했다.

 

163574_2.jpg

 

정부와 여당이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최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각종 사모펀드·파생상품 관련 분쟁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배상 결정을 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이를 불수용하는 사례가 늘고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 투자자에 대해 100% 배상을 결정했지만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이달까지 숙고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당사자간 자율적인 분쟁해결이라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의 본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이 권한없이 사실상 준(準)사법적 기능까지 수행해 국민(기업)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불복소송 낼 경우도

 당사자 일방에 지나치게 불리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차라리 이행명령권한을 도입하려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자율적 분쟁해결을 추구하는 조정에 강제력이 있는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은 몸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는 것과 같다"면서 "조정 결정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려면 뒤따르는 절차 등의 요소도 강화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조정 결정이 당사자 일방에게 강제성을 가져 처분성을 인정받게 되면 사실상 '조정'이 아니라 '심판'으로 법적 성격이 전환된다"며 "그렇다면 금감원이 일종의 재결청이 된다는 말인데, '반관반민' 기구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조직법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정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낼 경우에도 행정소송법상 집행부정지 원칙(제23조) 등이 적용돼 당사자 일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피해 급증

 소비자 보호 위해 불가피” 

반론도

 

증권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조정 결정 자체에 대한 취소소송을 내도 소 제기가 배상결정 등의 집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일단 배상금을 투자자 등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다수의 민원인에게 선지급된 배상금을 일일히 추심해야 하는 데다 무자력이 된 경우에는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사모펀드·파생상품 관련 투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반론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정'이라는 용어에 꼭 문리적으로 구속될 필요는 없으며 '민간인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위원회를 거친 배상명령제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교법적으로도 호주·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소액사건 조정에서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

 

163574_1.jpg

 

집단소송 분야에 밝은 한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은 투자 피해를 입었다 할지라도 막강한 힘을 가진 금융사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만일 편면적 구속력이 인정된다면 투자 피해가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상품설계·판매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상진(36·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조정 결정이 위법하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주장은 침소봉대(針小棒大)"라며 "결국 금감원과의 행정소송에 부담을 느끼는 금융사들이 보다 손쉬운 상대인 금융소비자와 소송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악성 민원인이 분쟁조정을 통해 배상금만 가로채는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