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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4→48명’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안

“상고심사건 적체 해소 기대” “정책법원 기능 제대로 못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48명으로 3배 이상 대폭 증원하기 위한 법률안이 판사 출신 여당 의원에 의해 발의돼 논란이다. 대법원이 접수하는 상고사건이 연간 4만여건을 훌쩍 넘어 폭주하는 상황이라 대법관 증원이 충실한 상고심 심리는 물론 사건 적체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소부(小部) 중심의 재판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대법원의 법령 해석 통일 기능과 정책법원 기능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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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소부 최대 '12개' 가동 구상 = 판사 출신인 이탄희(42·사법연수원 34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늘어나게 되는 대법관 34명은 법 시행 이후 △1년 경과 후 12명 △2년 경과 후 12명 △3년 경과 후 10명 등 순차적으로 늘리도록 했다. 대법관 수가 늘면 상고심 사건에 보다 많은 시간과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돼 대법관의 과도한 사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신속하고 철저한 사건 처리를 통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구상이다.

 

대법관 수 3년간 순차적 증원

 최종 48명으로 확대


현재 대법원 소부 하나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점을 감안할 때, 개정안대로라면 대법원 소부를 현행 3개에서 12개로 4배 늘릴 수 있다. 현재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판결에만 참여하고,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소부 구성을 위한 최소 인원을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바꾸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관련해 지금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법관 전원의 2분의 1 이상'만 참여하면 되도록 바꿨다. 대법원 규칙에 따라 두 곳 이상의 전원합의체를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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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고심 제도 개선 번번이 실패 = 대법원의 과도한 상고심 부담이 해결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법조계 안팎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 있다.

 

상고허가제 폐지 직후인 1991년 상고사건 수는 연 1만건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대법원은 2018년 4만8105건의 상고사건을 처리해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다소 줄긴 했지만 4만2263건을 처리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연간 1인당 3500건가량을 처리한 셈이다.

 

소부, 기존 3개부에서 12개로

 4배까지 늘릴 수 있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고사건 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4월 접수된 상고사건 수는 1만71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831건)에 비해 45%가량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5월 과도법원조직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를 비롯해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상고허가제 등 다양한 상고심 제도가 운영됐다. 하지만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제도 시행 이후 몇 년도 유지되지 못한 채 폐지됐다.

 

전원합의체 심리, 

대법관 전원의 2분의1이상 참여로

 

1994년부터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정에 따라 '심리불속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각 이유가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나 변호사들의 불만이 큰 상태다. 대법원은 상고사건 폭주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법원의 정책법원, 최고법원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2006년 고법 상고부 도입을, 2010년 고법 상고심사부 도입을, 2014년에는 상고법원 신설을 각각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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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관 증원안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앞서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대법관 수를 18명으로 늘리기 위한 법안이, 20대 국회에서는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전 집행부에서 대법관 증원을 주장해 온 대한변호사협회는 아직까지 이 의원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이찬희(55·30기) 대한변협회장은 "종전에는 대법관 증원 의견이 많았는데, 현 집행부에서는 아직 상고심 제도 개선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원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협은 조만간 상임이사회에서 대법관 증원안 등을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전원합의체의 통일적 법령 해석 시스템 

붕괴 우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한 통일적 법 해석이라는 '원 벤치(one-bench)' 시스템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관 증원에는 반대해왔다. 현재 대법원은 사법행정 관련 상설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를 통해 상고심 제도 개선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가 10일 발간한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상고심 제도 개편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의 시정 및 처리 요구에 대법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상고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상고제도 개편방안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어느 하나가 옳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대법원은 "상고제도개선특위와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거쳐 조만간 바람직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이 도출되면, 이를 기초로 상고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심도있는 토론보다 

다수결로 처리할 가능성 많아

 

◇ 전원합의체 효율적 운영이 핵심과제 = 개정안에 대한 법조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A부장판사는 이 의원안에 대해 "상고심 관련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대법관 수를 과감히 늘리는 방안도 옵션이 될 수는 있지만, '원 벤치'는 말그대로 하나의 벤치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24명 이상의 대법관이 한 회의장에 모여 논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2개 이상의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체 간에 서로 법리가 충돌할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대법원의 권위 자체가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할 경우 사법부 구조상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은 헌법재판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결국 재판소원 도입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도 헌재의 위헌 심사 대상으로 삼는 제도를 말하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재판소원이 불가능하다.

 

재판연구관 증원 불가피

 하급심 강화는 더 요원

 

역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B부장판사도 "결국 심도있는 토론보다는 국회처럼 표결로 다수 의견을 정하는 방식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며 "정책법원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대법원의 사건처리율만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통상 법관경력 14년차 이상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며 대법관들의 상고심 업무를 돕는데, 대법관을 대폭 증원할 경우 대법관 숫자에 정비례해 늘리지는 않더라도 재판연구관 수를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은 늘려야 할 것"이라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으로 일선 법관들의 재판연구관 투입을 늘릴 경우 하급심 강화는 물 건너 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으로 민변 사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성창익(50·24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법원조직법상 다수가 전원합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전원이 모두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전원합의체'라는 기존의 특정 도그마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체 대법관들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정도의 권위를 가진 수준으로 합의체를 구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성 변호사는 "법원조직법에는 합의체 구성을 위한 기본원칙만 정해놓고 대법원 규칙을 통해 융통성있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예컨대 각 소부 선임 대법관 등을 한 명씩 차출해 이른바 '대합의체'를 구성하거나, 민사·형사·지적재산권·노동 등 전문 분야별로 소부와 합의체를 구성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