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재판이 외부의 영향 받는다” 90%→50%대로 줄어

법제연구원, ‘한국인의 법의식’ 연구보고서 주요 내용

한국법제연구원(원장 김계홍)이 24일 발표한 '한국인의 법의식: 법의식조사의 변화와 발전' 연구보고서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 국민의 법의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보여준다. 특히 1990~2000년 초반대에는 '권력이나 재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90%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판의 독립성·공정성 제고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163190.jpg

◇ '권력·재력이 재판에 영향', 90%대에서 50%대로 뚝↓=
재판의 독립성·공정성과 관련해 권력이나 재력이 재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은 법의식조사 연구 초창기인 1990년대부터 이어져왔다. 1991년에는 94.2%, 1994년에는 93.3% 등으로 1990년대에는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90%이상 나왔고, 2008년에는 95.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15년 조사에서는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58.7%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도 58.6% 수준이었다.


    재판에 대한 권력·재력의 영향력 

2010년대 다소 완화 

 

보고서는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어 19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다른 지표들을 고려해 간접적으로 판단해보면, 권력과 재력의 사법적 영향에 대한 인식은 2010년대에 다소 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재판이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이 58.6%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41.4%)보다 다소 높았다. 재판에 영향을 주는 주체로는 사법행정권 또는 법원 내 상급자가 72.6%로 가장 높았고, 국회·국회의원이 70.9%, 대통령·행정부가 60.3%로 나타나 주로 국가기관에 의한 영향이 많다는 인식이 존재했다(언론 40.8%, 시민단체 16.9%).한편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은 지난해 80.6%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와 국민들은 재판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통한 민주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 주는 주체는

 법원 상급자·국회의원·대통령 順


◇ 성평등 인식 개선… 계약서 숙지는 미흡 = 이와 함께 보고서는 "사회정의 측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성평등 부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국민법의식 연구 초창기인 1994년만해도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응답이 62.5%였지만, 2008년 49%, 2015년 43.5%로 낮아졌다. 그러다 지난해 68.1%로 다시 반등했다.

보고서는 "국가성평등지수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 국가 성평등 수준은 2013~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1월 시작된 '미투운동' 영향으로 직장 내 성폭행이나 성희롱 및 성차별 문제가 강하게 주목됨에 따라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33.jpg

우리나라 국민들은 예금이나 보험·펀드에 가입할 때 계약이나 약관규정을 숙지하는 비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이나 보험·펀드 가입 시 계약·약관규정을 '자세히 읽지 않는다'는 응답은 1991년 21%에서 1994년 18%, 2008년 38%, 2015년 46%, 지난해 47.2%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계약 내용 등은 점점 길고 복잡해지는데 반해, 계약·약관규정을 자세히 읽는다고 답한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계약 내용을 잘 모른 상태로 계약을 하는 경우에 대한 소비자 보호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44.jpg

◇ 법의식 키워드는 '국민'과 '헌법' =
보고서는 법의식조사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지난 3월까지 30년 간 인터넷 포털서비스를 통해 검색된 법의식 관련 언론 기사 236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도 내놨다.

결과를 보면 '국민(3636회)'이 법의식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로 꼽혔다. 뒤를 이어 '사회(3110회)', '법의식(2878회)', '대통령(2316회)', '문제(1972회)', '사건(1882회)', '사람(1802회)', '헌법(1624회)' 순이었다.

보고서는 "전체 시기에 걸쳐 법의식과 관련돼 나타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헌법"이라며 "1990년대에는 법원이 법인식의 이슈의 중심에 있었는데, 최근으로 올수록 헌법재판소와 헌법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참여재판 확대 돼야”

 지난해 80.6% 압도적

 

정부 기간별로는 노태우·김영삼정부 때는 △법원(71회)이 가장 많았고 △국민(58회) △사건(41회) △사회(38회) △간통죄(35회) 순이었다. 법의식 담론과 관련해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김대중정부에서는 △사회(183회) △국민(145회) △의원(122회) △문제(107회) △검찰(102회) △간통죄(93회) 순이었다. 보고서는 "이 시기의 법의식 관련 주요 행위자로 국회의원과 검찰이 등장했다"며 "정치인과 관련된 수사 등 관련 사건들이 법의식을 형성하는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무현정부 때는 대통령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대통령(759회) △국민(658회) △사건(470회) △사회(448회) △헌법(426회)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사회(1412회) △국민(1395회) △법의식(863회) △교육(705회) △사람(696회) △문제(688회) 순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 시기 법의식과 이에 대한 교육 논의가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며 "법무부가 주관하는 청소년 법교육사업에 관한 기사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에 법의식과 관련해 처음 등장하는데, 주요 빈도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이명박정부 때"라고 분석했다.

 

예금·보험·펀드 약관 숙지 비율은 

오히려 낮아져


박근혜정부 때는 △법의식(879회) △국민(710회) △사회(655회) △간통죄(533회) 순이었다. 간통죄는 2015년 헌재 위헌결정에 따라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고,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과 헌재, 위헌, 합헌도 키워드로 등장했다.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747회) △법의식(717회) △국민(670회) △사형(608회) △생각(587회) △검찰(537회)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요 행위자로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은 법의식 담론의 핵심의제를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해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변호사